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바다의 가치와 역할 재조명
⑨ 바다의 가치와 역할 재조명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2.05.0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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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바다의 날을 축하하며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현대해양] 우리나라 136개 기념일 중 바다와 관련된 날은 9개가 있다. 그런데 정부 주관 53개 기념일 중 주관부처가 해양수산부인 날을 찾아보니 ‘바다의 날’이 유일했다. 바다의 날은 1994년 유엔 해양법협약 발표 이래, 미국, 일본 등이 바다 기념일을 제정하면서 탄생했고, 이제 글로벌 축제일 중 하나가 됐다. 우리나라 바다의 날은 1996년 제정됐고, 해상왕 장보고가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5월을 기념하자는 취지로 5월 말일로 정했다고 한다. 올해 26돌을 맞은 우리 바다의 생일을 축하하며, 바다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재조명하고자 한다.

 

풍요로운 바다? 아껴쓰는 바다!

숨 쉬는 생명을 잉태한 바다는 우리 삶의 터전이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절반은 바다에서 만들어지고, 우리가 먹는 단백질의 30% 이상이 바다에서 온다. 그런데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은 기후위기와 함께 회복력을 크게 상실했다. 바다에 얼마만큼의 자원이 있고 어떻게 총량을 더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배부른 소리가 됐다.

지난 반세기 해양생태계는 기후변화, 연안 개발, 해양오염 등과 같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았고, 그 피해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결국, 현재 가용한 바다 자원의 총량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졌다. 자원 회복(예: 해양생태계 복원과 보호)을 위한 과학연구 고도화와 가용한 자원을 ‘잘’ 쓰는 전략이 동시에 필요한 때다. 인류세로 명명된 작금의 해양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고민과 즉각적 실천이 요구된다.

2015년 UN은 지구를 살리기 위한 글로벌 약속으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채택했다. 14번째 목표로 ‘Life Below Water’, 즉 해양생태계와 관련한 인류 공동의 목표가 있다. 목표 달성 시기가 명시된 7대 세부 목표는 작금의 바다 상태를 시사한다. 세부 목표는 크게 오염, 복원, 산성화, 남획, 해양 보호지역, 수산 보조금, 해양자원을 키워드로 하는데 ‘해양생태계서비스 증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생태계서비스는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편익을 말한다. 통상 공급, 조절, 문화, 지원의 4대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 편익의 전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투자에 있으므로 서비스 증진은 무조건적 보호라기보다는 바다의 효과적 이용 측면임이 중요하다. 만선을 이룬 어부의 기쁨은 잠깐이겠지만, 적정 수준의 물고기만 잡는 어부는 가족과 자손 대대로 풍족한 어장을 물려주는 행복한 삶을 누릴 것이다. 인간 활동 영향으로 황폐해진 바다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바다를 물려주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바다를 ‘어떻게’ 현명하게 잘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겠다.

어떻게? 해양공간계획이란?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해양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써 ‘해양공간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해양공간계획은 해양공간의 지속 가능한 이용개발 및 보전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공공복리를 증진하고 해양을 풍요로운 삶의 터전으로 조성함을 말한다. 높은 성장잠재력을 갖는 해양을 개발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새로운 경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양공간에 대한 경쟁과 이용 사이에서 갈등이 초래된다. 그 갈등의 심화는 결국 지속할 수 있는 해양생태계 보전이란 목표 달성의 걸림돌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해양생태계와 해양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공간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사회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65개국에 이른다. 일찍이 2000년대에 해양공간계획을 도입한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가는 계획 수립 및 공간계획 이행 후 효과성까지 검증했다.

해양공간계획의 효과는 명확하다. 해양공간 계획은 이용행위별로 최적의 공간을 사전에 할당함으로써 갈등 및 거래비용 절감, 불확실성 감소로 인한 투자환경 개선이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또한, 해양생태계 보전 및 해양생물다양성 증진 등 생태계 측면의 긍정적 역할도 크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통합적 해양공간관리를 통해 의사결정 신속성과 합리성 제고로 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해양공간계획은 인간 활동과 해양생태계 간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해양생태계서비스를 지속시키는 강력한 실행 수단인 셈이다.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 연구는 진행형!

