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해상교통망 구축 과제’로 업계 혼란
‘새 정부 해상교통망 구축 과제’로 업계 혼란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6.1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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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물류산업-해상풍력-어업 관계 얽혀

[현대해양] 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4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해상교통망 구축’이 선택됐다. 전국 연안에 유형별 해상교통로를 지정해 2027년까지 디지털 해상교통관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선박 대형화와 자율운항선박 출현 등 새로운 해상교통환경에 대응해 우리 연안 해역에 해상교통망을 새로 구축하겠다는 과제는 해운물류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해양수산부는 해상교통망법 제정을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그런데 해상교통망 구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바다라는 공유수면을 이용하는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새정부 해상교통망 구축 계획 발표

해상교통망은 배가 다니는 길인 ‘해상교통로’와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돕는 ‘해양교통시설’ 등이 체계적으로 구성된 교통망이다. 해상교통로(海上交通路)는 바다 위의 배가 다니는 길로 선박의 교통상 안전 확보를 위해 해양수산부장관이 지정한 수역을 말한다.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은 해상교통로를 국가의 생존과 전쟁 수행을 위해 필히 확보해야 할 해상 연락 교통로라고 정의하고 있다. 해상교통로는 국민의 생존에 필요한 석유, 식량, 원자재 등과 같은 교역품의 이동 통로이며, 유사시 탄약, 군수 물자 등의 수송을 위한 해상 보급로가 된다.

‘해양교통시설’은 항만, 어항, 수로 및 연안수역에서 선박의 원활하고 안전한 운항과 항행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선박교통관제다. 지능형 해상교통정보시스템 및 항로표지 시설 또는 공작물을 통칭한다. 즉, 해상교통망은 수역, 항로, 해상교통로 및 해양교통시설 등이 유기적인 기능을 발휘해 선박이 신속, 안전, 편리하게 운항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구성한 교통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역에 대한 해사안전 정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법인 (가칭)해상교통망법의 입법 계획을 내놨다. 법 제정은 해상교통이 이뤄지는 공간, 즉 해역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해사안전 정책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해상풍력, 해양관광 등 해상교통 환경의 변화와 자율운항선박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도입됨에 따라 어선 등 연안운항 선박의 통항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그러나 해상교통망 구축을 두고 해상풍력 발전업계와 어업인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교통망법, 해상풍력 단지 조성에 제한

먼저 해상풍력 업계가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해상교통망을 구축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해운·물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 해상교통망법은 해상풍력 단지 조성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다. 무분별한 해상풍력 단지의 개발 사업을 막고 뱃길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전 세계적 추세에 따라 해상풍력 산업 단지가 우리나라 연안에도 들어서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기준 국내 해상풍력 단지는 제주 월정(2개), 제주 탐라(1개), 전남(3개), 군산(1개), 영광(1개), 서남해(1개)로 총 9개소가 운영 중이다. 총 발전소 51기의 발전량은 14만 2,100kW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2.4GW), 오는 2023년 신안 해상풍력 사업(8.2GW)과 울산 (4.1GW) 및 동남권(4.6GW)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인천 해상풍력 사업(0.6GW) 등 대규모 풍력단지 프로젝트가 계획돼 있다. 유충열 해상풍력대응지원단 차장은 “최근 들어 해상풍력과 같이 바다에 구조물을 만드는 사업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기존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 운항자와 해상풍력 발전 사업자 간 갈등이 발생하게 됐다”며 “지금까지는 상선의 관습법으로 풍력발전 사업자에게 관행 항로를 비켜달라고 요구했는데, 바다가 공유수면이다 보니 법적 근거가 없어 갈등이 종종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해양수산부에서 내놓은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 일부개정안’은 해상풍력발전사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0일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해상풍력발전단지 진단 시 고려해야 하는 안전진단 기준을 보완해 해상교통안전 확보하고 사업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취지다. 개정안 주요 내용으로는 해상풍력단지 설계기준과 관련해 △해상교통로-풍력단지 간격 기준 △풍력단지 출입 통제 △해상풍력 발전기 사이의 간격 설계 등이 추가로 담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해상교통로-풍력단지 간격 기준 개정안은 해상풍력단지와 해상교통로 간에 최대통항선박 길이의 6배 + 500미터(최소 0.5해리, 926m)926m(0.5해리) 이상의 거리를 둔다는 구체적 수치가 명기됐다. 또한 해상교통로 좌·우측에 풍력단지가 있을 때 간격은 최대 통항선박 길이 6배에 500m를 더한 거리를 둬야 한다. △풍력단지 출입 통제 부분에는 풍력단지 내부해역은 전체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확보하고, 외부해역은 500m 이내로 배타적 권리를 확보하는 것으로 기준했다. 마지막 △해상풍력 발전기 사이의 간격 설계 부분에서는 해역의 과도한 공유수면 점·사용을 방지하고 선박의 가항수역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발전기 사이의 간격을 설계했는데, 주풍향 방향 간격은 블레이드 길이의 6배에서 최대 8배를 넘지 않도록 했으며, 주풍향 수직 방향의 경우 블레이드 길이 4배 미만으로 풍력터빈을 설치해야한다고 했다. 이에 풍력업계는 이격거리 기준은 해상풍력 사업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표하고, 해양수산부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현재 한국풍력산업협회는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 일부개정안’과 관련 공식 입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방적 정부 정책에 어업인 ‘부글부글’

