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0] 양식은 관행어업이 될 수 없나?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0] 양식은 관행어업이 될 수 없나?
  •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2.04.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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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식 가시파래 사건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예순 번째 여행의 시작>

해양 개발이 계속되면서 관행어업권에 대한 보상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대법원에도 보상과 관련된 상당수의 판결들이 쌓이고 있고, 지난 번에도 관련 내용(차남 입어자 사건)을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실제 보상이 이루어지는 세부 항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업시행자와 어촌계 등이 관행어업 보상에 대하여 원칙적 합의를 하게 되면, 구체적인 금액을 확정하기 위해 전문기관들을 통해 어업피해보상조사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어촌계 등이 조사보고서에 실제로 발생한 손해 전부가 반영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무신고 내지 무면허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여러 어업행위에 대해서도 모두 산정해 주기를 원하고, 이러한 요청이 반영된 조사보고서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관행어업 보상은 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 관행에 대해 수산업법에 따라 특별히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모든 손해를 보상해 줄 수는 없고 법이 정한 일정한 한계 내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명시적으로 확인됩니다.

이 사건에서 A는 부산과 경남에 걸쳐 있는 명지, 녹산산업기지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로서 사업구역 내에 있는 B어촌계와 사업 시행에 수반되는 어업피해에 관한 보상을 협의하였습니다. B어촌계는 적법한 어업과 관행어업 외에 무허가, 무면허, 무신고어업도 보상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A는 적법한 어업과 관행어업 외에는 보상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거부하면서도 일단은 B어촌계의 요구에 따라 무허가어업 등도 피해조사의 범위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나 결국 A가 피해조사보고서상 무허가어업 등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자 B어촌계는 관련 손실도 보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은 무허가어업 등에서 무신고 도수어업만을 관행어업으로 인정하여 연간 예상피해액의 3배인 365,758,374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B어촌계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2심은 여기에 무신고 자연산 가시파래 채취어업을 관행어업으로 추가로 인정하여 총 1,021,914,903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A가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쟁점>

양식어업의 시설물에 붙어 생육하는 해조류를 채취하는 부분에까지 관행어업권이 성립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8다25979 판결>

구 수산업법상의 관행어업권은 일정한 수면을 구획하여 그 수면의 바닥을 이용하거나 그 밖의 다른 시설을 하여 패류·해조류 등 수산동식물을 인위적으로 증식하는 양식어업에 대하여는 성립될 여지가 없다.

양식어업을 관행에 의하여 하는 권리가 성립될 수 없는 이상 그 양식어업을 전제로 그 시설물에 붙어 생육하는 해조류를 채취하는 입어의 관행 또한 성립될 여지가 없다.

기록에 의하면, B어촌계는 이 사건 가시파래를 채취하는 지선어장 내에서 김과 파래 등을 대규모로 양식하여 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바, 가시파래는 원래의 생육 장소에서 떨어져 떠다니며 생육하기도 하나, 내만의 조개나 자갈은 물론이고 양식어업에 사용되는 지주식 김발이나 파래발 등의 시설물에 붙어 생육하기도 한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므로, B어촌계가 채취하여 온 가시파래 중에는 자신이 설치한 양식어업의 시설물에 붙어 생육하고 있었던 것도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B어촌계가 자신이 하는 양식어업의 시설물에 붙어 생육하는 가시파래를 채취하기도 하였다면 그 어업은 내만의 뻘 위나 얕은 곳의 저층 가까이에 떠다니거나 조개나 자갈 등의 다른 곳에 붙어 있는 것을 채취하는 어업과는 달리 B어촌계의 양식어업이 행하여지고 있는 동안에만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B어촌계가 하는 양식어업 자체에 대하여 구 수산업법상의 입어의 관행이 성립될 수 없는 이상 그 양식어업의 시설물에 붙어 생육하는 가시파래를 채취하는 입어의 관행 또한 성립될 여지가 없다.

 

<판결의 의의>

관행어업에 양식어업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한 판례가 되어 이에 대하여는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B어촌계가 영위하던 ①무면허 김, 바지락, 굴, 홍합 양식어업, ②무신고 가시파래 채취어업, ③무신고 가무락, 바지락, 우럭, 참맛 포획어업 중 ①번의 양식어업은 관행어업에서 당연히 제외됩니다.

그리고, 1심부터 대법원까지 무신고 도수어업인 ③번은 관행어업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되었고 이 부분도 이제는 명확합니다.

그런데, ②번의 무신고 가시파래 채취어업도 논리적으로는 관행어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나, 1,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서로 다르게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무신고 가시파래 채취어업이라면 일반적으로 관행어업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B어촌계가 채취한 가시파래가 B어촌계의 김 양식어업 등에서 채취한 것이라면, 즉 양식어업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이 부분은 관행어업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예순 번째 여행을 마치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송에서도 아주 작은 사실관계 하나가 전체 판결의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무신고 가시파래 채취어업이라면 대법원 판례상 당연히 관행어업으로 보상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겠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니 양식어업에서 채취하는 가시파래였던 것입니다.

소송에 들어가기 전 가능한 한 모든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고, 가장 유리한 주장을 단단히 세워놓아야 실제 소송에서 상대방의 공격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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