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산물은 비싸게 느껴질까?
왜 수산물은 비싸게 느껴질까?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5.11 18: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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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유통구조에 숨겨진 이야기

[현대해양] 수산물 유통경로가 단순해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수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더 신선한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직거래도 인기다. 우리나라 정부는 수산물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왜 수산물 유통비는 계속 오르는 걸까? 왜 수산물은 늘 비싸게만 느껴지는 걸까?

산지 상황과 소비자 체감 가격에 간극이 생기는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유통 마진율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0년 유통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산물 평균 유통 비용률은 57.2%로 2019년 45.2% 대비 약 26.5% 증가했다. 품목별 유통 비용률은 넙치가 70.0%로 가장 높았고, 이어 고등어가 68.5%, 명태가 62.9% 등으로 평균 이상을 차지했다. 유통 비용률이 70%라는 것은 물고기 한 마리의 소비자가격을 1만 원이라 가정했을 떄, 생산자 수취가격이 3,000원,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체 유통비용은 7,000원이라는 의미다. 유통비용이 수산물값의 절반 이상을 웃도는 유통구조 탓에 소비자들은 수산물이 산지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수산물은 어떤 유통망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 걸까? 유통비는 왜 이렇게 비싸게 느껴질까? 수산물 유통단계를 줄이면 그만큼 수산물 가격도 줄어들 수 있는 걸까?

생산자 수취율 감소, 유통비용율 증가

수산물 생산자의 평균 수취율(受取率, 소비자 가격에서 수산물 생산자인 어업인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감소하는 반면, 유통비용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유통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산물 평균 생산자 수취율은 2018년 47.7%에서 2019년 45.7%, 2020년 42.8%로 계속해서 감소하는 데 반해 수산물 평균 유통비용율은 2018년 47.7%에서 2019년 45.2%, 2020년 57.2%로 높아지고 있다. 조사 보고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는 증가했으나, 반대로 도매시장 물류 차질 및 인건비 증가 등으로 도매단계 유통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생산자 수취율 감소에 대해서는 어종별로 조금씩 달랐지만, 생산자 가격 하락, 직·간접비 상승, 산지가격 상승, 유통비용 증가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수산물은 왜 이렇게 비싸게 느껴질까?

소비자가 수산물을 구입하는 가격에는 수산물을 생산하는 사람과 유통을 담당하는 사람의 몫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생산자의 몫을 ‘생산자 수취가격’이라고 하고,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에서 생산자 수취가격을 뺀 나머지를 ‘유통 마진(margin)’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통 마진에는 유통에 필요한 비용과 유통업자의 이윤이 포함되어 있다. 고등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바다에서 잡은 고등어를 양륙하고 경매 전 배열하는 데 투입되는 ‘인건비, 어상자대, 얼음대’와 ‘위판 수수료’ 등은 유통 마진에 포함된다. 경매를 거친 고등어가 낙찰돼 소유권이 중도매인에게도 넘어가면, 이 고등어는 소비지 도매시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통비’나 ‘유통업자의 이윤’, ‘인건비’ 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물가, 인건비, 유류비 상승률 등은 꾸준히 오르는 유통비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활어, 선어, 냉동 상태로 유통돼 신선도가 중요한 수산물 특성으로 다른 상품에 비해 유통이 더 까다롭고,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장홍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수산물은 다른 상품에 비해 유통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유통 단계 전 어획한 물고기를 보관할 시설도 필요하고, 원어(原魚) 상태 그대로 보존해 유통해야 하는 특성 탓에 냉동·냉장창고, 저온 화물차량 등에 비용이 든다”며 “또 활어 1톤을 옮기려면 물 10톤이 필요하다. 공산품이 아닌 수산물이기 때문에 유통기능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물류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어획물 양륙
어획물 양륙

복잡한 유통구조, 다양해지는 유통망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수산물은 어떤 유통 단계를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 걸까? 수산물 유통 단계는 ‘생산자 -> 산지 위판장(경매) -> 산지 중도매인 -> 소비지 도매시장(경매) -> 소매상 -> 소비자’로 이어지는 6단계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소비지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단계를 거치는 수산물은 매우 적다. 장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수산물이 소비지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비율은 전체 500만 톤 중 10~13%에 불과하며, 유통구조를 단계로 나눠 설명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수산물 유통구조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유통산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수산물 거래에 있어 기존 오프라인 거래 방식에 비해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거래 선호도가 증가했다. 과거 수산물 유통경로는 계통경로가 주축으로 활용됐으나, 수요자 주도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유통경로의 다양성이 자리 잡았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오프라인 거래방식에서 오프라인 거래방식에서 온라인 및 인터넷 거래를 비롯해 드라이브 스루 등 비대면(언택트) 방식의 거래가 증가하며 유통경로의 다양화가 확대됐다. 또한 산지에서 수산물을 직접 매입해 전처리·가공하는 수산물 산지 거점유통센터(FPC) 8개소와 산지와 소비지를 연계한 거점별 공동물류 인프라 소비지 분산물류센터(FDC) 2개소가 운영 중으로 유통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운반선에서 양륙된 고등어를 배열하고 있다.
운반선에서 양륙된 고등어를 배열하고 있다.