어업인은 해상교통망 구축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바다에 대한 특정 지위를 주고, 제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어업 활동에 문제를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 어선 세력 규모는 큰 편이다. 국내 총 선박 등록 척 수는 지난해 2021년 기준 9만 9,338척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어선이 6만 5,744척으로 66.2%를 차지하며, 여객선, 화물선, 수상레저기구 등이 3만 3,571척으로 33.8%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해상교통로를 지정하는데 있어 어선어업을 하는 어업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을 끝으로 총 9번의 해상교통망법 제정 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마쳤는데, 모든 설명회를 통틀어 참석한 어업인은 200여 명 남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찬 통영자율관리어업연합회 회장은 “말이 해상교통망이지 항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어업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말에 속고 속힌 것이 많이 믿을 수 없다”며 “일전에 해수부에서 일방적으로 통영 앞바다에 항로 지정해 더 이상 이동성 조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물고기가 제일 많이 잡히는 황금어장이었다”고 분노했다. 김 회장은 “지금껏 해상풍력이니,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이니, TAC(총허용어획량, 어종별로 연간 잡을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하고 어획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니 모두 1차 산업을 규제하는 제도뿐이었다. 그런데 또 정부에서는 일방적으로 해상교통로를 만들겠다고 설명회를 하니 어업인들은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가 설명회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상교통망법률은 2022년 하반기에서 2023년 내 제정될 계획으로 2023년 하반기부터는 필요한 절차를 거쳐 해상교통로를 지정하고 교통망을 구축하게 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어업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교통로 상에서는 어업을 규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상교통로를 지정하는 이유는 어선, 화물선, 여객선 등 모든 배가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운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또 중요한 부분은 해상교통로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지역이라면 무리하게 추진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그래서 의견 수렴을 위해 설명회를 진행했고, 앞으로 공청회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어업활동을 못하게 된다’, ‘상선만을 위한 정책이다’라고 오해하실 수 있지만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며, 의견 수렴 후 지역사회가 원하지 않으면 강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은 “사실 어업인들이 늘 이야기하는 부분이 협의를 해야한다는 것”이라며 “설명회가 일방적으로 해상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열렸기 때문에 어업인들은 설명회가 가식적, 형식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의견을 듣고 정책이 바뀔 것도 아니다. 정부에서는 늘 일방적으로 정책을 계획한 후 설명회니 토론회를 하는데, 따라서 당연히 반감을 살 수밖에 없고 갈등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남해안 어민들이 경남 통영 욕지도 인근 황금어장에 추진되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에 반대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_멸치권현망수협)
지난 6월 남해안 어민들이 경남 통영 욕지도 인근 황금어장에 추진되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에 반대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_멸치권현망수협)

 

해양수산부의 입장

6월 16일 해양수산부 해사안전정책과 측에서 위 기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보내왔다. 해사안전정책과 관계자는 "해상교통망법은 풍력단지 출입 통제 등 행위제한을 두지 않으며, 이번 기준에 반영된 대부분의 기준은 국제협약에 이미 반영된 기준"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본래 의미는 해상교통망법이 무분별한 해상풍력 단지 개발 사업을 막기 때문에 단지 조성에 제한이 생긴다는 뜻이었다. 

또 어업인과의 갈등 부분에 대해 해사안전정책과 관계자는 "해상교통망법 제정 계획에 대한 설명회에서 만나본 다수 어업인은 해상교통로 지정 정책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교통로가 활성화되면 무분별한 해역점용, 개발로부터 교통공간, 조업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며 "설명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어업인은 '좋은 정책이다'라며 정책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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