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바다내비? 항해보조장치 업그레이드에 불과!
세계 최초 바다내비? 항해보조장치 업그레이드에 불과!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3.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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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지적되는 핵심 기능들

[현대해양] 바다내비게이션(이하 ‘바다내비)’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총 1,308억 원(민자 190억 원 포함)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됐고, 2021년 1월부터 보급이 시작됐으나 아직 제공하기로 한 서비스의 절반만 제공되고 있다. 모든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단말기 업그레이드와 추가 장비가 필요하며, 해수부는 이에 대한 비용으로 올해 12억 9,000만 원의 예산을 추가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바다내비의 기능 대부분은 이미 다른 항해보조장치에 있고, 새로운 기능 중 어떤 것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2022.2.28. 기준 ‘바다 내비게이션’ 검색 화면
2022.2.28. 기준 ‘바다 내비게이션’ 검색 화면


한국형 바다내비게이션의 등장
지난해 1월 29일 해양수산부는 “세계 최초 ‘바다 내비게이션’ 출항” 이라는 제목으로 정책브리핑을 했다. 2월 28일 기준 포털 사이트에서 ‘바다 내비게이션’이라고 검색하면 첫 화면에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 그리고 공영방송의 영상이 뜬다. 대부분 ‘세계 최초’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바다내비게이션을 만들었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해수부는 “기존 전자해도의 경우 국제수로기구(IHO)의 표준규격 S-57에 따라 제작된 디지털해도인데, 바다내비는 S-57을 대체하기 위해 ISO 19100 시리즈 표준을 수로분야로 확장한 S-100기준의 전자해도를 세계 최초로 바다 내비게이션에 사용했기에 세계 최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라는 말은 업그레이드된 전자해도를 사용한 첫 항해보조장치라는 의미였다.
해양통신분야 전문가 A 씨는 “IMO에서 e-navigation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됐고,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기에 해양내비게이션을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든 것 같이 오인할 수 있는 문구는 ‘과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IMO의 e-navigatoin을 해수부가 한국화하며 IMO 공식 명칭인 ‘이내비게이션’ 대신 바다내비게이션, 스마트 내비게이션 등으로 지칭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제품에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붙이는 것도 이상한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navigation과 바다내비게이션
2005년 12월 영국, 미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일본 등 7개국은 IMO MSC 81에 e-navigation(이하 ‘이내비’)의 개발을 제안했다. △제조사마다 다른 항법시스템의 표준화(Standardization) △여러 종류의 전자항해계기를 하나로 통합(Integration) △항법시스템 배치를 사용자가 편리하도록 규격화(Harmonization) △육상에서 모니터링 통해 선박 안전 안전운항을 원격지원, 해상무선통신환경을 개선해 선박에서도 실시간 정보 이용(Digitalization + Information Service) 등이 당시에 제기된 목적이었다. 사용자들이 미진한 부분에 대한 시스템 개발을 요청한 것이다. IMO는 2010년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NAV 56, 2010), 2013년 16개 서비스 내용을 도출했으며(NAV 59, 2013), 2014년 전략이행계획을 승인(MSC 94, 2014)했다. 이어 2018년 전략이행계획을 업데이트(MSC 99, 2018)하고, 해사서비스 지침을 채택(MSC 101, 2019)했다.
해수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IMO의 이내비를 한반도의 해상환경에 맞춰 특화시켜 개발에 들어갔다. 당시 해수부는 “IMO의 이내비 도입에 선제 대응해 해양 안전 기술을 비롯한 해양IT 관련 국제 표준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당시 ‘한국형 e-navigation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수행했던 안광 목포해대 항해정보시스템학부 교수는 “IMO에서 시작하고 우리가 도입한 것은 맞지만, 이후 우리의 바다내비 사업은 IMO와 별개의 사업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A 씨 역시 “IMO의 이내비와 우리 바다내비는 개념부터 다르다”며, “이내비는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을 위한 것이었지만 바다내비는 연안 선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사고 이후 해수부에서는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조선산업을 관장하는 것은 산업통상자원부이기 때문에, 소형선만 관할할 수 있는 해수부가 사업을 주관하기 위해서는 연안선을 대상으로 바다내비 사업을 전향한 것이다”고 전했다.