“유통단계 줄어도 유통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수산물 유통경로가 다양해지고 유통단계는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수산물 유통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걸까? 김수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해양수산부 기고를 통해 “수산물 유통 마진은 유통단계별로 발생하기 때문에 수산물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는 유통단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단계를 줄인다고 유통의 물류 기능을 그만큼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통과정에서 물류 기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인 유통경비 중 상당 부분은 사라지지 않고, 일부 비용과 상업이윤만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연구위원은 “유통단계 축소를 위한 노력은 기존 유통경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경쟁을 통해 유통효율을 높여 유통 마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축소된 유통경로가 기존의 유통경로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3년부터 해양수산부가 추진한 산지거점물류센터(FPC)와 소비지분산물류센터(FDC)가 당시 의도했던 취지와는 다르게 수산물 유통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를 하지 못한 사례를 들어 설명이 가능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3년 산지거점물류센터(FPC)와 소비지분산물류센터(FDC)를 건립해 생산단계부터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복잡한 6단계의 수산물 유통과정을 4단계로 줄여 유통비용의 거품을 빼겠다는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어 2018년 6월 수산물 유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수산물 유통혁신 로드맵(2018~2022)’을 발표한 해양수산부는 수산물 유통혁신 정책으로 구축한 유통센터로 산지위판장-FPC-FDC-소비지를 연계하는 유통망이 생겨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당시 의도와는 다르게 유통센터가 수산물 유통비용을 줄이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해양수산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유통비용 감소를 목표로 중점 추진한 사업인 것은 맞지만, FPC가 취급하는 수산물 물량의 비중이 전체 수산물에 비해 많지 않아 유통비용 감소라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유통정책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FPC가 취급한 물량은 총 6만 4,000톤에 불과했다.

강종호 경상대학교 교수는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에 대해 “FPC 도입이 유통단계를 축소해 물류비용, 유통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것은 맞지만, 이것이 근본적 도입 이유는 아니다”라며 “근본 이유는 산지 수산물과 소비자가 원하는 수산물 형태의 괴리가 커 이 단계를 맡아서 수행할 단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해 주는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위원은 “FPC는 원물의 수산물을 세척, 가공해 상품화하기 때문에 오히려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유통구조를 단계로 구분한다면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선어, 원어 형태를 판매하던 것을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해 판매하기 때문에 물류적 기능은 더 늘어나게 되며, 단계로 따지고 본다면 오히려 단계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산물 양륙, 배열, 선별 등을 하는 항운노조 인력
수산물 양륙, 배열, 선별 등을 하는 항운노조 인력

프리미엄 수산물 찾는 소비자들

산지에서 생산된 원어와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수산물 형태 간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손질된 생선을 구매하기를 원하며 이에 순살 생선, 간편 수산물 키트, HMR 식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강 교수는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생산자 수취가격은 내려가고 비용이나 중간 마진은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는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더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직거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며, FPC, FDC 구축과 수산물 수급 조절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FPC는 수산물 처리물량의 규모화와 절단·소분·포장 등 부가 가치화를 통해 다양한 상품화 요구를 충족하고, 생산자 수취가격 제고로 어업인의 소득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FDC는 전국 산지에서 수산물을 집적하고 다양한 소비지로 분산해 수산물의 신선도 유지와 유통 효율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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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2416 2023-09-05 02:43:50
빨간당 열성 지지자인 내친구도(이기회에)저렴해진 수산물 많이 사먹겠다고ㅋ야.평소 얼마나 자주 먹었냐?돈이나 있고? 찍소리 못하고 깨갱ㅎ http://kin.naver.com/qna/detail.naver?d1id=4&dirId=40502&docId=448690803&page=1#answer3

장홍석 2022-05-14 04:10:33
제가 여기서 인터뷰한 장홍석입니다.
1. 저는 KMI 연구위원이지, 수산정책양식연구실장은 아닙니다.
수정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