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이뤄져도 지구 온난화는 계속된다
탄소 중립 이뤄져도 지구 온난화는 계속된다
  •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2.03.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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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한 탄소 중립은 전세계적 아젠다가 되었으며,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탄소기본중립법을 통과시키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전문가들마다 탄소 감축량의 속도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탄소 감축이 지구 온난화 억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면 안 될 또 다른 사실이 있다. 내일 당장 탄소 중립이 실현되더라도 지구 온난화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유발된 북극 해빙(海氷)의 용융(鎔融; 고체가 녹아 액체로 변하는 현상), 해양 온도 상승 등이 다시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에 기여하는 양의 피드백 과정이 이미 활성화 되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탄소 중립을 실현하든 실현하지 못하든, 죽을 때까지 지속적인 지구 온난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해양의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해양  온도  상승으로  인한  잦은  해양  폭염(Marineheatwave)은 양식업의 피해액을 증가시킬 것이다.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증가로 인해 유발되는 해양 산성화는 산호초의 파괴를 유도하여 연안 생물종은 괴사하고 해양 생물의 다양성은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국내의 대응은 어떤가. 최근의 해양 기후 변화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각 부처에서 관측한 해양 데이터는 일원화되지 않아 해양 연구자들이 각 부처에 별도로 연락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기본적인 해양 물리 변수들(온도, 염분 등)은 상대적으로 오래전부터 관측되어 수십 년의 데이터가 축적된 상태이나, 해양 탄소 농도 및 해양-대기의 탄소 교환량 등은 관측하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기후 변화를 연구하기에는 그 기간이 너무 짧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지표 온도, 강수량의 변화 등을 추정하기 위한 한반도 가상 지구 시뮬레이션 모의는 다수이나 한반도 연근해의 해양 내부 온도, 염분, 해류 속도 등을 추정하기 위한 가상 지구 시뮬레이션은 그 사례가 아직 없다.  즉, 국내 해양 기후 변화는 현황 파악도 어려울뿐더러, 예측치도 제대로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와 같은 한계를 만회할 최신의 기법들이 제안되고 있으나, 탄소 중립에 예산이 집중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를 모두 현실화시키기 쉽지 않다. 탄소 중립이 미래 세대를 위한 노력이라면 현세대는 자기 자신을 위해 앞으로 지속될 기후 위기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탄소 중립을 외치고 있는 이 상황에 탄소 중립이 이루어지는 순간 지구 온난화도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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