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56. 새들의 둥지치기 (上)
청봉의 새이야기 56. 새들의 둥지치기 (上)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2.04.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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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윗틈에 마련한 수리부엉이 둥지
바윗틈에 마련한 수리부엉이 둥지

입춘, 우수가 지나 뭇 생명들이 움직거리기 시작하는 경칩이 가까이 다가왔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한강에는 아직은 두꺼운 얼음 밑에서 새 생명들이 꿈틀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북한강 주변, 숲속에는 산새들이 곱게 다듬은 목소리로 짝과 벗을 찾고, 남한강에는 화려한 깃털로 단장한 물새들이 봄기운을 뽐내며 서로서로 불러 모으는 날갯짓으로 공감의 마음을 전한다.

마을 앞 돌산 바위틈에는 한 쌍의 수리부엉이가 작년에 새끼들을 잘 끼워냈던 둥지를 수선한다. 수리부엉이는 대한(大寒)의 추위 속에 알을 낳고 35일 기간의 알 품기를 시작했다. 알 품기는 암컷 부엉이가 전담한다. 수컷은 둥지 옆의 소나무 가지에 몸을 숨기고 천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알을 품은 암컷을 보호하고 먹이를 나르는 등 정성을 다한다. 새끼가 알에서 부화하면 암수 부엉이는 새끼들이 둥지를 벗어날 때까지 먹이를 물고 오고 그들을 보호하여 키워낼 것이다.

따뜻한 봄날이 시작되기 오래전부터 산과 들에서는 새들의 노랫소리로 요란스럽다. 숲속에서 울어대는 새들의 지저귐 속에는 그들의 생존과 종족보존을 위한 본능적인 삶의 경쟁이 치열하다. 공작새는 화려한 꼬리 깃털 세우기, 물총새는 먹이사냥, 꾀꼬리는 아름다운 깃털에 추가하여 고운 목소리 다듬기, 개개비는 높은 음정으로 노래하기, 뿔논병아리들은 수중 발레리나의 도리도리 춤추기를 선보인다. 종마다 생태환경에 적합한 방법으로 개체의 생존과 종족의 번성을 위한 짝 찾기의 기준으로 경쟁하느라 요란하다. 또한, 안전하게 새끼들을 키우고 지킬 수 있는 아늑한 둥지를 마련하기 위하여 분주하다.

동박새가 3개의 알을 낳았을 때 뻐꾸기가 탁란한 사진
동박새가 3개의 알을 낳았을 때 뻐꾸기가 탁란한 사진

까치들은 마른 나뭇가지를 물고와 묵은 둥지를 바쁘게 수리한다. 딱따구리들은 깊은 숲속 참나무에 ‘딱아~딱아~, 따딱아’ 구멍을 파서 새 둥지를 만들고, 원앙과 동고비 들은 딱따구리 새끼들이 떠난 낡은 둥지를 수선하느라 바쁘다. 민물가마우지는 강 버들 숲속에 둥지를 마른 나뭇가지로 짓고, 뿔논병아리는 한강 갈대숲에 수위변동에 따라 뜰 수 있는 수리학적으로 안전한 부유식 둥지를 개발하여 봄비에 대비하였다. 동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일명 : 뱁새), 딱새 들은 접시 또는 주발 모양의 새 둥지를 만드느라 작은 몸을 민첩하게 움직인다.

청명이 지나고 숲속의 연두색 나뭇잎들이 녹음으로 짙어지는 초여름 때면, 북한강가의 산 숲속으로 살그미 숨어 들어온 깍쟁이 ‘뻐꾹, 뻐꾹, 뻐 뻑꾹’ 뻐꾸기가 나타난다. 올 봄 두 번째 번식을 준비 중인 동박새, 뱁새, 개개비 등 작은 새들은 긴장의 눈초리와 의심의 귀깃을 쫑긋이 세운다. 뻐꾸기들은 뒤늦게 한반도에 도착하였지만 둥지를 치지도 않고 ‘뻑꾹~ 뻐~ 뻑꾹~’ 짝을 찾아서 노래만 불러댄다. 동박새가 2~3개의 알을 낳았을 쯤, 사기꾼 같은 눈초리로 주변을 살피던 뻐꾸기는 어미 동박새가 잠시 둥지를 비운 사이 순식간에 자신의 알을 동박새 둥지 속에 낳고는 그 둥지 주변의 숲에서 숨어 ‘뻐꾹~ 뻐꾹~ 뻑뻑~꾹, 내 새끼 잘 부탁한다’라는 노래로 동박새에게 약 올린다. 새끼에게는 어미의 보살핌은 없지만 꿋꿋이 뻐꾸기로 잘 성장하라는 격려와 바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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