글로벌 물류 공급망 전문 조직 필요
글로벌 물류 공급망 전문 조직 필요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6.1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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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감시・대처 방안 연구해야”

[현대해양] 지난 몇 년간 우리는 팬데믹, 수에즈 운하 사고, 요소수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상하이 봉쇄까지 끊임없는 공급망 이슈에 대응해야 했다.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의 대립, 탄소 저감 정책, 그리고 또 어떤 다양한 변수로 어떤 문제가 일어날 지는 누구도 모른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은 효율성보다 탄력성과 회복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지속 가능한 공급망 관리를 하는 전문 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기업 85.5%가 공급망 애로 겪어

코로나19가 찾아오며 전 세계 물류 공급망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컨테이너 선박 부족 현상으로 물류비가 급등했으며, 미국의 항만 적체 현상의 여파는 전 세계의 물류 정체를 불러왔다. 글로벌 물류 흐름이 정체되며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원유 수출국이자 천연가스와 밀 수출 1위 국가인 글로벌 물류의 중심 러시아와 ‘유럽의 빵 바구니’라 불릴만큼 넓은 곡창지대를 지닌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휘말리자 밀과 보리, 그리고 유가가 급등한 것. 두 나라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네온가스, 크립톤 등의 주 생산국이기도 해, 반도체를 수출해야하는 국내 업계 역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두 달 가까이 유지된 상하이 봉쇄 정책으로 육상 물류도 큰 정체를 빚고 있고, 상하이의 항만과 공항의 가동률도 현저히 떨어졌다.

한국무역협회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우리 기업의 대응 현황' 보고서
한국무역협회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우리 기업의 대응 현황' 보고서

지난달 3일 한국무역협회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우리 기업의 대응 현황’ 보고서는 국내 수출기업 1,094개 중 85.5%가 공급망 애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중 35.6%의 기업은 물류난을 원인으로, 27.8%의 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16.9%는 특정지역 봉쇄를, 11.8%는 공급량 감소로 물품 수급 차질을 원인으로 선택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 외교 필요”

지난달 들어선 새 정부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산업과 통상 간 연계 협력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별 맞춤형 통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달 9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합류를 확정했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파트너 국가를 규합해 추진하는 일종의 경제협의체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가입을 추진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PEF의 주 협의 분야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강화를 위한 △무역 △공급망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4가지다. 정부는 “반도체·청정에너지·핵심광물 등 역내 공급망 협력 증진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이 반도체 수출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중국의 반감을 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22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분열과 대항을 만드는 도모에 반대한다”며, “IPEF가 미국의 지역 경제 패권을 지키는 정치적 도구가 돼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그 길은 옳지 않다”고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는 “IPEF가 공급망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정치적인 논리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관계가 악화되면 더욱 골치아픈 일이 벌어질 것이기에, 미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이 원하는 미국의 압력을 적당히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의 공급망 관리

공급망 관리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과제가 아니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2월 회복력 있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주요 품목과 산업에 대한 공급망 검토를 관련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이 4대 핵심 품목에 대한 검토 결과 보고서는 지난해 6월 발표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7대 정책과제를 제안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공급망 관리에 나서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중국 반도체산업의 공급망 현황과 자립화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역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 자립화를 위해 제조공정별 취약 분야에 집중한 기술개발과 미·중 패권 경쟁속에서 협상력 강화를 위한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 구축 전략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유럽연합(EU) 역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월 8일 “전지차에 쓰이는 희토류 공급망을 인증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에 EU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희토류의 90%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럽의 빵 바구니’라 불렸던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도 러시아의 폭격을 당했다.(출처_우크라이나 정부)
‘유럽의 빵 바구니’라 불렸던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도 러시아의 폭격을 당했다.(출처_우크라이나 정부)

정기선사 지원과 블록체인 기술 적용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정기선사 지원과 △블록체인 기술 적용 등을 조언했다.

한 교수는 “IPEF를 포함해 중국이 아닌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게 되는 과정에서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아시아의 대체 제조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유럽의 경우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여기에 연결할 수 있는 공급망 네트워트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핵심은 물류의 기본 인프라가 되는 정기선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과 해외 물류 거점을 확보하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자립이 어려운 중소화주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공급망에서 정보교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블록체인(Blockchain)은 분산화된 시스템으로 설계, 암호학적 기술을 통해 연결돼 전체 네트워크의 동의 없이는 저장된 데이터를 수정하기 어려워 공급망 네트워크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아마존, IBM, SAP,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공급망 관리 솔루션을 개발·배포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실시간 분석과 다원화 정책

공급망 안정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상황에 맞춰 신속한 대안을 세우는 것 역시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남 대표는 “지금은 공급망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며, 제조 거점이 한·일·중에서 동남아로, 그리고 다시 인도와 서남아시아로 이동할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공급망 내에서 ‘물류’는 의사결정을 하는 입장이 아니다. 물류는 제조와 무역이 발생하는 곳으로 쫒아가는 입장이기에 ‘결정’보다는 ‘운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류는 안정된 서비스 구축을 위한 투자와 지점 설립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원활한 물류 공급망을 이뤄야한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요소수 사태에서도 경험했듯 공급망이 한 쪽으로 치중돼 있을 경우 리스크가 크다”며 “우리에게 독자적 생존이 불가능한 수출입 화물이 있다면, 그것을 리스트업하고 공급 체인을 분석하고,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한 다원화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분석부터 대안까지 내는 종합 부서 필요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는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공급망 전담기관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 를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통해 공급망 관련 국내·외 동향을 파악, 이상징후 발견시 이를 신속히 전파하고 대응조치를 제언하는 국가 조기경보시스템(EWS) 운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정부 차원에서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한 시스템 정비와 선제적 대응을 담당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던 이상근 한국물류학회 부회장은 “글로벌공급망 분석센터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 그리고 산업협회 등이 모여있는 것으로 아는데, 물류를 담당하는 국토부나 관세청 등도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현재 분석센터는 공급망 현황을 분석하고 리포트를 발표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정보제공에 지나지 않는다”며 “어떠한 상황이 발생한 후 종합적인 대응책을 내놓으려면 한 개 부처로는 어려울 것 같다”며 폭넓은 이해당사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선임자의 업무를 후임자가 제대로 인수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부서의 존속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남 대표도 비슷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는 글로벌 물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조직이 부족하다. 국토부는 수출입 관리를 하지 않고, 해수부나 관세청도 마찬가지며, 필요할 때에만 전문가 회의를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통제센터 등 협의체를 설립해 글로벌 물류를 실시간 팔로우하고 대안을 마련해 국토부, 해수부, 관세청 등이 해야 일을 정리·배분해야 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할 전문부서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를 방문해 최근 물류·공급망 차질 등 수출현장 애로를 청취하고, 글로벌 공급망 영향분석 현황 점검과 향후 정부의 무역정책 추진방향 등을 논의했다.(출처_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를 방문해 최근 물류·공급망 차질 등 수출현장 애로를 청취하고, 글로벌 공급망 영향분석 현황 점검과 향후 정부의 무역정책 추진방향 등을 논의했다.(출처_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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