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해상풍력발전의 득과 실
⑧ 해상풍력발전의 득과 실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2.04.0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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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현대해양] 전 지구적으로 기후위기 심각성에 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2021년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속도가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10년 빨라졌다고 한다. 최근 서울대 정수종 교수 연구팀은 산업화 이전 대비 2℃ 상승 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더운 여름이 자주 온다고 예측했다. 해마다 깨지는 폭염지수, 기록적 호우, 그리고 빈번해지는 슈퍼태풍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 피해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반도 기후변화 취약성에 관한 연구 결과도 끊이지 않고 있다. 동해안의 연안 침식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연안 침식의 가속화와 피해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연안 침식의 중요한 이유가 기후 온난화임은 밝혀진 사실이다. 연안 침식의 복원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해마다 수십-수백억 원의 복구 비용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근본적 원인 해결이 시급하다.

기후위기의 피해는 경제적 손실에 국한하지 않는다. 그 피해가 우리 삶과 직결되는 생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킨 화석에너지가 부메랑이 된 셈이다. 다른 선택지, 즉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자연에너지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다양한 자연에너지 중에서 바다의 풍력에너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계절풍이 강하고, 바람의 세기와 방향도 육상보다는 규칙적이란 점에서 해상풍력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입지 조건, 기술적 한계, 해양생태계에의 영향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해상풍력발전 현황

세계적으로 해상풍력발전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약 237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설치된다고 한다. 현재까지 영국, 독일, 중국 등 주요국이 해상풍력 전체 시장의 82%를 점유하고 있으나, 후발국도 늘어나는 추세다. 해상풍력 터빈 1기의 평균 용량은 2010년 3MW 수준이었으나, 최근 10MW급 터빈이 상용화되었고, 추후 12MW급 터빈이 도입된다고 한다. 기술적으로 터빈이 대형화되면서 발전량도 증대되고 경제성도 커지고 있다. 해상풍력이 미래에너지의 핵심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시장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해상풍력 설치용량은 작년 말 기준 0.14GW로 걸음마 단계다. 작년 정부의 에너지 3020 정책에 따르면 해상풍력 보급목표는 2030년까지 12GW였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약 48조 원을 투자해 8.2GW란 세계 최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하는 계획도 포함돼있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미래에너지 산업의 한 축임은 분명하다.

 

해상풍력과 육상풍력의 장단점

해상풍력과 육상풍력의 장단점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보다 입지제약에 있어 비교적 자유롭다. 해상풍력은 해안에서 멀어질수록 풍속이 높고 바람이 균일해진다는 점에서 외해에도 적합하다. 이를 종합하면 외해에 대규모 단지 조성이 가능하고, 수명이 긴 장점도 갖게 된다. 풍력터빈이 설치되는 위치에서 바람 품질도 해상이 육상보다 좋아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단점도 크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과 비교해 설계, 기초조사, 설치, 그리고 운전 비용 등 제반 비용 측면에서 불리하다. 해상풍력의 전력망이 육상에서 멀어질수록 설치, 보강 비용도 커져 비용효과성에서 열세다. 한편, 인간과 환경, 그리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해상풍력발전단지 설치와 운영에 따른 부유사, 수중소음, 전자기파 등 압력요인이 발생함은 자명하고,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상풍력발전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해상풍력발전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해상풍력발전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해상풍력발전에 따라 해양생태계의 영향에 관한 과학적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 해상풍력의 해양생태계 영향은 풍력발전기의 건설, 운영, 해체의 단계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단계별 환경 요인을 보면, 건설 시에는 하부 구조물 설치를 위한 항타로 수중소음과 부유사가 대량 발생한다. 전력 케이블 설치에 따른 해저 퇴적물 교란은 부유사 발생과 해저지형 변화를 초래한다. 운영 중의 주요 환경압력요인으로는 수중 구조물 주변의 세굴 현상, 터빈 작동에 의한 소음, 케이블 주변의 전자기장을 들 수 있다. 구조물과 케이블 해체 시에도 부유사나 해저지형 변화 등이 일어난다.

