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업계는 정말 ‘코로나’ 때문에 호황일까?
해양레저업계는 정말 ‘코로나’ 때문에 호황일까?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3.08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레저 산업 경기 불황, 마리나 적자 장기화 여전

[현대해양]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해양레저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호황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세계해양레저협회(ICOMIA)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어려워질 줄 알았던 해양레저산업이 오히려 기회를 얻었다는 것. 활동이 제한된 시기에 사람들이 해양레저를 통해 힐링을 즐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해양레저산업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을까? 지난해 11월 25일 ‘해양레저관광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2021 국회정책토론회에서 “그렇지 않다”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가 나왔다.

마리나 전경
마리나 전경

해양레저 호황? “NO”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해양레저관광 이용객은 2017년 580만 명을 기록했다. 서핑 이용객이 10만 명, 수중 레저 이용객이 108만 명, 카누·카약 이용객이 1만 5,000명이다. 국내 6대 광역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해양관광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양레저관광 누적 이용 경험은 99.3%이며, 최근 해양지역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근무시간이 단축됨에 따른 여가시간 확대로 해양레저관광 수요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해양레저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 활동이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즐길 수 있는 해양레저 활동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듯했으나 이는 극히 일부 업체에만 해당되는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작년 11월 ‘위드 코로나시대, 해양레저관광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국회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던 조우정 한국해양대학교 해양스포츠과학과 교수는 “해양레저 업계가 호황을 맞이했다고 하는데 이는 특정 업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라며 “우리나라 업체들을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이 감소한 곳이 대부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오른 곳은 마케팅 역량이 뛰어난 일부 업체에 그친다. 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실시한 실태조사의 개요는 해양레저 관광업체 1,500개 중 301개 업체(마리나업 100개소, 수상레저업 201개소, 마리나업은 동남권, 수상레저업은 경기도 및 강원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해양레저관광업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87.3% 이상이 매출이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매출이 60% 이상 감소한 업체가 49%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휴업이나 폐업 그리고 전업을 고려하고 있는 수상레저업체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해양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수상레저업의 폐업률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이었던 2019년 대비 3배 상승한 0.96%였으며, 실제로 1,046개였던 업체 수는 2020년 985개로 줄었다.

코로나19 발생 후 매출액 변화 추세
코로나19 발생 후 매출액 변화 추세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폐업, 전업에 대한 고려 정도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폐업, 전업에 대한 고려 정도

 

정부 지원 사각지대 놓인 해양레저 산업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폐업, 전업에 대한 고려 정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양레저관광업은 1인 기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비수기와 성수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해양레저관광업의 특성상 최성수기에는 상당한 인력이 고용될 것이라 예상되지만 한 업장이 10명을 넘게 고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성수기에도 종사자 수가 10인 미만을 차지하는 곳이 80%를 차지한다. 또한 개인 사업자 대부분은 5,000만 원 미만 자기 자본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즉 통계 결과를 종합하면 해양레저관광업 운영 업체는 개인 사업자가 가장 많은데 대부분 5,000만 원 미만의 현금 자본을 보유한 소기업이라는 것.

또한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자금 조달에 큰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에서 서핑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양한 자금 조달 상품이 나왔으나 결국은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통해 대출을 신청해야 했고, 신용보증기금 보증서에 따른 대출은 한계가 있어 결국 대출 불가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A 씨는 “해양레저업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특례 보증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금 조달 이외에도 정부 규제, 홍보 마케팅, 인력수급 등의 문제가 업계의 애로사항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는 “해양레저관광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나 다른 어떠한 기관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해양레저산업은 정부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 2년 가까이 정부의 직접적 지원 정책은 없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여전히 먹구름 드리워진 국내 마리나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해양레저업계가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국내 마리나 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마리나 산업이 적자 구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더해 코로나19로 더 큰 충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민간마리나 ㈜왕산레저개발조차 2011년 설립 이후 적자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에서 운영하는 개인 업장들은 더욱 힘든 시기를 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마리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B 씨는 “대기업을 낀 업체도 힘든데, 그렇지 않은 개인 기업은 적자를 메울 방법이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에게 마리나는 ‘부자들만의 스포츠’라고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마리나를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주차장에서 산책을 하고 정박된 보트를 보고 가는 것이 전부다. 배를 타는데 비용이 얼마인지 묻는 사람도 없고, 카페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마리나 활성화 정책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국내 마리나 방문도는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해 8월 발간한 ‘휴양과 레저, 문화가 공존하는 마리나’에 따르면 국내 마리나 정책이 시행된 이후 마리나 시설을 방문한 경험은 16.0%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마리나가 대중적인 관광활동 목적지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관련 산업의 성장도 더딘 상황이다. 최근 10년간 요트와 모터보트의 수출액은 매우 미미한 수준. 또한 우리나라는 레저선박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무역수지 적자 폭이 크다.


당분간 적자 불가피… 마리나 업체 지원제도 절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마리나는 총 37개소, 총 2,403선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적자 상태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적자 경영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개인 사업장이 대부분인 형국으로 만성적 적자 구조를 당분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것.

이에 민간 사업자들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마리나를 운영하는 소기업에 대한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장곤 중소조선연구원 본부장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마리나를 활성화시키려면 민간에서 마리나를 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 소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민간 업체와 정부 간 협력이 중요하다. 해양 개발이 어려운 우리나라의 특성상 민간에서 해결할 수 없는 해양 개발 허가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맡아주어야 한다.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마리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 종사자들은 그간 소외받아왔던 마리나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최초 슈퍼요트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관계자 C 씨는 “국가에서 코로나19로 지원하는 정책자금 업종에서 마리나선박 대여업은 제외돼 있다. 손실배상, 희망회복자금 등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주에서 마리나업을 운영하고 있는 D 씨는 “선박의 담보가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어 사실상 대출이 불가하다”며 소규모 해양레저관광업체에 대한 정부의 현실적 보증으로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유수면 이용료 면제도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3월부터 민간 마리나에 대한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100% 면제하는 지원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면제 기간은 지난 2020년 12월 말로 종료됐으며, 이후부터 민간 마리나는 50% 감면을 받고 있다.


세심한 정부 손길 필요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9년 5월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오는 2023년까지 해양레저 관광객 1,0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맞춤형 인프라를 개발하고 해양관광산업 분야를 키워 5년간 신규 일자리 3,000개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제2차 항만 마리나항만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이를 통해 마리나항만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권역별 거점항만을 마리나 중심의 허브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 투자 기회를 확대해 본격적 마리나산업의 도약기를 이루겠다는 계획으로 제2차 항만 기본계획(2020~22029)에서는 전국 70개 마리나항만 예정구역을 선정했다. 그러나 지원 정책을 마련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입장이다. 전준철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과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서 지원 체계를 구체화하기는 어렵다. 코로나 종식 시점에 맞추어 해양레저업계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손우연 서울마리나 부사장은 “해양수산부의 정책이 반가운 것은 사실이나 업계 현실은 많이 힘든 상황”이라며 “사기업이 대부분인 해양레저업체들의 역량만으로는 적자 구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해양레저 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최소 2.5년에서 4년의 시간이 지나야 해양레저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 진단했다. 장기화되는 적자 구조와 매출 하락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세심한 손길이 절실한 상황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