그렇다면 해양공간계획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정성·정량적으로 분석해서 이를 공간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다. 해상풍력을 예로 들어보자. 특정 지역에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설치하려고 할 때, 해상풍력이 주는 혜택(친환경 에너지 생산 등)과 피해(수중소음, 전자기장, 부유사로 인한 해양생태계 피해 혹은 수산자원 감소 등)를 경제적 화폐단위로 환산하여 비교할 수 있다면 그 건설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생태계가 제공하는 다양한 유·무형의 혜택을 화폐로 환산하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사람에 따라 해양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여 년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 연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비해 10여 년 늦게 관련 연구가 시작됐다. 우리나라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 연구는 2010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최초로 수행했다(남정호 외, 2010). 해당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연안해역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는데, 선호도 기반 평가 방법으로 추산된 연안생태계의 경제적 가치가 국내총생산(2010년 GDP 1,203조 원)의 3.8%인 약 46조 원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해양생태계서비스의 대상, 유형, 범위가 통일되지 않은 점, 기존 결과 활용에 따른 일반화의 어려움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201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관으로 착수한 우리나라 연안의 생태계서비스 가치 연구가 최근 마무리됐다. 본 연구에 참여한 우리 연구진은 해양생태계 구조와 기능 규명을 목표로 조절 및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정략적 가치평가 연구를 수행했다. 본 연구의 목표는 전국연안을 대상으로 해양생태계의 공급, 조절, 문화, 지원서비스를 각각 산출하고, 통합공간분석 방법을 적용하여 전체 서비스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해양 이용개발에 있어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을 지원하는 것도 포함됐다.

해당 연구의 일부 결과가 최근 언론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우리나라 갯벌의 조절, 문화서비스 가치가 17조 8,000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보고된 조절서비스 가치에는 유기물 정화, 인 정화, 질소 정화 등 대표적인 수질 정화 서비스와 재해저감, 탄소저장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됐다는 점에 기존연구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갯벌의 가치평가 고도화 연구

해양의 유기물 정화는 생지화학적 순환 프로세스를 고려해서 크게, 휘발, 분해, 연안으로의 유출, 퇴적으로 인한 제거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퇴적으로 인한 제거에 초점을 두고, 전국연안 대표 갯벌 20개 지역에서 채취한 코어퇴적물 내 질소 저장량 및 침적률을 조사한 후 원격탐사 기법을 활용하여 전국 단위에서 갯벌 퇴적물에서 제거되는 질소의 양을 통해 유기물 정화 조절서비스 가치를 평가했다. 즉, 현장 퇴적물 내의 총질소 저장량과 연간 총질소 침적률을 계산하고, 원격탐사 기법으로 동해, 서해, 남해 갯벌의 퇴적물 성상과 면적을 전국 단위로 추산한 후, 각 지역 갯벌의 성상별(뻘, 혼합, 모래갯벌) 단위 면적당 총질소 저장량과 침적률을 계산하여 전국 단위 결과를 제시한 것이다. 갯벌의 오염정화 조절서비스 산출을 위해 지역별 연간 총질소 침적량에 질소 처리비용(4만 4,240원 kg-1)을 곱해 총질소 제거 원단위를 산정하였다.

분석 결과, 경기도(인천 포함)의 유기탄소 저장량이 약 72만 톤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강원도가 약 6백 톤으로 가장 낮았다. 아울러, 전국연안 조간대 갯벌은 약 152만 톤의 총질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약 8천 톤의 질소를 침적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조간대 갯벌의 연간 정화서비스 가치는 최대 약 3,624억 원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대도시 육상기원 유기물 제거 완충저류시설의 설립비용이 약 700~800억(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 예시, 2021년 6월 준공)인 점을 고려하면 갯벌의 정화서비스 가치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나아가 전 세계 국가의 총질소 제거량을 추산하기 위해 국가별 갯벌 질소 침적률과 전 세계 갯벌 면적(127,921 km2)을 활용해서 추산하였다. 계산 결과, 전 세계 총질소 제거 가치는 약 150억 USD yr-1(평균 질소 침적률 적용 시, 약 4.1 Mg N km-2 yr-1)로 추산됐다. 한국 갯벌의 총질소 제거 가치는 연간 약 2억3천만 USD로써, 전 세계 국가 중 16위로 평가됐으며, 아시아 국가 중 인도네시아(17억 USD yr-1)와 중국(10억 USD yr-1)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조간대 퇴적물의 블루카본 잠재량 산정을 바탕으로 전국 갯벌의 탄소흡수 조절서비스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졌다. 역시 현장조사 자료와 원격탐사 기법을 활용하여 전국 단위로 계산하였다. 경기도(인천 포함)의 유기탄소 저장량은 약 6백만 톤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강원도가 약 4천 톤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아울러, 전국 연안 조간대 갯벌은 약 1,300만 톤의 유기탄소(~CO2 4,800만 톤)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약 7만 톤(~CO2 26만 톤)을 침적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는 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양과 동일한 수준이다.