7개국이 IMO에 e-navigation의 도입을 제안했다.(MSC 81, 2005)
7개국이 IMO에 e-navigation의 도입을 제안했다.(MSC 81, 2005)

바다내비게이션의 기능
바다내비의 서비스는 기존의 보조항해장치인 전자해도, 프로타, V-Pass 등과 어떻게 다를까.
해수부가 설명하는 바다내비의 핵심 서비스는 △종합 상황인식 및 대응 △사고취약선박의 선내 모니터링 △최적 안전항로 지원 △전자해도 스트리밍 △도선 및 예선 지원 △해양안전정보 제공 등 6가지다.
2021년 1월 해수부는 ‘바다내비게이션 서비스 시행계획’ 등을 통해 △사고취약선박의 선내 모니터링 △도선 및 예선 지원 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4가지 서비스만 시행하는 것으로 우선 제공 방침을 결정했다. 이 두 가지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외에도 추가 장비를 개발·설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해수부는 ‘보다 나은 해양공공서비스, 바다 내비로 실현’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바다 네비게이션 앱(App)에서만 제공하고 있는 최적항로 서비스를 시범운영을 거쳐 연말까지 단말기 설치 선박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막상 어민들은 의구심 품어
그러나 막상 바다내비를 사용해야 하는 어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이전에 해수부가 지원한다고 구매하라던 무전기도 쓸모가 없다”
채낚기 어선 B 선장이 바다내비를 구비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처음 한 대답이다. B 선장은 “입출항 단말기 V-Pass도 있고, AIS도 있어서 바다내비를 또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있는 장비를 회수해 업그레이드를 해주거나, 교체를 해주면 모를까 왜 비슷한 장비를 해수부에서 강매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어민들끼리는 해수부가 이 업체들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잘 되지도 않는 물건들을 자꾸 팔아먹는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다들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면 되는 것도 많은 데 굳이 왜 이렇게 비슷한 장비를 자꾸 만드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형트롤 어업인 H 씨는 “전자해도니, AIS니 다 있다. 우리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거다. 사고나거나 고장 나면 데미지가 크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해도 필요한 장비는 다 설치한다”라며 “그런데 바다내비는 이미 다 있는 장비”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전자해도 마우스가 있는데 고장 나서 바꾸려니 30만 원이라고 하길래, 컴퓨터 도매상가 가서 2만 원 주고 사왔다”며 “전자장비 공급업체에 해군 출신이 있어 해수부가 우대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업체 선정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다른 어업인 G 씨는 “국방비리처럼 전자장비업체 돈 벌어주는 거 아니냐”라며 해수부에 대한 불신을 보이기도 했다. 트롤 어선 F 선장은 “어업인에게는 필요치 않은 장비에 천 몇백 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국고 손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非)어선 보급률도 떨어져
바다내비 보급 사업은 현재 해수부와 해수부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과 수협중앙회가 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바다내비 단말기 보급사업 1차 초기에 다른 회사가 장비개발이 미진한 사유로 지엠티가 보급업체로 지정됐다”며 “현재는 지엠티, 산(SAN), 삼영이엔씨, 카네비컴 등 총 4개의 업체에서 보급하고 있으며 바다내비 단말기 보급사업 업체 선정은 보급사업자인 수협, KOMSA에서 조달청을 통해 추진해 해수부에서는 업체 선정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非)어선 부문은 카네비컴에서 제품 공급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나, 선사들의 외면으로 인해 목표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0년 1,000척, 2021년 460척을 보급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460척 중에 40척에만 보급할 수 있었다. 실제 사용자들의 실망스러운 피드백이 나오면서 더욱 보급률이 줄고 있는 것이다.


