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57. 새들의 둥지치기 (下)
청봉의 새이야기 57. 새들의 둥지치기 (下)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2.05.1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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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어미 동박새가 잠시 둥지를 비운 사이 뻐꾸기는 순식간에 동박새들이 애써 만든 둥지를 빼앗았다. 이에 더해 뻐꾸기는 동박새들에게 제 새끼를 키워 줄 것을 요구한다. 뻐꾸기는 어미 동박새를 속이기 위하여 제 알의 색깔을 동박새 알의 색깔과 비슷한 청록색으로 맞추었지만 크기는 어쩔 수 없이 큰 알의 상태로 ‘탁란’하였다.

뻐꾸기는 일본과 한반도를 포함하는 유라시아의 아한대, 온대에서 하절기에 번식하고, 아프리카 동남부, 방글라데시, 미얀마,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월동한다. 대부분의 철새가 남북으로 이동하는 것과는 달리 뻐꾸기들은 동서로 이동하는 특이한 습성을 가졌으며, 한반도에는 5월 초순에 도래하여 9월 중순까지 짧은 기간 동안 관찰되는 여름 철새이다. 뻐꾸기는 짧은 체류 기간에 성공적인 자손 번식을 위하여 약 25개 알을 낳는데 알마다 그 아비 새가 다른 점은 매우 흥미롭다.

뻐꾸기의 알을 탁란 받은 어미 동박새들은 자신의 둥지 속에 숨어들어온 알과 자신들의 알들을 포함하여 따뜻이 품는다. 그러나 냉혹한 야생의 생존 투쟁은 이미 뻐꾸기 알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뻐꾸기의 알은 동박새 알보다 빠르게 성숙하여 먼저 부화한다. 갓 부화하여 깃털도 나지 않은 뻐꾸기 새끼는 생존 투쟁의 몸부림을 시작한다. 뻐꾸기 새끼는 둥지뿐만 아니고 어미 동박새 사랑과 보살핌도 독점적으로 차지하기 위하여 아직 부화가 되지 않은 동박새의 3개의 알을 온몸으로 둥지 밖으로 밀어내었다.

동박새 어미들은 자신의 새끼 셋을 죽인 뻐꾸기 새끼 한 마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 먹이를 물고 나르는 일에 정성을 바친다. 동박새 어미들은 자신보다 큰 몸집으로 성장한 뻐꾸기 새끼의 왕성한 식욕을 만족하게 하기 위하여 온갖 곤충들을 물고 나르는 수고를 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작은 날개로 덮어주고 위험이 닥치면 온몸으로 막아내어 제 자식처럼 키워낸다.

뻐꾸기는 “고맙다 뻑꾹, 고맙다 뻑꾹, 동박새야 ~ ~”라며 동박새에게 감사의 노래를, 자신의 새끼에게는 “뻐꾹 ~ 뻐뻐꾸욱, 뻐꾹 ~ 뻐뻐꾸욱”하며 목소리로 정체성의 유전자(DNA)를 전달한다. 이들은 성장한 새끼들이 야생의 세계로 날아가게 할 준비를 시키고 있다. 뻐꾸기를 포함하는 두견새과의 새들은 어떻게 다른 새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탁란하고 자신의 새끼를 키우는 수고까지 위탁하는 엉큼한 습성을 어떻게 개발하였을까?

다 자란 새끼 뻐꾸기는 자신을 낳아준 어미 뻐꾸기가 불러주는 “뻑꾹~ 뻑꾹~” 노랫가락을 따라 건장한 뻐꾸기가 되어 야생의 세계로 날아갔고, 키운 정을 못 잊은 동박새는 빈 둥지를 옆에 두고 머뭇거리다 동박새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동박새 알들을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낸 뻐꾸기 새끼
동박새 알들을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낸 뻐꾸기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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