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된 김 양식장… “김 활성처리제가 원인?”
초토화된 김 양식장… “김 활성처리제가 원인?”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4.0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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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백화 현상은 규조류 이상증식 탓
해남군 김 황백화 피해 현장 (사진제공_국립수산과학원)
해남군 김 황백화 피해 현장 (사진제공_국립수산과학원)

[현대해양] 국내 최대 김 생산지 중 한 곳인 전라남도 해남군 김 양식장이 노랗게 말라 죽은 물김으로 뒤덮였다. 황백화 현상이 김 양식장을 덮쳤기 때문이다. 김 수확 시기에 맞춰 한창 바빠야 할 어촌은 겨울철 김 수확시기에도 고요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남 장흥군에는 예년보다도 김 양식 작황이 좋았다는 소식이다. 이에 장흥군 어업인들은 김을 양식할 때 사용하는 ‘김 활성처리제’가 해남지역 김 황백화 현상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황백화 현상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고 있을까.

 

해남 김 양식장 ‘전멸’

지난 1월부터 발생한 해남지역 김 양식장 황백화 발생 현상은 손써볼 겨를도 없기 빠르게 번져 나갔다. 김성주 해남군수협 조합장은 “김 황백화가 발생한 1월 초부터 현상은 점차 확산됐고, 어업인들은 올해 양식을 모두 포기하고 양식장을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며 “해남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그는 “해남군과 수협에서 실시한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식 피해액은 약 170억 원으로 추정 집계됐다”고 말했다.

 

황백화 현상, 산이 원인?

그렇다면 김 황백화 현상은 왜 일어난 것일까?

우리나라 어업인들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김을 양식하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 방법은 김에 유기산(organic acid, 有機酸) 처리를 해 양식하는 것이다. 김 활성처리제라고도 불리는 유기산은 산농도 10% 미만으로 김 양식장에서 잡조제거, 병해방제, 성장촉진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기산은 김의 생장을 방해하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갯병을 방지하는 효과가 좋아 김 품질과 상품성 향상을 위해 사용된다. 두 번째로는 산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산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자연광과 해풍에 김을 노출시켜 이물질을 제거하고 갯병을 방지하는 것이다. 특히 전남 장흥군은 국내 최초로 산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산처리를 하지 않은 ‘무산김’을 생산하고 있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장흥군 득량만에서 김을 양식하고 있는 A씨는 “올해 해남군 김 작황이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무산김은 그 반대로 작황이 좋았다. 최근 발생한 황백화 현상 원인이 김 활성처리제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장흥군은 바다에 산을 사용하지 않으니 조개가 점차 늘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조개를 먹는 낙지 개체수도 늘어나는 등 바다 환경이 좋아져 황백화 문제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장흥에서 김 등 다양한 해조류를 양식하는 어업인 B씨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김 활성처리제가 원인일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우리 지역 김 작황은 예년보다도 좋았다. 산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김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 황백화, 왜 일어난걸까

그러나 이에 대해 해조류 전문가들은 “전혀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먼저 김영대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종자육종연구소 박사는 “황백화의 원인은 김 생장에 필요한 영양염이 고갈됐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김 박사에 따르면 황백화 현상은 해수 중 영양염이 부족한 경우, 특히 용존 무기질소(물 속에 녹아있는 질소 화합물)가 0.07mg/L이하일 때 발생하는데, 이때 김 엽체의 색상이 탈색되고 세포내 액포가 비대해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김 박사는 “해남군의 김 황백화 원인은 김 양식장에서 특정 규조류(식물풀랑크톤, 규조류 실린드로데카)가 대량 번식해 김 생장에 필요한 영양물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며 “김 활성처리제나 산은 영양염 부족을 유도하지 않으므로 황백화 현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에서도 황백화 현상이 산 처리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양수산과학원 해남지원 윤순기 연구사는 “해남에서 황백화 현상이 발생한 것은 규조류가 이상적으로 증식한 탓에 필요한 영양염을 흡수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이어 “해남에 위치한 친환경생산단지에서도 산을 사용하지 않은 김을 양식하고 있다. 그러나 해남 무산김 역시 황백화 피해를 입었다”며 “산 처리제 사용과 황백화 피해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수산종자육종연구소에 따르면 황백화 현상은 국내에서 2010년 충남 서천군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후 충남 서천군, 전북 군산시, 부안군, 전남 고흥군 등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 적은 있으나 이는 규조류의 대량 번식 없이 단순한 영양염 부족으로 발생한 사례였다. 최근 발생한 현상은 규조류의 대량 번식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해남군의 화산면, 현산면, 송지면, 황산면 등 29개 어촌계에서 3,146ha규모로 발생했고, 이는 해남군 김 양식장의 약 32%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 김 활성처리제를 사용하지 않은 ‘무산김’을 생산하는 득량만 인근에서 해조류 폐사가 일어나지 않고 낙지 등 연체류가 생산량이 증가한 이유를 지역 어업인들은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박은정 수산식물품종관리센터장(연구관)은 “산이나 김 활성처리제가 바다나 갯벌 환경에 아예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장기간 모니터링 한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확실한 답을 알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확실한 것은 황백화 현상은 바다가 필요로 하는 영양염 부족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김 활성처리제와 황백화 현상이 연관성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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