탄소저장 조절서비스의 경우는 지역별 유기탄소 저장량 및 연간 유기탄소 침적량에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현재 시세, 역대 최고 시세)을 적용하여 경제적 가치로 추산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해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에 대해 사업장 간 온실가스 배출권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로써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산화탄소 경제적 가치평가는 한국개발연구원(2021)이 제시한 4만 3,000원 t-1을 적용해서 계산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 갯벌은 평균적으로 1km2 당 약 30t의 CO2가 매년 저장되는데, 이는 최대 약 130만 원의 가치를 가지며, 전국연안 조간대 갯벌의 1년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여 최대 약 120억 원이었다.

이렇게 각각 산출한 정화 가치를 모두 합산하면 우리나라 갯벌의 조절서비스 가치는 연간 16조 3,786억 원으로, 기존에 알려진 2조 2,883억 원의 7배에 이르렀다. 특히, 환경 혜택인 오염물질 정화 가치는 14조 원으로 기존 발표한 정화 가치보다 8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기준 하수도 시설 관련 예산의 6.6배에 달하는 것으로, 자연정화의 가치가 실로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2018년 기준 국내 하수도 시설 유지관리 비용 2조 2,728억 원)

재해저감 조절서비스 가치평가는 갯벌이 없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뒤 피해 저감에 필요한 대체 방파제 건설 비용을 산정함으로써 경제성 효과를 평가한 부분이다. 태풍 해일로부터 바닷가 지역의 재산을 보호하고 인명 손실을 막는 재해저감 서비스 혜택의 가치는 연간 2조 1,414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매년 70km의 방파제 건설을 대체하는 효과와 같다.(경기만 지역 방파제 건설 평균단가 3,092만 원 m-1 적용)

관광, 휴양, 경관, 심미, 교육, 유산, 영감을 아우르는 갯벌의 문화서비스 혜택은 앞선 방법과 달리 한 사람당 지불의사액을 적용하여 추산했다. 문화서비스는 무형의 비시장 가치란 특성을 고려해서 선호도 기반 가치평가법과 지출 비용에 기반한 시장가격법을 병행해서 가치를 평가했다. 이때 전국 367개 해양관광지의 방문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하게 된다. 그 결과, 문화서비스의 가치는 연간 1조 4,335억 원으로, 기존에 알려진 6,228억 원보다 2배 이상 크게 나타났다. 이는 경북 울진군에 입지한 국립해양과학교육관과 같은 시설 35개를 건설하는 비용과 맞먹는다.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평가 고도화 연구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평가 고도화 연구

 

우리가 계속해야 할 일

우리나라 바다와 갯벌의 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에 대한 융합연구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우리나라 해양과학이 1960년대 태동했고,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 실적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융합연구의 길은 멀고 험한 것 같다. 이번 연구는 갯벌의 가치평가에 대한 국내 최초의 다학제간 공동연구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갯벌 생태계서비스 중 조절서비스와 문화서비스 가치평가 부분은 갯벌 보전과 복원의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국내 최초 연구로써 향후 관련 연구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 연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최근 탄소흡수 능력이 인정된 K-갯벌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고도화 연구를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그리고 통 큰 R&D 투자를 기대해본다. 해양공간계획의 필수라 할 수 있는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 연구는 1회성 연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생태계서비스의 대상 및 유형 확대, 정량화의 객관화 및 현실화, 전국 서비스 추산의 대표성 확보, 영향평가의 고도화 등 아직 더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전 세계인이 세계자연유산이 된 K-갯벌과 그 가치를 규명하기 위해 함께 연구하고 고민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상상해본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의 해양 기초과학 역량이 다양한 국가 해양난제를 해결하는 주춧돌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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