‘최적항로안내’ 필요한가?
바다내비를 보급하고 있는 업체 지엠티 정태창 부장은 “기존과 다른 가장 핵심적인 서비스는 최적항로안내, 주변선박 정보를 확인한 충돌 알림, 해수부에서 제공하는 정보 알림 등이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 핵심서비스조차 구동이 잘 되지 않거나, 그 존재 의의조차 분명치않다는 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적 항로 지원’ 서비스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A 씨는 “ECDIS(전자해도표시스템)에서도 최적항로 설정은 가능하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그런데 지금 해수부가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작동이 되지 않는 문제도 있고, 해당 항로를 따라 운항하다가 사고가 날 경우 책임소재를 묻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상선이나 여객선의 경우 이미 뱃길은 정해져 있으며, 어선은 최적항로를 찾아 움직이지 않는다”며 “최적항로 지원은 국제항해를 위한 기능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계열 항만포럼 항해안전 소위원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바다는 육지의 도로만 따라 다녀야 하는 시스템과 다르다”며 “큰 배들은 정해진 항로로 이동하며, 작은 배들은 다른 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선 및 예선 지원’ 서비스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국감에서 문성혁 해수부 장관이 “이런 서비스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들어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도선사와 전문가도 동의를 표했다. 최 위원장(전 도선사)은 “연안선박이나 도·예선에는 이미 AIS가 구비되어 있기에 예선·도선에 효과를 미치는 기능은 아닌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A 씨 역시 “연안의 도선사들은 육안으로 배를 확인하고 가는 경우가 많고, 미리 갈 곳을 알고 있기에 굳이 필요한 기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다내비의 6가지 핵심서비스
바다내비의 6가지 핵심서비스

해외 진출을 둘러싼 의견들
바다내비의 해외수출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해수부 담당자는 “육상시스템 구축은 특정해역 또는 항만을 가진 개도국 등에서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인프라구축 등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ODA 등 국제협력을 고려 중”이라며, “선박장비 측면에서는 선박간 직접 통신이 된다면 해외에서 보다 빠른 시점에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VDES 장비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출 가능성에 대한 관계자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관련 업체에 근무했던 C 연구원은 이에 대해 “지금은 국내로만 국한된 상태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초기에 사업을 구상하던 시기에는 국내의 보급이 원활이 된 후에 해외 수출가능성도 있다고 봤으나, 현재는 국내 위주 사업이다”라며 “통신체계의 문제인데, IP대역도 네트워크망도 다르기 때문에 수출을 하려면 그 나라 국가의 네트워크망과 연결이 돼야 하는데 다른 나라도 이내비를 사용하고 있으니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엠티 관계자는 “통신망이 다른 나라에 구축된다면 수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윤석 한국해대 교수 역시 “우리랑 비슷한 환경의 나라라면 국가차원에서 우리의 통신망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외부 전문가 평가 필요해”
바다내비는 국내법 관련 법정장비에 속한다. 보급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계획이며, 기능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해양경찰청에서 사용하던 V-Pass도 바다내비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안광 목포해대 교수는 “기술 수준은 빠르게 변화하며, 그에 따라 정책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건축가가 집을 지어도 사용자가 불편하면 리모델링을 하는 것처럼 8년 전 담당자들이 만들어 놓은 대로 할 필요는 없다”며, “그러나 국가의 예산을 사용하는 만큼 정책담당자가 더 많이 고민해야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계열 위원장은 “작은 배들은 항법규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 이들을 위해 주변 선박을 화면에서 클릭하면 서로의 항법규정대로 항해를 할 수 있도록 오더블(Audible) 기능 등을 추가해주면 좋겠다”며 의견을 냈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무안·신안)실 황준하 보좌관은 “기존 사업의 성과와 문제점을 외부 전문가 등의 평가를 받아야 하며, 30% 사고 저감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여부 검증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선 이후 해수부 담당자와 다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라며 “단말기 설치 의무화 규정에도 무조건적인 보급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성과관리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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