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간수역 내 대화퇴어장 개방 당위성
한일중간수역 내 대화퇴어장 개방 당위성
  •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 승인 2022.03.1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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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어업협정에 따른 조업구역 개선 절실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현대해양] 1957년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부를 건져 올리라’는 뜻으로 명명된 지남호의 출항에 이승만 전 대통령과 온 국민이 큰 관심을 가질 만큼 당시 수산업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산업이었다. 이후 근해와 원양어업을 중시하면서 대형어선들의 건조가 증가했고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어선들도 급격히 늘어났다. 늘어난 어선들은 국내 연근해 생산량과 건강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에 큰 역할을 하면서 우리나라 수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과도한 어업규제, 조업구역 축소, 어선 감척, 중국어선의 대형화, 어로 비용 증가 등의 문제로 조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현재는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 어업의 옛 영광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구시대적인 어업규제로 인한 경영난
국내 연근해 어업은 양질의 수산물을 어획함으로써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가장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단백질을 공급하고 식량안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근해어업 패러다임이 ‘생산지원’에서 ‘자원관리’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 TAC) 제도 기반의 정책이 마련되어 어선별 할당량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구시대적인 각종 규제로 인해 어로비용은 증가하고 할당량으로 인한 어획생산은 제한되고 있어 제도적 한계에 도달하였다. 또한, 최근 수산자원고갈의 원인을 국내 어선으로 지목하여 누적되는 어업규제로 많은 선사들에서 경영난이 발생하고 있다.


한·중 어업협정의 문제점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이 채택되어 영해기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배타적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이 도입되었다. 이에 한국, 중국, 일본은 1996년 유엔해양법협약에 가입하였고 EEZ를 선포하였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수역은 대부분 폭이 400해리 미만으로 EEZ가 중첩되어 경계 획정이 필요했고, 우리나라는 1998년 일본, 2000년 중국과 각각 어업협정을 체결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하지만 수십 년이 흐른 상황에서도 어업인들 사이에서는 한·중 어업협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상대국 EEZ에서 어업을 하기 위해 2001년 이후 매년 어업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저인망(타망)류 EEZ합의 어선척수와 할당량은 중국이 711척(3만 5,442톤), 한국이 180척(5,365톤)으로 중국이 월등하다. 또한 중국 위망(선망), 유망(유자망) 어선들은 우리나라 서해, 북위 35도 이북 수역 중 영해선 외측 5해리까지의 수역까지 조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종은 우리나라 규제에 막혀 우리나라 수역 안에서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바라만 봐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의 불법조업 또한 문제이다. 일부 중국 어선은 어업협상의 조업구역을 위반하여 불법조업을 하여 해경에 나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2003년 이후 북한에 입어료를 지불하고 동해상에서 조업을 해온 쌍타망어선들이 최근에는 한·일 중간수역에 위치한 대화퇴 지역까지 내려와 조업을 하면서 동·서해를 막론한 해양영토 침해와 자원남획으로 우리나라 어업인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

대화퇴에 허가된 일본 저인망 어선
대화퇴어장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여 동해 최고의 황금어장이라고 불린다. 제2차 한·일어업협정 당시 대화퇴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첨예한 협상을 진행했을 정도로 중요한 곳이다. 대화퇴의 대부분은 일본 EEZ에 속하나, 북대화퇴 지역은 한·일 중간수역에 포함되어 한·일 양국 어선이 조업이 가능하다.

일본 저인망 어선은 한·일 중간수역에 속하는 대화퇴 지역에 허가가 되어 있어 언제든지 조업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채낚기, 통발 어선 외에는 해당 조업구역에서 조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 어선들은 현행 규제에 묶여 동해에서 조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중형기선저인망은 어선규모와 냉동시설 부재 등의 이유로 대화퇴까지 진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국 어선이 중간수역에서 조업이 가능하지만 국내 조업구역과 관련된 문제로 국내 어선들은 현실적으로 조업이 불가능해 결과적으로 외국 어선들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과거 수십 년 간 관례적으로 조업하던 구역과 관련하여 외국어선은 어업협정을 통해 동일하게 조업을 허용하나 국내 근해어선들의 관례적 조업구역은 관리를 강화하여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으므로 국내 어업인의 상대적 박탈감이 발생하고 있다.


계속되는 조업구역 축소
모든 어업인이 모든 바다(어장)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어업은 조업구역과 조업금지구역선이 설정되어 있어 어업의 제한을 받고 있다.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어업 역시 광범위한 조업금지구역선이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조업금지구역선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시절 제정된 조선어업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선에는 기선저인망과 트롤어선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일본 저인망어선으로부터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 어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이후 1953년 수산업법이 제정되면서 트롤어업과 기선저인망어업의 조업구역 및 조업금지구역은 조선어업령 당시 그대로 수용하여 설정되었다. 1963년 기선저인망어업이 대형과 중형으로 분리되었고, 대형기선저인망어업은 조업구역이 제한됨과 동시에 서해상에서 조업금지구역이 확대되면서 조업구역 역시 대폭 축소되었다.
또한 1996년 연안국들이 EEZ를 선포하면서 기존 영해 3해리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해양질서가 확립된 결과 조업구역은 더더욱 축소되었다. 2014년 쌍끌이대형저인망어업의 조업금지구역이 제주도 남측해역 11km이내에서 17km 이내로 확대되면서 해양수산부에서 대체어장을 약속하였으나, 향후 내부 인사발령을 핑계로 현재까지도 대체어장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서해 및 동해에서 한시적 조업 허용
중국 위망(선망)어업은 1월 1일~4월 30일 및 9월 1일~12월 31일까지, 유망(유자망) 어업은 9월 1일~12월 31일까지 대형기선저인망 금지구역선 내측에서 영해선 외측 5해리까지(빨강색 부분) 조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 어선들은 금지구역선에 막혀 안쪽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을 쳐다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해에서 중국과의 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국내 어업인들의 최소한의 조업권 확보를 위해 중국 위망, 유망어업이 조업할 수 있는 동일한 수역에서 한시적으로 조업을 허용하여야 한다.
또한 연근해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으로 조업이 가능한 근해어선들이 한시적으로 대화퇴 해역에서 조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야 한다. 동해안 어업인들은 대형기선저인망어업과 대형트롤 어선이 동해에서 조업을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한시적 조업 구역을 동경 133도 이동(以東)으로 제한해 수심이 깊고 풍랑이 세서 연안 어선들이 접근할 수 없는 대화퇴 지역으로 한정함으로써 일본 저인망어선들과 경쟁조업을 하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성이 있다.
해양수산부는 감소한 국내 연근해 생산량을 높이고 어업인들의 조업구역 보장과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기본대책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또한 제주 인근 조업금지구역 확대시 해양수산부가 쌍끌이대형저인망 어업인들에게 약속했던 대체어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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