해양포유류는 이 중 수중소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생물의 이동, 개체 간 소통, 그리고 먹이 활동 시 청각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운영 시 발생하는 저주파는 돌고래에 가장 민감한 음역대다. 또한 항타 소음은 100m 기준 최대 205dB로 고래류를 위협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독일 연구진이 덴마크 앞바다에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5개월간 해상풍력단지 건설 중에 쇠돌고래 출현량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한다. 흰고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수중소음이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을 상승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고래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부재하다. 제주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계획된 지금, 해양보호생물인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관한 연구가 시급한 때다.

어류는 부유사, 수중소음, 전자기장 모두 그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부유사로 인한 탁도 증가는 어류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체내 활성산소 친화력이 강해져 세포나 기관의 막을 공격하여 세포 기능을 훼손한다. 또한, 농도가 높아질수록 아가미와 신장 조직이 비정상적 형태로 변형되며, 넙치 치어의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해상풍력단지 건설 소음은 어류의 가청 주파수 범위와 중첩되는 저주파이기 때문에, 다양한 스트레스를 발생시키게 된다. 그 예로 어류의 유영 속도가 빨라진다거나 회피 거리가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할 수 있다. 전자기장은 어류의 지구자기장을 이용한 이동, 먹이 탐색 등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해저 퇴적물 내부나 표층에 서식하는 저서생물은 건설과 운영 단계에서 주변 유속의 변화에 따른 해저면의 지형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세굴과 같은 해저면 침식, 이동 및 퇴적으로 인한 저서생물 서식 환경의 변화는 생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구조물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이는 해양생태계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유영생물의 경우 저서생물과 비교해 회피 능력이 커서 그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저서생물은 이동 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그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저서생물은 케이블 주변에 형성되는 전자기장에 의해 이동 및 행동에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

식물성 및 동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부유생물의 경우, 부유사 확산으로 인한 피해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상풍력단지 건설 및 해체 시 대량 발생하는 부유사 확산이 광투과성 약화로 이어져 기초생산력의 감소와 성장 저해를 초래하게 된다. 성장 저해는 다시 어류와 저서무척추동물과 같은 상위 영양단계 소비자의 먹이 공급원 감소로 이어져, 전체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류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구조물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각적 회피, 서식지(기착지) 소실, 그리고 터빈 등의 구조물과의 충돌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 봄철과 가을철 도요새, 물떼새를 포함한 바닷새가 서해권역 해상풍력발전단지 주변을 통과하거나 기착지 이용 때 터빈 소음도 영향을 줄 수 있겠다.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해양환경영향평가의 한계와 개선점

현재 우리나라는 해상풍력단지 등의 조성을 위한 사전 환경성 평가의 경우, 해양수산부의 해역이용협의·영향평가 또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따르고 있다. 현재 평가항목이 ‘해상풍력’에 특화되지 않은 점과 중복 혹은 빠진 평가항목이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요구된다. 해양환경은 육상환경과 매우 다르다는 점에서 육상풍력이 가진 환경영향을 포함하고 또 다른 세밀한 분석과 접근법을 요구한다. 해상풍력에 의한 생태계 및 사회경제적 영향평가에 있어 해양포유류, 바닷새 등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해양생물에 대한 영향평가의 신규 도입이 시급함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해역은 서로 다른 독특한 해양환경 특성을 가진다. 그런데 현재 해상풍력단지의 입지 선정 시 해역별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서해안은 조차가 크고 수심이 낮으며, 강과 하천에서 유입되는 부유물에 의해 탁도가 높고, 퇴적작용이 활발하여 갯벌 조간대가 넓게 분포한다. 남해안 역시 조차가 비교적 크고 수심이 낮은 지형적 특성을 보이나 섬이 많아 파랑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동해안은 해안선이 단조롭고 섬이 적어 파랑의 영향이 큰 편이며, 조차가 작고 남북 방향의 해류가 우세한 특성을 보인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시에는 해역별 환경 특성을 고려한 평가항목의 선정이 중요하고, 이에 따른 조사와 예측이 뒤따라야 한다. 가까운 미래, 우리 해역의 특성에 맞는 해양환경영향평가 기준이 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 본격 착수

