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원 설립 추진, 그 안과 밖
해사법원 설립 추진, 그 안과 밖
  • 손점열 한국해법학회 회장
  • 승인 2022.03.06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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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점열 한국해법학회장은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그리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상법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손 회장은 '팬오션'에서 보험법무실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중소 선사 '태크마린'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또한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인, 출강 등 사회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손점열 한국해법학회장은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그리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상법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손 회장은 '팬오션'에서 보험법무실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중소 선사 '태크마린'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또한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인, 출강 등 사회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손점열 한국해법학회장은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그리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상법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손 회장은 '팬오션'에서 보험법무실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중소 선사 '태크마린'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또한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인, 출강 등 사회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현대해양]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부산지역에 기반을 둔 단체 및 인사들을 중심으로 해사법원 설치를 위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근자에 국회 회기마다 부산, 인천, 서울 각 지역의 기관과 시민단체들이 지역 국회의원과 협업하여 몇 차례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그 때마다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번번히 폐기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해사법원 설립을 염원하는 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는 해사법원 설립을 통해, 우리도 해운강국에 걸맞는 해사분쟁해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법률비용의 해외유출을 방지하며, 나아가 동북아 분쟁센터 허브로서의 발돋움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정치적 요소로 인한 대립

그런데, 해사법원 설립추진을 위한 세미나의 개최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늘 마음 한구석에 씁쓸한 생각이 자리를 잡는다. 해사법원의 설립취지에 걸맞는 건설적이고 현실적인 토론의 장이 되기보다는 지역적·정치적 이해관계로 주최 기관 간 다분히 대립구도의 양상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필자만의 단상일까?

해사법원의 설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어디에 해사법원을 둘 것인가에 대한 각론에 들어가면 지난 사례에서처럼 첨예하게 지역간 대립구도로 바뀐다. 가령, 부산이나 인천에 해사법원 유치를 원하는 쪽에서는 해사사건의 발생지가 바다이기 때문에 항만지역이 현장성과 신속접근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 항만지역에 교육기관, 행정기관, 사법기관, 금융기관 등 해양인프라가 어느 지역보다도 잘 갖추어져 있으며, 서울 외 지역에 해사법원을 설립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수요자의 니즈를 따져야

그런데 과연 이러한 요소들이 해사법원의 설치 장소를 정함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어야 할까? 
우선, ‘국내 해사전문법원의 부재로 인해 계약 당사자들이 분쟁해결을 위해 런던이나 싱가포르 등 외국으로 나갈까?’ 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해사사건은 국제사법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다시 말해 법원의 소송이나 중재 등의 분쟁처리방법은 계약자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국제거래의 경우 국내 당사자 일방이 국내 재판관할만을 고집할 수만은 없다. 더구나, 주요 해사계약으로 대별되는 용선계약, 선박건조계약, 선박매매계약, 해상보험 등은 대부분 국제적 표준서식이나 약관이 이용되는데 거의 모두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초기화(default) 되어 있다. 즉, 국제성을 띠는 해사사건의 경우 국내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기본적으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 밖에도 사건의 성격에 
따라 기국(flag state)이나 관계자의 국적에 따라 관할이 구속을 받는다. 

다음으로 따져 볼 것은, 현장성과 신속접근성이 요구되는 주요 항만지역에 해사법원이 설치 되어야 하는지의 문제다. 선박충돌사고가 항만이나 자국수역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사고 초기 조사나 손해경감(mitigation)을 위한 임시조치 등의 절차는 현장에서 일어나지만, 사고 결과에 따른 당사자간 책임소재를 다투는 일은 결국 해당 계약서에 따라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이때 대부분 분쟁사건은 현장이 아닌 주로 피고 회사의 주소지인 본사 소재지에서 제기된다. 그리고 대다수의 회사는 법적분쟁을 총괄하는 법무조직을 본사에 두고 있다. 이런 저런 연유로, 실제로 해상 법조인, 손해감정/사정회사, 손해보험사 등 해사사고와 연관된 기관들은 대부분 서울에 분포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해상보험의 한 축인 P&I(Protection & Indemnity) 보험의 한국 연락사무소도 모두 서울에 소재하고 있다. 실수요자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국제적 분쟁해결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영국의 수도, 런던의 경우가 그 좋은 예이다.

따라서, 해사법원의 설치장소에 대한 논의는 먼저 수요자의 니즈를 따져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목에 점방을 차려야 승산이 있는 이치와 같다. 국내 당사자간 분쟁해결조차 불편하다면, 하물며 당사자 일방이 외국 기업이라면 한국에서의 분쟁해결은 더욱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관할의 조정 등으로 얼마든지 당사자가 편리한 곳에서 판단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 후에, 해사법원 설립 이슈가 나올 때 마다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해사사건의 수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할 터이다.

합리적인 법률비용, 전문성, 예측가능성, 그리고 신뢰성 등의 관점에서 국내 분쟁 시스템에 대한 당사자들의 만족도를 높여 나간다면, 분쟁해결을 위한 해외 탈출구는 자연스럽게 좁혀질 것이며,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런던, 싱가폴에 이어 동북아 분쟁센터의 선택지로 각인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해사법원 설립과 더불어 대체적분쟁해결 수단인 국내해사중재의 활성화가 이루어 지면 그 시기를 훨씬 앞당길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진정으로 해사법원의 설립과 발전을 바란다면 우리 모두가 지역적·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건설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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