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오징어 어업 분쟁 해결
동해안 오징어 어업 분쟁 해결
  • 이충일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
  • 승인 2022.03.1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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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분포 변화에 따른 갈등, 과학적 근거로 설명해야
이충일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
이충일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

[현대해양] 누구나 비눗방울 놀이를 해보았을 것이다. 놀이터 바닥을 바둑판처럼 일정한 크기로 구역을 나누고, 특정 구역에 가만히 서서 비눗방울을 잡으라고 하면 어떨까? 비눗방울이 내가 손을 뻗어서 닿을 수 있는 범위 내로 온다면 쉬운 일일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아쉽게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어업이란 것이 이렇다. 물론 물고기를 잡는 어선들이 한 곳에 가만히 정지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과 바다를 공유하는 상황이며, 그 거리가 너무 가깝다 보니 우리가 자유롭게 어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제약을 받게 되며,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고는 하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실제 자유롭게 어업이 가능한 공간은 우리 생각만큼 넓지 않다. 우리나라 연근해를 하나의 구역으로 본다면,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마치 한 곳에 가만히 서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눗방울을 잡는 것과 같은 것일 수 있다.
우리가 바다에서 잡는 물고기는 대부분 잡힌 장소와는 다른 곳에서 태어난 후, 성장하면서 생존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따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어획량 변화와 관련하여 남획 또는 기후변화 영향 등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일을 흔히 보게 된다. 상황에 따라 맞는 이야기도 있지만, 생물이 환경변화에 반응하는 특성을 잘 못 이해하여 벌어지는 일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물고기마다 잡는 도구(어구)와 방법(어법)이 다양하다. 도구는 같다고 하더라도, 물고기에 따라서 도구를 적용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다.
그냥 단순히 ‘트롤이 지나간 자리엔 씨가 마른다’ 또는 ‘그물코 크기 조절을 효과가 있다. 또는 없다’로서, 이것 자체가 어떤 기준을 정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데 충분한 요소가 되기에는 부족함이 더 큰 것으로 생각된다.


대형트롤과 대형기선저인망어선 어업 제한
최근 들어 대형트롤과 대형기선저인망 어선에 대한 어업활동구역 제한을 두고 논란이 있다. 최근에 발생한 일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것으로서, ‘업계간 분쟁’ 또는 ‘업계간 합의 문제’ 관점에서 이를 들여다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은 구역 내에서 각기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비눗방울을 잡는 사람과 같은 입장일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충돌하는 문제는 때론 이들 간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며, 책임도 있다. 하지만, 자원량이 얼마큼 있는지? 각각의 방법이 전체 자원량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잡히는 양이 변화하는 근원적인 문제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등에 대한 답을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단순히 업계 간 합의 등 그들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이동조업 제한선을 누가 설정했느냐를 두고도 충분히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기준선이 과연 과학적인 조사, 분석에 기반하여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 자원 관리에 책임이 있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왜 중국은 먼 거리를 돌아 동해 북부해역으로 갈까?
동해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동해에서 태어난 오징어보다는 동해 외부에서 태어나 동해로 유입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며, 동해 내에서도 해류분포에 따라 어디에 많은 무리가 분포하는 지가 달라지며, 그 공간에 머무는 시기와 그 곳을 지나는 시기가 매년 변할 수 있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자료를 보면, 북서태평양에서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 의한 오징어 어획량은 2000년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14년 이후 감소폭이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우리나라 오징어 어획량 변화와 유사한 형태이다. 변화된 것은 어획량뿐만 아니라, 주 어장이 형성되는 시기도 변하고 있다. 어장이 위치하는 공간의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한때 우리나라 오징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을 두고 동해 북부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의 영향을 문제시 해왔다. 한 가지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은 ‘왜 중국이 그 먼 거리를 돌아서 동해 북부해역으로 갔을까’ 하는 것이다. 남획이다 아니다, 또는 중국어선 때문이다 아니다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중국은 한심하단 듯이 오징어를 맘 편히 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동해 EEZ내에서 우리나라가 주로 잡은 오징어는 동해북부해역에서 산란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는 무리를 주로 어획하였다. 그 시기가 과거에는 여름~가을이었으며, 지금은 뒤로 늦춰졌다는 이야기다. 이렇다 보니, 어장 이용은 조건은 과거에 비해 열악해지고, 산란장에서 동해 북부해역으로 올라가는 어린 오징어라도 잡게 되는 것이며, 이것이 또 다른 총알오징어 문제를 야기시키게 된다.
기후변화가 어업 바꾸고 있어
자원량 변화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원인이 무엇인지를 단순하게 설명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누구 탓을 하고, 구성원 간 갈등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과학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서 얻어진 내용을 근거로 설명이 되어야 한다. 아쉽게도 전자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먼저 들리고, 후자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사를 접하고, 환경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양을 바꾸어 놓는다. 물고기를 잡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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