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운항 동맹 감시 논란
바이든 정부의 운항 동맹 감시 논란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5.0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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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앞선 준비, 누구의 몫일까?

[현대해양] 최근 미국의 ‘해운 얼라이언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최악의 경우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해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대 얼라이언스가 해운업계를 컨트롤하고 있다”며 운항 동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유럽위원회(EC)에서도 끊임없이 CBER(Consortia Block Exemption Regulation : 독점금지 적용 제외)의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라이언스의 해체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전문가들은 해운 시장이 변화의 시기라는 데는 공감했다. 그러면 우리는 변화하는 해운 시장에 얼마만큼 대비하고 있을까?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한 HMM의 프리빌리지호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한 HMM의 프리빌리지호

바이든 정부 “얼라이언스가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연방해사위원회(FMC:Federal Maritime Commission)에 선사가 화주에게 부과하는 컨테이너 체선료(D&D:Demurrage & Detention)를 단속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해운업개정안 OSRA 2021(Ocean Shipping Reform Act 0f 2021)은 미 하원과 상원을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불공정한 행위로부터 미국 화주를 보호하고, 화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규제하며, 해운사와의 계약제도를 변경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3대 얼라이언스가 해운업계를 컨트롤하며 운임 가격을 올리고 있고, 미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공평한 해운 경쟁을 조성하고, 얼라이언스에 대한 독점금지법상의 면제 조항을 바꿔야한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사 전문가 A 씨는 미 정부는 향후 독과점의 기준 자체를 낮추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정부의 정치적 정책일 뿐”

글로벌 정기선사의 대변기구 세계해운평의회(WSC:World Shipping Council)는 지난 2월 미국의 해운법 개정에 대해 “해운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시킨다고 공급망 혼란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WSC는 현재의 혼란한 상황은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일 뿐 얼라이언스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의 일방적 조치는 글로벌 운송시스템을 뒤바꾸고, 미국 수출입업계를 위한 서비스를 축소시킬 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미 정부가 얼라이언스를 압박하는 이유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간선거는 임기 2년의 연방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임기 6년의 연방상원의원 3분의 1(34명), 그리고 36개 주의 주지사와 30개 주의 검찰총장, 거의 모든 주의 주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다. 특히 대통령 4년 임기 중간에 위치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기능을 하기에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가장 큰 이벤트이기도 하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유권자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농산물 관련 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 농산물은 아시아 물품을 선적한 컨테이너선이 미국 항구에 양하(揚荷) 후 비교적 저렴한 운임비를 내고 수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항만 적체가 심화되며 선박들은 굳이 미국 내륙까지 이동해 농산물을 선적하기보단 운임비가 비싼 아시아로 바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미국 농산물 업계의 항의가 커지고 있다는 것.

해수부 ‘e-나라지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국적선은 2020년 기준 202척에 불과했다. 국적선이 거의 없는 화주 기업이므로 선사들의 이익은 크게 고려대상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미국에서 실질적 얼라이언스 해체가 진행되면 유럽위원회(EC)의 평가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EC는 기본적으로 독점금지법을 따르고 있으나, 1995년 CBER을 도입한 후, 5년 단위로 재검토를 거치고 있다. 다음 검토 기간은 2024년 4월이며 지금도 OECD와 유럽화주단체(ESC), 글로벌해운포럼(GSF) 등은 CBER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얼라이언스 영향력에 대한 찬반양론

얼라이언스의 영향력과 얼라이언스 해체 후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얼라이언스 해체가 국내 선사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측은 1984년 미국의 신해운법(Shipping Act of 1984) 시행 당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해운법의 골자는 해운사의 단체행동 대부분을 철폐하거나 금지하는 것이었다. 해운동맹제도는 사실상 무력화 됐으며, 운임비 경쟁으로 인한 운송서비스의 질이 하락했고, 미국·영국·일본 등의 원양 정기해운사가 축소되는 등 전 세계 해운업계는 큰 부침을 겪었다.

A 씨는 “얼라이언스가 해체되면 선사들의 과당경쟁이 시작되고, 운임 서비스의 질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MSC의 경우 자체 선복량에서 얼라이언스 항로에 속하는 선복량은 33% 정도인데, HMM의 경우 95%의 선복량이 얼라이언스 항로에 속한다. 이런 경우 얼라이언스가 약화되면 선사 역시 치명타를 입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HMM 관계자는 “우리는 얼라이언스 해체가 곧 일어날 일이라 보지 않으며, 얼라이언스가 해체된다 해도 9개 선사 정도가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현 해운 시장에서 예전같은 치킨게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정부 차원 시나리오 마련은?

정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해수부 해운정책과 담당자는 “2018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번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얼라이언스는 해운시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미국이나 유럽 정책에 대해 우리나라가 어떤 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동향은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교수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베스트 시나리오 뿐 아니라 워스트 시나리오도 준비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도 리스크 관리 없이 계속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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