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산업 폭발적 성장 직전
해양레저산업 폭발적 성장 직전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5.1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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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레저보트의 증가, 해양레저산업 성장 이끈다”

[현대해양] 레저는 국민소득에 따른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해외 선진국 사례를 보면 대체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소득을 기점으로 해양레저의 대중화가 열린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처음 넘긴 후 12년 만인 2021년 1인당 국민소득 3만 5,000달러를 달성했다.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해양레저관광활성화대책(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 관광산업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등 근로시간 단축 및 워라벨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으로 국민들의 여행수요는 지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2019 경기해양레저산업 육성전략 보고서’는 “해양레저산업 주요국의 1인당 GDP와 인구당 보트 보유 현황을 분석하면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고액순자산보유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확산에 따라 해양레저 산업 수요 성장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관광산업이 성장세를 보이는 지금, 해양레저산업 역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레저보트 시장이 커진다

해양레저 활동에 이용되는 레저보트는 휴양을 하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된 보트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레저보트는 2007년 2,400여 척에서 2017년 2만 대를 넘어섰으며, 2020년에는 3만 2,000대까지 늘어났다. 연간 등록대수는 2012년 2,500대를 넘어 2019년에는 2만 8,876대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동향을 보면 3,000대씩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레저보트를 직접 보유하려는 이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수상레저기구 조종 면허를 취득하는 사람도 덩달아 늘고 있다. 동력수상레저기구 신규 조종면허 취득인원은 2012년 1만 4,233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0년 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21년에는 2만 1,313명이 면허를 취득했다.

 

소형레저보트 판매량 급증

수출입무역통계와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모터보트 수입액은 2010년 568만 6,000달러에서 2020년 1,019만 7,000달러(한화 약 130억 원)까지 증가했다. 레저보트를 수입·판매하는 보트 판매사 스타보트 채준석 대표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보트 판매량은 약 30% 이상 증가했으며, 홈페이지와 이메일 문의는 62%, 유튜브 조회수는 56%가 증가했다고 한다. 보트에 대한 관심도 예전에는 50대가 주 관심층이었다면, 지금은 특히 30대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충환 경기도 전문위원(경영학 박사)은 레저보트 판매량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낚시 인구의 급증을 꼽았다. 김 전문위원은 “소형레저보트에서 선상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났다. 과거 낚시터를 찾던 이들이 바다로 나와 낚시 어선을 빌려 타게 됐고, 낚시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된 사람들은 가족, 연인과 시간을 보내면서 취미활동까지 할 수 있는 레저보트를 구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형레저보트는 요트처럼 화려하거나 클 필요도 없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큰 부담 없이도 구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상황도 보트 판매량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2021년 8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행한 ‘휴양과 레저, 문화가 공존하는 마리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소비력을 갖춘 사람들의 해양레저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곡항에서 육상 보관 중인 레저보트들
전곡항에서 육상 보관 중인 레저보트들

 

조건 충분해, 그런데 왜?

김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소형보트 중심으로 해양레저산업이 성장하는 구조로, 소형보트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국내 해양레저 산업의 활성화를 견인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렇다면 왜 아직 우리는 보트나 요트같은 해양레저활동이 대중화됐다고 느끼지 못하는걸까? 유흥주 수원대학교 스포츠과학부 특임교수는 “스포츠 대중화 조건을 국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 정의한다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으로 대중화로 갈 수 있는 여건은 갖춘 셈이지만, 아직 대중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해양레저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인구가 지금의 10배가 되어야 대중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증가에도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부족한 문화적 접근’과 ‘해양레저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아직도 보트나 요트가 상위계층만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레저활동에 대한 지나친 안전적 규제도 문제다. 해양레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해양으로의 국민들의 접근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의 한 요트체험장. 1만 원이면 요트 체험이 가능하다.
통영의 한 요트체험장. 1만 원이면 요트 체험이 가능하다.

슬립웨이 시설 부족, 산업 활성화 저해 원인

해양레저산업 활성화의 물꼬가 트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개인 레저보트 소유주에 대한 세심한 눈길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개인 레저보트 소유주가 늘어나면서 바다에서 어업활동을 하는 어업인들과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어 이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준석 스타보트 대표는 “수도권에 있는 몇몇 대형마리나를 제외하고는 슬립웨이 시설이 없는 곳도 많고, 제 기능을 못하는 부실한 슬립웨이를 둔 곳이 많다. 어업인들을 위해 슬립웨이를 아예 막아버린 곳도 있다”며 “레저보트 소유주가 많아지면서 어업인과의 갈등도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립웨이는 레저보트뿐만 아니라 어선, 상선 등 소형보트의 인양과 수리를 위해 설치된 시설이다. 레저보트 소유주가 많아지다보니 어업인들과 슬립웨이를 공유하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채 대표는 “레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슬립웨이 등의 접안시설은 곧 마리나다. 마리나에는 소형보트의 인양과 수리를 위한 슬립웨이(선양장, 슬로프 등을 통칭), 상업시설 등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슬립웨이 시설이 아예 없는 마리나, 제 기능을 못하는 슬립웨이를 둔 마리나가 너무 많아 해양레저 활성화를 저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세계 관광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3.9% 이상 성장 중이며, 전체 관광시장에서 해양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약 50%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은 해양기반 경제규모 내에서 해양관광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해 산출하는 등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 육성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19년 해양레저관광활성화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산업 육성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마이카(my car)시대가 열린 것처럼, 마이보트(my boat)의 시대도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성장 조건을 모두 갖춘 해양레저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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