우리는 작년 해양수산부의 ‘과학기술기반 해양환경영향평가 기술개발’ 과제에 착수했다. 해역이용영향평가의 해양환경 진단, 평가기술개발, 영향 예측기술 고도화 및 해양환경 유지를 위한 적정기준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를 위함이다. 해상풍력발전단지, 바다골재 채취단지와 같은 해양 이용 및 개발사업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국민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어려운 숙제다. 본 과제에 참여 중인 산·학·연·공 18개 기관은 지난 1년 포함 2025년까지 5년간의 연구를 통해, 최종적으로 우리나라 해양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지침과 표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우리는 작년 과제 시작과 함께 현재까지 서남해 실증단지(운영중), 제주 탐라(운영중), 전남신안(건설전), 제주 한림(건설전)의 해상풍력단지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수행해왔다. 조사지역 선정 시 해역별 그리고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단계별 상황을 고려했다. 현행 해역이용영향평가 14 기본항목 외에 신규항목으로 수중소음, 전자기장, 바닷새, 포유류, 일차생산 등을 포함했다.

특히 지난 1월 초 진행된 제주 탐라해상풍력단지 현장조사는 내게 매우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배경소음과 함께 풍력기 운영 시 발생하는 소음을 몸소 체험하고 측정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해상풍력발전기에 접근할수록 블레이드가 회전하고 터빈이 작동하는 소리가 점차 커짐을 느꼈으나 직접 물속의 수중소음을 듣게 되니 큰 울림이 전신에 퍼졌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앞으로의 연구에 더 애착과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지난 제주 조사를 통해 우리는 해상풍력발전기 바로 밑에서 측정된 운영 소음이 발전기로부터 약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측정된 일종의 배경소음에 비해 대략 10배 이상 큰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발전기 운용으로 인한 수중소음이 지속될 때 해양생물에 유의한 잠재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수중소음에 따른 생물 영향에 관한 국외 연구사례는 보고된 바 있어 그동안 머리로만 이해됐던 부분이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

생물영향평가 기준 마련을 위한 우리의 도전

현재, 우리 실험실에서는 어류, 저서무척추동물, 부유생물 등 다양한 해양생물에 대한 수음 노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 6화에서 언급했던 ‘메조코즘’ 시스템을 활용했다. 우리는 올해 메조코즘 시스템을 개선해서 해상풍력 설치 시 발생하는 수중소음과 부유사, 운영 시 발생하는 수중소음과 전자기장을 생태계별 주요 생물종에 노출한 후 다양한 생물영향 지표로 평가할 예정이다.

생물영향 검정데이터가 축적되면, 수중소음, 부유사, 전자기장마다 종민감도분포 지도를 작성할 수 있다. 종민감도분포란 각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생물종간 민감도, 다양성을 나타내는 누적 분포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수중소음, 부유사, 전자기장에 대하여 전체 종의 95%를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인 5% 위험 수준을 계산하고, 해양생태계에 서식하는 생물에게 잠재적 유의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음을 예측하는 수준인 예측무영향농도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수중소음과 관련한 국외 지침은 대부분 고래류나 바다거북에 집중되어 있다. 어류와 저서무척추동물은 생물량이 크고 생물다양성이 높으며 해양생태계 먹이망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생물영향 연구나 지침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어류나 저서무척추동물은 유영 능력, 청각, 생리학, 행동학적 측면에서 생태적으로 해양포유류와 크게 다르므로 별도의 기준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부유사 또한 국외의 경우 수질기준을 마련하여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고 있으나 대부분 담수생태계에 집중되어 있어 해양생태계에 대한 기준은 제한적이다. 국내에서는 하천과 호소 내 부유물질 기준을 등급별로 나누어 하천 수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해상풍력단지 건설 시 발생하는 부유사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관련 규정이나 관리지침은 미흡하다. 해양생태계와 담수생태계의 차이를 인지하여 해양생물에 적합한 기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객관적 검정자료가 시급히 요구된다.

끝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실내 메조코즘 연구가 가지는 한계와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다. 실내 메조코즘 연구에서 확인된 민감종과 생태계 중요도가 높은 생물종 대상으로 현장 메조코즘 실험을 통한 검증단계가 필요하다. 실험실 조건의 영향평가 결과는 현장을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올해 실해역 기반 생태계 영향평가 실험을 위해 제주탐라 해상풍단지에 현장 메조코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올 여름 제주 바다에서 진행될 현장 메조코즘 연구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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