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유휴 시설, 창의성 창출 기지로 활용하라
어촌 유휴 시설, 창의성 창출 기지로 활용하라
  • 김승철 연세대 객원교수(해수부 어촌뉴딜사업 총괄조정자)
  • 승인 2022.04.0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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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 연세대 객원교수(해수부 어촌뉴딜사업 총괄조정자)
김승철 연세대 객원교수
(해수부 어촌뉴딜사업 총괄조정자)

[현대해양] 동원산업 김재철 회장은 전남 강진에서 7남 2녀 중 가난한 농가의 맏이로 태어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인물로 꼽힌다. 어려운 형편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강진농고 졸업 후 서울대 농대에 진학하려다 전액 국비인 부산수산대학교(現 부경대학교)로 진학하였다. 졸업 후 선원 경력이 없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내 최초 원양어선 ‘지남호’ 실습 항해사로 돈이 될 만한 어종을 구분할 줄 아는 탁월한 눈을 지녀 폭넓은 수산물 지식을 인정받았다. 선장 및 선단장을 지내다 1969년에 동원산업을 설립해 초대 사장이 되었으며 1989년부터 동원그룹 회장이 되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필자는 어쩌면 김 회장보다 더 열악한 최남단 진도군 조도면 외딴섬에서 출생해 혹독한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육지와 섬은 약 30여 년의 교육·문화적 갭(Gap)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섬에서 성장했던 이야기를 하면 필자의 장인께서는 “젊은 녀석이 무슨 내가 어렸을 때 성장했던 얘기를 한다”라고 했다. 필자는 호롱불을 켜다가 초등학교 때 전기가 들어와 눈부시게 방을 비추던 백열등의 충격이 지금도 또렷하다. 중학교 때는 배를 타고 통학했는데 풍랑주의보 등으로 100여 일은 등교할 수 없었다.

 

바다에서 희망을 이끌어낸 수산·해양대학교

청정해역을 가진 조도에는 조도실업고등학교(이하 조도실고, 현재는 ‘조도고등학교’로 바뀜)가 있었는데, 가난한 형편 때문에 인근 목포, 광주 등으로 유학을 할 수 없었던 학생들을 위해 뒤늦게 개설되었다. 친구들 중에는 필자보다 우수했지만 형편상 조도실고를 진학한 친구들도 있었다.

조도실고에는 ‘수산 증식과’와 ‘상과’가 있었는데 수산 증식과는 어류를 양식하고 사료를 공급하는 등의 내용을 주로 학습하였다. 3학년 때는 현장 실습을 가두리 양식장으로 갔는데 어류에게 배합 사료를 공급하는데 있어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먹이를 준다’고 하여 그 명성이 자자했다. 친구 중에는 열악한 환경에도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아 여수수산전문대, 군산수산전문대, 통영수산전문대, 목포해양전문대, 부산수산대, 한국해양대 등으로 진학을 했었다. 필자 또한 가난했지만 배움에 한이 맺힌 부모님의 넘치는 향학열 덕분에 광주시(現 광주광역시)의 고등학교를 진학했는데, 거기에서도 어려웠던 동기 중에는 한국해양대로 진학한 동기들도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김재철 회장은 수산대학교를 진학했기에 바다에서 새로운 희망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 시절에는 수산대학교, 해양대학교 등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통합·축소되는 것이 안타깝다.

 

수산·해양이 핵심이 되는 4차 혁명 시대

과거 기후도 무난하고 어류가 풍부해 각광받지 못했던 ‘수산 증식’ 전공과 관련 전공자들이 최근 기후·수온 등의 변화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작금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해양·수산이 핵심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당연한 결과로 바다는 늘 희망을 주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인구 소멸과 관련하여 어촌 지역과 연계한 아이디어를 모색 중이다. 이는 해당 부처를 떠나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사안이다. 관련하여 필자는 ‘어촌 지역 유휴 시설을 활용한 수산물 양식, 신약 개발 연구의 산실로 거듭나기’라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고자 한다.

그간 농산어촌 관련 다양한 사업이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공간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그 공간들이 제대로 활용이 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것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이 공간들이 싱싱한 아이디어의 산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산·해양을 전공하고 현직에서 퇴직한 이들과 평생 바다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어업인들이 함께 기후·수온 변화 등으로 자취를 감춘 해산물(뜸부기, 가시리 등)을 복원할 수 있는 양식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양식 대상종 등에 관한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지역 대학에서 전공 학생들도 함께 참여하여 수산·어업·해양 분야의 선배, 귀어 희망자, 어업인들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연구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현장과 접목한 실질적인 연구를 통하여 ‘융합과 통섭의 장’으로 거듭나 젊은이들에게 어촌에 관한 깊은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제약회사에서도 선진국에 걸맞게 제네릭(카피약)을 벗어나 우리의 수산물의 특성을 규명하여 신약 개발로 이어져 어촌에서 다양한 결과물(Output)이 창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중세 메디치 가문이 문화예술가, 철학자, 과학자, 상인 등 한자리에 모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후원하자 이질적 집단 간 교류를 통해 서로의 역량이 융합되면서 그 시너지가 르네상스의 부흥을 가져왔다.

이제 어촌의 공간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면서 창의성(Creativity)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3면이 바다인 우리의 미래는 해양 강국으로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지만 소극적인 정책과 예산들이 아쉽다. 청해진의 장보고 장군, 울돌목의 이순신 장군의 기개가 우리를 거듭나게 했듯 우리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고 끊임없는 울부짖는 파도가 그들의 메시지를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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