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에 바란다] 임준택 수협중앙회 회장
[차기 정부에 바란다] 임준택 수협중앙회 회장
  • 임준택 수협중앙회 회장
  • 승인 2022.04.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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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살릴 획기적 정책 필요해

[현대해양] 거친 파도 너머 펼쳐지는 황금어장에서 연신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업인들의 생기가 가득한 곳. 팔딱거리는 물고기를 가득 실은 배들이 쉼 없이 드나들며 북새통을 이루는 어시장의 활기 넘치는 일상. 수없이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푸른 비단 물결과 같은 바다를 보며 일상의 여유를 찾고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는 곳. 보통의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어촌의 풍경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다. 지금 바다와 어업인 모두 속은 시커멓다 못해 타들어가는 중이다.

소멸 직전에 몰린 수산업과 어촌
한때 매년 200만톤에 육박하던 연근해 어획량은 최근 몇 년 동안 평균 94만톤 선에 불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텅 빈 바다가 되어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치다. 과거 90만명을 넘었던 어가인구가 10만명 선이 붕괴된 것도 심각하다. 어촌 소멸 우려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해상풍력개발, CPTPP 등 자유무역 가속화, 극심한 인력난, 지지부진한 수산업 구조조정 등 해묵은 난제들이 해결 기미조차 없기 때문이다.

난개발 속 어장 빼앗는 해상풍력
어제까지만 해도 그물을 끌어올리던 바다를 발전기로 뒤덮으면 어업인들은 갈 곳이 없어지고 생계가 막막해진다. 어업인이 아무리 반대해도 그 기세는 꺾이기는 커녕 동서남해 가릴 것 없이 해상풍력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며 어업인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가고 있다.

현실 외면 감척사업, 위험천만 노후어선 양산…어업경쟁력 발목
낡을 대로 낡아 위험하기까지 한 노후 어선은 점점 늘어나지만 턱없이 낮은 감척보상으로 인해 폐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웃 나라들이 어선 신조를 적극 장려하며 어업경쟁력을 높이는 사이우리 어업인들은 오늘도 낡은 어선에 의지한 채 바다로 나서고 있다.

국민 혈세로 수입수산물 대량구매…군급식 경쟁조달 
또한 국산 수산물을 외면하고 수입수산물을 채워 넣을 수밖에 없는 군급식 경쟁조달 추진도 큰 문제다. 국민 혈세로 외화를 유출하면서 장병들은 저급의 수산물을 먹어야하고, 어업인들은 판로를 잃어버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이 같은 정책은 재고해야 마땅하다.

외국인 인력 태부족 어촌, 일손 모자라 폐업까지 
인구 고령화와 인력난에 허덕이는 어촌에 숨통을 틔워주는 외국인선원의 도입마저 원활하지 못한다면 수산업은 곧 멈춰 서고 어촌은 소멸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 되면서 방역문제로 외국인력 입국이 더욱 제한됨에 따라 폐업을 선택하는 어가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촌과 수산업 소멸 결정타 될 CPTPP
여기에 곧 가입을 공식화하려는 CPTPP까지 당면한 수산업은 그야말로 회생 불능이 될 수밖에 없다. CPTPP는 사실상 완전 개방과 다름없는 관세철폐율을 적용함에 따라 국내 수산물 시장의 수입산 장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각국과의 무역협정으로 인해 피폐해진 어업인에게 필수적인 각종 정책 지원을 보조금으로 간주해 폐지토록 함으로써 전대미문의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소외된 수산업 정책 방향 전환 필요
이처럼 어업인들의 생업 터전인 바다는 지난 수십년 동안 성장과 경제논리를 우선해 왔던 정책 속에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 바다를 파괴하는 각종 개발들로 몸살을 앓으며 어장은 계속해서 망가지고 있다. 또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들로 타 산업은 수출호황을 누렸지만 어업인은 쏟아져 들어온 수입 수산물과 싸우며 생존권을 위협받는 실정이다. 이렇게 어업인을 소외시켜 왔던 정책의 흐름들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수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그동안 쌓여온 수산업의 설움을 풀어주고 한발 더 나가 미래지향적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차기 정부, 바다환경과 사회적 약자인 어업인 동시에 보호해야
우선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첫걸음으로 환경보전부터 힘써야 한다. 바다를 망가뜨리는 해상풍력발전, 바다모래채취, 매립과 간척 등 무분별한 해양개발을 막고 미래세대를 위해 풍요로운 어장을 물려주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시장개방의 충격을 무수히 감내해왔던 어촌과 수산업을 회생불능으로 몰아갈 것이 분명한 CPTPP 가입은 전면 재고해야만 한다. 또 그동안 어업인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했던 군급식도 기존의 국산수산물 공급체계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며, 경쟁조달을 통해 값싼 저품질의 수입수산물로 장병들의 식단을 꾸리려는 정부의 방침은 당장 철회해야 마땅하다.

시간과 비용 혁신적으로 줄이는 스마트 유통 실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불만스러운 수산물 유통구조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복잡한 유통경로로 인해 증가하는 유통비용을 줄이면서 어업인의 소득은 늘리고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이는 개선책이 요구된다. 특히 시장 개방으로 밀려드는 값싼 외국산 수산물과 경쟁해야하는 이중고가 겹친 어업인들에게 있어서 유통경쟁력 강화는 필수불가결하다. 유통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단축하면 더욱 신선한 수산물을 빠르고 편리하며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다. 이는 우리 바다, 우리 어업인이 생산한 수산물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기 위한 공공형 판매 플랫폼(Platform) 구축과 같은 새로운 스마트 유통 인프라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천혜의 유산 우리 바다, 3면 3색 맞춤 정책으로 대대손손 물려줘야
우리나라가 3면이 바다로 둘러 쌓였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사실 다 같은 바다가 아니란 점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동해와 서해 그리고 남해는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해류와 수온, 기후, 해저 환경과 지형 등 다양한 면에서 상이한 특징을 갖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풍요로운 천혜의 어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잘 가꾸어 대대손손 물려준다면 미래 세대들이 무한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이 바로 한반도의 바다다. 따라서 바다를 잘 지키고 보전하는 가운데 3면 3색의 바다 별로 조업 여건과 특산물 등을 고려한 맞춤형 수산정책으로 뒷받침해서 수산업 발전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새 정책으로 새롭게 되살아날 우리바다
최근 세계적인 식량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발발한 전쟁사태로 인해 식량안보 문제가 새삼 부각 되고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지 않는다면 불안정한 세계 질서 속에서 국가의 안위를 담보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전 세계는 식량자원의 보고이자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바다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우리도 바다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아야만 하고 이는 단순히 102만 수산인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영속적인 발전과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새롭게 국정을 이끌어갈 새 정부에서는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서 대한민국 수산 앞에 놓인 난제들을 해소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앞으로도 국민의 식탁에 맛좋고 영양가 풍부한 양질의 국산 수산물이 계속 공급돼서 모두가 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차기 정부가 전국 102만 수산인과 함께 바다와 어촌을 다시 살릴 획기적인 정책들을 마련해줄 것을 간절히 열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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