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의 유용성과 위험성
플라스틱의 유용성과 위험성
  • 강혜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연구원
  • 승인 2022.03.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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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연구원
강혜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연구원

​​​​​​​플라스틱의 딜레마 

이제는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플라스틱은 1868년 즈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당구의 인기가 높아지며 당구공의 주재료인 코끼리 상아가 무분별하게 사용되었고 이를 막고자 대체재 개발에 많은 상금이 걸렸다. 그 결과 최초의 자연수지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가 탄생했고, 이후 인공플라스틱 베이크라이트 등장과 함께 플라스틱 시대가 열렸으며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이 발명되었다. 플라스틱은 현재까지 많은 산업에 널리 이용되며 인류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강한 내구성은 엄청난 장점이자 쉽게 분해되지 않기에 환경 측면의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유럽 플라스틱 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은 약 83억 톤이며, 이 중 89%가 매립, 방치 또는 소각처리 되었고, 겨우 약 9%가 재활용되었다고 한다. 또한 2020년에는 연간 약 3억 톤 정도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었다. 
COVID-19 이후 마스크 사용량과 포장용기수요의 급증으로 앞으로도 더 많은 플라스틱 생산량이 예상되며 이에 따른 환경 오염도 심각해질 것이라 예측된다. 

바다 미세플라스틱의 발생

플라스틱에 감겨 질식사한 거북이, 신체 일부가 절단된 고래, 소화기관 내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쌓여 죽은 물고기 등 플라스틱 오염으로 죽어가는 해양생물 사진은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다.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원형해류와 바람에 의해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형성한다. 대양에는 북태평양 환류, 인도양 환류, 남태평양 환류, 남대서양 환류, 북대서양 환류로 총 5개의 환류가 존재하며 이에 따라 5개의 거대한 플라스틱섬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우리나라의 16배나 되는 태평양 쓰레기 섬(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에 대한 내용은 이미 많이 알려져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플라스틱이 썩어 없어지지 않고 더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으로 분해되며 수많은 미세플라스틱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특히, 육안으로는 물론이거니와 현재 과학 기술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나노 입자 크기의 플라스틱은 얼마나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플라스틱을 칭하며 제조 당시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1차 미세플라스틱, 큰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쪼개져서 작은 사이즈가 된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눈다. 먹이 선택성이 낮은 동물플랑크톤과 같은 여과 섭식자의 경우 미세플라스틱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며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상위 포식자들에게 먹이원으로써 농축된 미세플라스틱을 전달하게 되며 최종 소비자인 우리에게 전달 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영향

WWF는 사람의 경우도 다양한 유입원을 통해서 일주일간 평균 5g 정도의 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보고하였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생체 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체내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특성(모양, 크기 등)에 따라 세포괴사, 염증반응, 조직손상 등 다양한 물리적 손상을 야기시키며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 깊숙히 침투하고 오랜 시간 잔존하며 강한 독성을 유발한다. 
또한 플라스틱 화학적 성질(첨가제)에 따라서도 화학적 손상을 유발한다. 

플라스틱의 첨가제에는 주로 환경호르몬으로 구분되는 화학물질이 사용되며 이에 따라 생물에 내분비교란을 유발하고 생식, 기형, 신경장애 등 다양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해양환경에서는 잔류 유기오염원이 플라스틱에 흡착될 수 있는데, 환경 내에 떠다니는 유기오염원은 소수성이 높은 플라스틱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고농도로 흡착된 후 생물 내에 유입되어 적은 양으로도 독성상승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실제로 환경 내의 미세플라스틱을 수집하여 분석한 결과, 다양한 종류의 유기오염원(PCB, DDT, HCH, PAHs)이 흡착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기오염원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금속, 환경호르몬과도 물리 화학적 흡착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며 다른 오염원과의 복합독성연구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현재까지 해양생태계 먹이망의 하위 단계에 있는 1차 생산자부터 가장 상위에 있는 포식자까지 다양한 해양생물종을 대상으로 동반독성연구가 진행되었으며, 개체 수 감소, 생식력 저하, 면역력 감소, 산화적 스트레스 증가 등 다양한 생리학적 독성영향이 보고되었다.

장내불균형, 염증질환 야기

해양생물을 활용한 플라스틱 독성영향을 수행하였을 때 공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은 장내에 쌓인 많은 양의 플라스틱일 것이다. 많은 연구진들이 형광 플라스틱을 이용하여 플라스틱 체내거동을 확인하였고 이를 통해 소화기관이 주된 농축기관인 것을 발견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플라스틱 독성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바다송사리 장내 플라스틱 농축 사진
바다송사리 장내 플라스틱 농축 사진

미세 및 나노플라스틱과 장내 미생물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사이즈가 작을수록 장내 불균형과 염증관련 질환을 유도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해양생물 장내 미생물의 기능적인 측면은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플라스틱 노출 시 변화되는 미생물군집 연구를 통해 플라스틱 분해 관련 유용미생물 등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익 미생물을 연구에 도움을 주며 건강학적 지표로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최근 과학기술의 진보로 마이크로바이옴 뿐 아니라 다양한 오믹스 접근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잠재적 플라스틱 독성과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 규명을 위한 다양한 수준의 해양생물 독성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기에 플라스틱의 유용성과 함께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플라스틱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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