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쓸 수 없는 ‘기후변화 임계점’ 바다에 온다
손쓸 수 없는 ‘기후변화 임계점’ 바다에 온다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4.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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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말하는 기후 위기

[현대해양] 바다가 예전 같지 않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 고수온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어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수온이 올라 서식환경이 달라지자 갈 곳 잃은 물고기들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고, 이제 바다가 아낌없이 내어주던 수산자원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고, 이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에서는 각종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전문가들은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수온상승에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시점인 임계점(Tipping Point)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깝게 다가왔다고.

 

IPCC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의 경고 메시지

기후변화로 닥칠 위기에 대해 경고하는 ‘IPCC 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가 발간됐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의 기상학자, 해양학자, 빙하 전문가, 경제학자 등으로 구성된 정부간 기후 변화 협의체이다. 이 곳은 5~7년을 주기로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수립을 위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제1실무그룹은 과학적 근거, 제2실무그룹은 기후변화의 영향, 적응, 취약성, 제3실무그룹은 기후변화 완화 등에 대해 연구하고 발표한다. 지난해 IPCC 제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가운데 제1실무그룹보고서(WGI)가 발간됐고, 이어 지난달에는 제2실무그룹보고서(WG2)가 나왔다.

 

“20년 안에 1.5℃ 지구 온난화 도달”

지난해 8월 발간된 제1실무그룹보고서는 아주 신속하게, 그리고 대규모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20년 이내에 ‘1.5℃ 지구 온난화’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곧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폭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높아지는 지구 온난화가 온다는 뜻이다.

먼저 보고서는 최근 기후변화는 광범위하고 빠르고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영향은 적어도 과거 2,000년 이래 전례 없던 속도로 지구를 온난화하게 만들고 있는데, 지난 10년 동안의 전지구 평균 지표 기온을 보면 1850년부터 1900년 기간 대비 1.09℃ 상승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은 최소 지난 3,000년 기간 중 가장 빨리 상승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북국 해빙 면적은 최소 지난 1,000년 기간 중 가장 적게 나타나고 있고, 전 지구의 빙하 감소는 최소 2,000년 기간 중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인간활동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며 과학적으로 확립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한 고온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으며 1970년대 이래 발생한 해양 온난화와 해양산성화, 1990년대 이래 발생한 전 지구 빙하 감소, 1979년 이래 시작된 북극 해빙 40% 감소 등의 주요 원인이 인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1실무그룹보고서가 준 가장 큰 경고의 메시지는 앞으로 20년 이내에 1.5℃ 지구 온난화에 도달하게 된다는 부분이다. 이준이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즉각적으로 매우 신속하고 대규모로 줄이지 않으면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1.5℃ 혹은 2℃ 아래로 제한하는 목표를 도달하기 어렵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3℃ 오르면 생태계 생물 50% 이상 멸종”

제1실무그룹보고서가 과학적 근거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지구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지난 2월 승인된 제2실무그룹보고서는 “기후변화 대응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안된다”라고 전제한 뒤 “향후 10년의 대응이 우리의 남은 21세기를 결정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본 보고서 해양·수산분야의 핵심 내용에 따르면 육상·담수 생태계의 약 54% 생물종은 2~3℃ 온난화 조건에서 돌이킬 수 없는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며, 해양·연안 생태계 수산자원은 21세기 후반 17%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홍수와 더불어 가뭄의 증가로 수자원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홍제우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열린 ‘새정부 기후위기 적응대책, 무엇을 담아야하나’ 국회 세미나에서 제2실무그룹보고서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으로 “기후변화가 느리게 변화하는 과정으로 온난화, 계절 길이 변화, 해수면 상승, 해수온도 상승, 해양 산성화 심화 등을 들 수 있다”며 “1차 산업, 취약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발간된 IPCC 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제2실무그룹보고서
지난 2월 발간된 IPCC 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제2실무그룹보고서

바다에도 임계점이 온다

이처럼 인간의 영향으로 시작된 기후 위기는 바다 온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해역은 전 세계 평균에 비해 수온 상승률이 약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백민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전 지구 수온이 골고루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수온이 빠르게 오르는 지역, 천천히 오르는 지역이 있고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가 난리인데도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곳도 있다. 이렇듯 수온상승에 대한 지역차가 큰데, 하필이면 우리나라는 온도 상승, 수온 상승이 큰 지역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최근에는 ‘바다폭염’이라는 없던 신조어가 생겼다. 수온이 상승하는 속도가 가팔라지다 보니 ‘바다가 폭염을 맞았다’혹은 ‘바닷물이 절절 끓는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임계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계점에 도달할 경우 우리 지구는 옛날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즉, 정상적인 기후 시스템이 망가져버리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가 도래한다면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해도 기후는 원상 복구할 수 없다. 그는 “기후변화에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시점인 임계점이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구 시스템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지구나 바다 온도가 몇℃ 올라가면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최근 발표되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러한 전조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여러 징후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조 현상① - 가파르게 오르는 수온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전 세계적으로 수온상승률이 가장 높은 해역 중 하나다. 지난 53년간(1968~2020년)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1.2℃ 내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전 세계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0.53℃ 상승해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 상승률이 전 세계 평균에 비해 약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관은 “시베리아 고기압 등 우리나라 주변해역의 중규모 기단의 기후변화 영향, 저위도로부터 열을 우리나라 해역으로 수송하는 대마난류 세기의 강화, 반폐쇄적 해역의 특성을 가지는 우리나라 해역의 특성,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지역적인 온실가스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특히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주변해역의 수온은 주로 겨울철 수온 상승이 급격하게 나타나, 여름철에 비하여 겨울철 수온 상승률이 2~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와 같은 계절적 특성이 변화하고 있다. 여름철 폭염에 따른 고수온 현상이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겨울철은 혹한과 관련된 저수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여름철은 고수온, 겨울철은 저수온으로 인한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IPCC는 지난 2019년 SROCC(해양 및 빙권에 관한 특별보고서, Special Report on Ocean and Cryosphere in a Changing Climate)를 발간하면서 전 세계의 이상고수온(Marine Heatwaves) 현상이 1980년대 이후 빈도가 두 배 이상 급증했으며, 강도도 매우 세어지고 있다고 보고하며 향후 이상고수온 현상은 더욱 빈번하고, 강력하게 해양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53년간(1968~2020년) 한반도 주변해역 해역별 연평균 표층수온 변동 경향(자료_국립수산과학원)
최근 53년간(1968~2020년) 한반도 주변해역 해역별 연평균 표층수온 변동 경향(자료_국립수산과학원)

