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3] 어촌계에서 제명되면 보상금도 못 받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3] 어촌계에서 제명되면 보상금도 못 받을까?
  •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2.05.1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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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계원 소송 각하 사건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여행의 시작>

변호사로서 굉장히 곤혹스러운 순간은 지난번 판례여행에서처럼 ‘각하’ 판결을 받을 때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각하’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관련 대법원 판결이 없고 달리 법적 수단이 없을 때는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각하 판결 또는 그 가능성은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이 사건에서 A어촌계는 충남 ○○군 ○○면 소재 가곡리, 동곡리, 서정리, 도문리, 당산리, 무수리, 삼월리, 상거리에 거주하고 당진군 수산업협동조합에 가입한 어민들로 구성된 비법인 어촌계입니다. A어촌계는 ①1982, 1983년경 당시 어촌계장이던 B의 명의로 김과 가무락 양식어업면허를 받고, ②1984. 6.경 당시 어촌계장이던 C의 명의로 다른 지역에서 가무락 양식어업면허를 받아 그 계원들로 하여금 위 양식어장에 입어하게 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D회사가 철강공장을 건설하기 위하여 충남 ○○군 ○○면 등 일대의 해안을 매립하게 되었습니다. A어촌계가 어업면허를 받은 위 각 어장이 그 매립예정지에 포함됨에 따라 D회사는 1990. 1. 30. 보상금을 지급하였습니다.

A어촌계장인 E는 1990. 3. 말 경 D회사로부터 수령한 위 보상금의 분배에 관하여 총회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위 보상금 B를 제외한 어업권자들 위주로 분배하였습니다.

한편 위 당진군 수산업협동조합은 1994. 2. 25. B를 조합원에서 제명하였고, 위와 같은 통보를 받은 A어촌계는 1994. 3. 16. B에게 1994. 2. 25자로 위 조합에서 제명됨에 따라 A어촌계에서 자동탈퇴 되었다는 통지를 하였습니다.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고 보상금을 분배한 점에 대하여 A어촌계 내에서 이의가 생기자, A어촌계는 1994. 12. 12. 임시총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위 임시총회에서 당시 A어촌계 계원 201명 중 158명이 참석하여 그 중 154명의 찬성으로 D회사로부터 수령한 보상금을 위와 같이 어업권 행사자들에게만 분배한 사실 등을 추인하였습니다.

B는 어장개척의 공헌도, 그동안의 어장 관리운영을 통한 어업의존도, 어업권소멸이 확정될 때까지 종패를 뿌린 사실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어업권 행사자인 B에게 다른 계원들보다 많은 보상금을 분배하여야 함에도 B에게 보상금을 전혀 분배하지 않는 것은 현저히 사회정의 또는 공평의 관념에 반하므로 A 어촌계의 위 1994. 12. 12자 총회결의가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과 2심은 모두 B에게 패소판결을 하였습니다. 이에 B가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쟁점>

A 어촌계가 보상금을 취득할 당시에는 계원이었으나 보상금 분배 결의시에는 계원이 아닌 B가 그 결의의 효력을 다툴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

어촌계의 계원과 같은 비법인사단의 구성원은 총유재산에 대하여 특정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단의 구성원이라는 지위에서 총유재산의 관리 및 처분에 참여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그 신분을 상실하면 총유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므로, 비록 그가 어촌계의 계원으로 있을 당시 어촌계가 취득한 보상금이라 하더라도 그 분배결의 당시 계원의 신분을 상실하였다면 그 결의의 효력을 다툴 법률상의 이해관계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A어촌계는 충남 당진군 송산면 소재 가곡리 등에 거주하고, 당진군수산업협동조합에 가입한 어민들을 계원으로 하여 구성되어 있는 비법인사단으로서, 그 정관 제11조에 이 계의 구역 내에 거주하는 자로서 조합의 조합원은 계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1조 제2항 제1호에 계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때는 자연 탈퇴 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 위 조합은 1994. 2. 25. B를 조합원에서 제명하였고, 위 조합으로부터 이러한 통보를 받은 A어촌계는 같은 해 3. 16. B에게 같은 해 2. 25자로 위 조합에서 제명됨에 따라 A 어촌계에서 자동탈퇴 되었다는 통지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므로 위 조합의 제명행위가 당연무효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B는 같은 해 2. 25자로 계원의 신분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무효확인의 대상이 된 보상금 분배결의는 그 이후인 같은 해 12. 12자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B에게는 이 사건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B의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 내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본안에 나아가 판단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위법하여 파기를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96. 12. 10. 선고 95다57159 판결).

 

<판결의 의의>

어차피 2심에서 B의 청구를 기각하여 B가 패소하였으니 실질적으로는 각하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B가 2심에서 일부라도 승소를 하였다면 대법원의 판단으로 그 결론이 바뀌게 됩니다. 그러니 ‘기각’과 ‘각하’는 크게 다른 것입니다.

대법원은 보상금을 취득할 당시에는 계원이었으나 보상금 분배결의시에는 계원이 아니라면 해당 어촌계 총회결의를 다툴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보상금 관련 분쟁과 같이 단체의 결의가 문제 되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신분을 박탈하여 의결권을 배제하는 등 마치 전쟁과 같은 소송전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본체인 단체의 결의를 다투기 위해서는 회원의 지위를 유지하여야 하므로, 회원의 지위를 박탈당한 순간부터 가처분 등으로 싸울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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