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사태로 전세계 물류 공급망 혼란
러-우 사태로 전세계 물류 공급망 혼란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4.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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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대응 담당 조직 필요
컨테이너선 입항
컨테이너선 입항

[현대해양]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러-우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전세계적 물류 공급망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물류 허브 러시아, 유럽의 빵 바구니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글로벌 물류의 중심에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해상운임 급등과 함께 러시아를 통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러시아연방 통계청은 지난해 1~11월의 러시아 화물 운송량이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해 52억tkm(톤-킬로미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중 철도 운송량은 무려 46%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별명이 ‘유럽의 빵 바구니’일만큼 넓은 곡창지대를 지녔다. 유엔 무역 개발 회의(UNCTAD)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곡물시장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점유율은 밀 27%, 보리 23%, 해바라기유 53%, 옥수수 14%에 달한다. 그리고 이번 전쟁 이후 개전 이후 국제 밀과 보리 가격은 각각 21%, 33% 급등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와 유사한 전례는 없었다”며 “코로나19로 이미 전 세계 기아 인구가 18% 나 증가한 가운데, 전쟁으로 760~1,310만 명이 추가로 굶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돌아올 파종 시기도 놓치게 될 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을 인력도 부족해 식량 부족 현상 역시 장기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나라도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2월 곡물수입액은 7억 5,800만 달러로 지난해 2월과 비교해 38.4%가 오른 수준이다. 특히, 톤당 가격은 386달러로 이는 2013년 5월 388달러 이후 8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글로벌 유가 시장 급락 변동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도 급등했었다. 국제유가가 뛰며 선박 벙커유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그러나 유가에 대해서는 폭등·락의 사이클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유가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지만 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 다시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 여기에 석유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OPEC을 비롯한 각국의 증산 움직임에 따라 유가가 요동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3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3월 15일 기준 NYMEX-WTI(저유황 경질유) 선물 유가는 배럴당 96.44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사태에 군사 개입과 G7의 대(對)러시아 고강도 경제·금융 제재가 있을 경우, 국제유가는 100~12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의 봉쇄 소식과 함께 7% 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경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3월 넷째 주 오피넷(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5.6원 오른 리터 당 1918.1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판매가격은 같은 기간 대비 리터 당 7.5원 상승한 2001.9원이다. 이는 14년 만에 최고가다. 이러한 유가 상승은 화물 차주 뿐 아니라 화주나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3월 1일부터 29일까지의 유가 추이 (출처_오피넷)
3월 1일부터 29일까지의 유가 추이 (출처_오피넷)

 

글로벌 공급망 훼손

이상근 한국물류학회 부회장(삼영물류 대표)는 “우크라이나발 반도체 소재의 부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네온가스, 크립톤, 팔라듐, 크세논 등의 주 생산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크립톤과 크세논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48.2%, 49.1% 수입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 AI센터를 두고 있으며,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이 30%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5일 러시아행 제품의 선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아직 현지 공장은 운영중이지만 물류난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공장 가동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모스크바 외각 지역에 생산 공장을 마련했던 LG전자도 지난 20일 러시아에 대한 선적을 중단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LG전자의 공장 지난달 중순부터 부품이 소진된 상태라고 전했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와 그 주변국에서 거둔 매출은 2조 335억 원이었다.

 

“일주일 동안 270여 건의 애로사항”

각 기관·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4일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온라인 긴급 설명회’에서 “대금결제 및 선적 불능, 거래선 단절 등 최근 일주일 동안 270여 건의 애로사항이 접수됐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역으로 수출을 하고 있는 무역업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협회의 ‘2022년 2/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6.1로 2020년 2분기(79.0) 이후 8분기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무역협회는 이를 “최근 러-우 사태 격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가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SDS는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각 선사들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최적의 물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유럽향 물류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사에게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삼성SDS는 지난달 8일 ‘물류 리스크 긴급 웨비나’를 열었다. 화물의 재판매와 회수를 고려하기 위해 인접국 양하(Calling Port)와 보관·셔틀을 검토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포스코플로우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포스코플로우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발 화물 선적 차질 △선적 중 조기 출항 선박에 대한 부적운임 클레임 발생 △출항이 지연되고 있는 선박에 대한 대기료/보험료 상승 등 클레임 발생 △대 러시아 제재로 인한 러시아산 석탄 구매 차질 △석탄 공급사 직접 제재 및 SWIFT 내 러시아 퇴출로 인한 대금 지급 제한 △전쟁 영향 국제유가, 해운시황 변동성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 등 이슈가 있다고 전했다.

부산항만공사(BPA) 이민주 마케팅부 주임은 “3월의 물동량은 한 달 후에나 확인되지만, 선사나 업계들과 간담회를 최근 개최한 결과 30~50%의 물류가 감소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컨테이너 선적 예약이 취소되는 등의 이슈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BPA의 러시아 물량은 지난해 기준 83만TEU로 전체 227만TEU 중 약 4%에 해당한다”며 “당장 치명적인 영향까지는 없지만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경하 마케팅부장은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연간 최대 1만 5,000TEU의 물동량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YGPA는 전쟁이 종식되고 물량이 다시 급증할 시기를 대비한 임시선박 확보를 위해 이미 관련 선사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 컨트롤타워, 물류 시스템 업그레이드 필요

구교훈 배화여대 교수는 “일각에서는 전쟁이 발생하면 해운 운임이 오른다고 하는데, 일시적으로는 전쟁 할증료 등을 부과할 수 있지만 결국은 글로벌 물동량 자체가 위축되고, 화물 수요 감소와 운임 급락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껏 글로벌 공급망은 여러 예기치 않은 사건들의 발생으로 병목, 지체, 단절 등 문제가 이어졌다. 언제나 크고 작은 공급망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상근 대표는 “△2019년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 △2020년 중국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자동차 부품 수급 차질 △2021년 중국 수출 전 검사 시행으로 인한 요소수 수급 차질 등 우리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공급망 관련 리스크를 겪어왔다”며,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는 소재·부품·장비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선의 다변화와 자립화 필요성을, 중국 요소수 수출규제는 특정국가에 대한 공급의존성 리스크를 일깨웠다”고 지적한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한 시스템 정비와 선제적 대응을 담당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스크 발생 시 주 교역국을 선별해 정보를 수집하고, 각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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