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발전, 과학적 영향평가와 같이 가야
해상풍력발전, 과학적 영향평가와 같이 가야
  •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환경·공간연구실장
  • 승인 2022.06.0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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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환경·공간연구실장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환경·공간연구실장

[현대해양] 바다를 이용하는 방식은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크게 변화했다. 크고 빠른 컨테이너선, 화려한 시설의 크루즈, 거친 바다 위 홀로 서 있는 거대한 해상 플랜트,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통신망 케이블 등이 그런 예이다. 우리가 바다를 매일 가볼 수 없어 그렇지 과학기술 변화에 따른 해양이용은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해상풍력기가 전 세계 바다 곳곳에 등장했다. 이미 북유럽 바다에는 에펠탑보다 큰 풍력기가 수백 개 들어섰다. 우리 역시 높이 130미터를 넘기는 거대한 풍력기가 바다 위에 세워졌고, 조만간 남산타워보다 큰 풍력기가 들어설 예정이기도 하다. 문제는 거대한 풍력기 수십 개, 또는 수백 개가 단지를 이루게 되고,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모아 송전케이블로 육지로 연결한다.

새로운 기술의 대두는 이전에는 고려하지 못한 영향을 바다와 이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미치게 마련이다. 해상풍력은 수면 위의 바람을 이용하고, 해중에 구조물, 해저에 기초공까지 설치하며 바다를 입체적으로 이용한다. 더욱이 풍력기를 해체하기 전까지는 거의 반영구적으로 바다를 점용한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바다를 이용한 방식인 선박 운항이 해수면만, 한시적으로 이용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해상풍력이 바다에 어떤 영향을 줄까?

새로운 이용방식인 해상풍력이 바다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사실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이다. 잘 모른다는 것은 두려움이나 오해를 만드는 단초가 되곤 한다.

현장에서 어민들은 우려한다, 전자기파나 소음·진동으로 수산자원이 사라질 수 있다고. 풍력기 가까운 곳의 주민들도 말한다, 풍력기가 들어서 바다 경관이 달라져 재산가치가 떨어진다고. 하늘을 나는 새 역시 새로운 구조물 때문에 길을 잃거나 풍력기 날개에 부딪힐 수 있다. 바다 한가운데 기둥이 있다 보니 유조선과 같은 큰 배의 통항은 어렵다. 행여 시야가 확보되지 않거나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다 구조물에 충돌한다면 그 피해는 지난 2007년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기름 유출 사건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우려에 근거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일부는 사실이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제주 탐라해상풍력단지만 해도 해안에서 들리는 풍력기 소음은 근처의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에 묻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우려했던 경관의 문제도 예상과 달랐다. 인근의 신창리 풍차해안도로는 오히려 사진찍기 좋은 명소로 소문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풍력단지에서 육지로 전기를 보내는 해저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의 경우 바닷속에서 직접 측정한 사례도 거의 없고, 측정 방법론도 정확하지 않다. 더욱이 전자기파의 영향을 받는 어류를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 설치되는 대부분의 송전선은 해저를 굴착해 2미터 깊이에 매설하니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예상해야 한다.

어선의 통항이 어렵다고 걱정하지만 오히려 해상풍력단지가 어초 역할을 한다고 보고하는 해외 연구도 있다. 국내에서는 확인되지 못한 사실이지만 과연 해상풍력단지에서 조업이 금지되면서 나타날 득과 실, 어느 쪽이 클지 꼼꼼히 따져볼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작년부터 시작된 ‘과학기술 기반 해역이용영향평가 기술개발’ 연구는 해상풍력과 바다골재 사업에 의한 환경영향을 부문별로 살펴보고 해역이용영향평가에 제도화하려는 시의적절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전자기파, 소음, 진동,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개별 분야별로 조사와 연구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제도적으로도 해상풍력을 충실히 다루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사업은 2020년 해양환경관리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해역이용협의’만을 거쳤다. 협의 제도에서는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9개에 불과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과정도 거의 없다.

법 개정 이후 50MW 이상의 해상풍력에 대해 ‘해역이용영향평가’까지 가능해져 평가항목이 14개로 늘었으나 여전히 해상풍력으로 우려하는 전자기파나 소음, 진동,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은 항목에서 빠져있다. 당연히 항목별 평가서 작성의 규정이나 검토 지침에 이들에 대한 기준은 없다. 평가항목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각 분야에서 어떤 영향들을 어떻게 살펴봐야 하는지 지침이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이로 인한 영향을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으로 타당한 적절한 방법을 사용했는지, 이로부터 신뢰할 만한 정확한 결과가 나왔는지, 그리고 그 해석이 타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양이용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는 제도를 관장하는 쪽에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과제로 채택된 ‘해양이용영향평가법 제정’

지금까지 해상풍력사업은 전력망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나 입지와 관련된 지역 갈등이 발생하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부분 해상풍력에 따른 변화와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보 부족에서 기인한다.

비록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가적 수요가 높고, 해상풍력에 대한 사업계획이 거창하게 발표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바다를 지키는 쪽에서는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한다. 새로운 해양 이용에 따른 변화와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연구를 충실히 진행하면 된다.

더욱이 새 정부에서 ‘해양이용영향평가법 제정’이 국정과제로 채택되었다. 적절한 시기에 현장과 제도가 발맞추어 함께 할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과학과 정책이 어떻게 연계되고 함께 갈지 지켜볼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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