 

전조 현상② - 사라지는 1차 생산자, 늘어나는 아열대종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 소장은 기후변화에 의한 수온상승과 오염원 유입 등으로 바다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 소장은 “제주 해양과 육상 생태계의 환경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수온 상승에 의한 해조류(1차 생산자)의 양과 서식면적의 감소, 아열대 종의 빠른 확산과 토착종의 변화 등에서 확인된다”라고 설명했다. 생태계 범위에 속한 모든 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성장하는 1차 생산자를 먹이로 한다. 그러나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 우리 바다 환경 때문에 1차 생산자인 해조류는 점점 줄고, 대신 악취를 풍기는 아열대종 큰갈파래가 제주 바다를 덮치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큰갈파래는 끊어져도 다시 자라는 특성이 있어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손영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특성연구센터장은 “(큰갈파래가)자연적으로 사라지면 좋겠지만 생명력이 워낙 강해 사람을 투입해 제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로서는 여러 가지 제거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장기간을 두고 어떻게 접근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큰갈파래 수거 작업에 나선 KIOST 제주연구소 직원들 (출처_KIOST 제주연구소)
큰갈파래 수거 작업에 나선 KIOST 제주연구소 직원들 (출처_KIOST 제주연구소)

 

전조 현상③ - 녹아내리는 ‘영구동토층’, 상승하는 해수면

북극은 전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해역으로 지구평균의 2~3배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한 북극의 온난화, 그리고 태평양과 대서양으로부터 유입되는 따뜻한 해수의 영향으로 북극 해빙 면적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양은진 극지연구소 해양연구본부장은 “북극 해빙 면적은 지난 40년 동안 평균 30~40% 감소 한 것으로 보고됐다. 북극의 온난화가 가속화 된다면 빠르게는 2040년 여름철에 북극해빙이 모두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북극 해빙의 감소는 북극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 생물들의 서식처을 잃게 하고, 식단에 영향을 줄수 있어 북극 생태계 교란을 가져오게 될 뿐 아니라 인류는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백민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 교수는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북극권의 영구동토층이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구동토층이란 2년 이상 온도가 0°C 이하로 유지돼 1년 내내 얼어있는 땅을 말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영원히 얼어있을 줄 알았던 영구동토층마저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 김민철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기 중 탄소량의 2배에 이르는 다량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탄소저장고인 영구동토층의 급작스런 해빙은 땅 속에 갇혀 있던 다량의 온실가스를 대기중으로 방출시킬 수 있어 ‘지구의 시한폭탄’으로 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영구동토층에는 냉전시대 핵폐기물과 화학물질들이 갇혀 있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고대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존재해 해빙으로 이들이 노출될 경우 또 다른 위험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김 교수는 “영구동토층이 계속 녹아내리는 현상을 임계점이 다가올 징후라고 보고 있다”고 우려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해수면 상승 현상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2016년 발생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침수 사건을 들어 “해운대 침수피해는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준다. 해수면 상승이 점점 진행되고, 여기에 태풍까지 겹친다면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엄청난 침수피해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해안 도시 중에서도 지대가 낮은 낙동강 하구 지역, 명지 신도시, 가덕도 신공항은 곧 있을 미래에 침수 피해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적 수온 임계점 이미 넘어섰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임계점은 굉장히 가깝게 다가왔다. 강현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후예측센터장은 “수온 상승 임계점에 대해서는 IPCC 6차보고서에서도 아직 합의된 결론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 임계점은 해면수온에 영향을 받는 인자가 무엇이냐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명태가 살아가기 위한 조건으로 볼 때 우리나라 동해안은 이미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지역적 해면수온에 대한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PCC 제1실무그룹 6차보고서 총괄주저자인 이준이 부산대학교 교수는 “이산화탄소, 메탄 및 기타 온실가스 배출을 강력하게 감축해 나가면서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고 그 이후 네가티브 배출로 나아가면 지구온난화를 제한할 수 있고 일부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 있다. 하지만 해양 온도 상승 및 해수면 상승 등 현재 진행 중인 변화의 일부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며 “보고서는 해양에서 현재 해수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이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양산성화와 산소 감소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해양 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미칠 뿐아니라 수산업 및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라고 기후 위기 대응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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