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아쿠아포닉스’, 농수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⑥ ‘아쿠아포닉스’, 농수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2.02.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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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현대해양] 팬데믹과 함께 기후변화 폐해 체감도가 날로 커지는 요즘이다. 그 영향범위는 경제, 사회, 산업 전반으로 확산했고, 쉽게 회복될 기세가 아니다. 널 뛰는 식자재 가격이 밥상 물가 대란으로 번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 장마, 겨울 한파로 식자재 수요와 공급 균형은 이미 깨졌고, 지난 2년간의 팬데믹은 소비자 구매 여건을 크게 바꿔 향후 글로벌 식품 시장의 인플레이션이 언제까지 갈지 걱정이다.

지난해 중국은 역대 최악의 홍수로 채소 가격이 한 달 새 16% 폭등했다. 시금치는 40%, 오이는 80%까지 오르고 브로콜리 가격도 3배 이상 오르면서 물가상승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우리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다. 양상추는 작년 늦더위와 가을장마 그리고 최근 갯벌까지 얼어붙게 만든 한파까지 겹쳐 생산량이 70% 줄고 가격은 3배나 올랐다. 상추는 5배나 비싸져서 요즘은 기본 햄버거 속 양상추마저 사라졌다. 삼겹살보다 비싼 깻잎 덕에 쌈 채소를 선뜻 내놓는 고깃집도 줄었다.

온난화로 바뀐 작물지도 (1980년대 → 최근)
온난화로 바뀐 작물지도 (1980년대 → 최근)

기후 온난화가 바꾼 한반도 작물지도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한마디로 명쾌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어떤가? 흔히 먹는 물고기나 채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좀 쉬울 것 같다. 채소는 계절과 기후에 가장 민감한 식자재 중 하나다. 식물의 재배한계선이 기후변화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 국립농업과학원은 우리나라 농작물 재배한계선이 기온 1℃ 상승 시 81km 북상했고, 고도도 154m 상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인천의 한 농장에서 따뜻한 제주에서 나던 감귤을 성공적으로 재배했다고 한다. 안성에서는 바나나가 본격 출하된다. 사과하면 대구였는데, 이제는 강원도 사과가 최상품이 됐다. 과거 수입에만 의존했던 패션프루트나 파인애플도 이제 국내산을 맛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한반도 작물지도를 바꿔버렸다. 사계절이 익숙했던 우리는 여름이 지나면 곧 겨울옷을 입고, 한파가 지나면 어느새 반바지를 꺼낸다.

 

푸드 마일리지란?

1994년 영국 환경운동가 팀 랭은 ‘푸드 마일리지’란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다. 식품이 생산된 후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이동한 거리(푸드 마일)에 운반된 식품의 무게를 곱한 값이다. 그래서 단위는 t·km로 표현한다. 즉 운반 거리가 멀고, 물량이 많으면 커지는 값이다. 따라서 푸드 마일리지를 통해 얼마나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비됐는지, 환경을 어느 정도 오염시켰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고, 기후변화의 한 지표이기도 하다.

푸드 마일리지에 대한 통계를 잠깐 살펴보면, 우리나라 현실을 금방 알 수 있다. 2010년 기준 1인당 푸드 마일리지는 한국 7,085t·km로, 일본 5,484, 영국 2,337, 프랑스 739에 비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비교하면 한국의 푸드 마일리지는 프랑스의 10배다. 우리보다 5배나 큰 프랑스의 국가 면적을 고려하면 50배나 큰 값이다. 우리나라의 장거리 식품 수입 의존도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 방법은 간단하다. 직접 농사를 짓고, 로컬푸드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이다.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는 것은 건강, 식량안보는 물론 온실가스 감축과도 직결됨을 기억하자.

 

세계 속 농업, 두 마리 토끼 잡기 딜레마

2016년 세계자원연구소의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에 따르면 농업 분야가 전체의 18.3%를 차지했다. 농식품 산업의 배출량 비중은 최대 37%로 보고되기도 했다. 그 이유는 토지의 경작, 관개 작업뿐만 아니라 각종 화학비료 사용과 토양침식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2019년 유엔은 세계인구가 2100년 109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분간 인구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 대안은 농업 분야의 비중 확대일 것이다. 이제 식량안보는 물론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하는 농업기술이 필요해졌다. 두 마리 토끼 잡기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우리 농촌과 농업의 열악한 현실

지난 50년간 한국 농가 인구는 84.4% 감소했다(1,442만→ 225만). 1970년대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농가 인구수가 이제는 전체 인구의 4.3%에 불과하다. 반대로 고령화는 매우 심해졌다. 2019년에는 1970년 대비 농가 노령화지수가 94배까지 증가했고(백명당 11.4→1,073), 2020년에는 줄었지만 1970년 대비 8배로 여전히 높다(백명당 11.4→129). 인구수 급감과 고령화는 우리 농촌의 심각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와 함께 농촌인구 급감이 결국 우리나라 곡물 해외 의존도를 지속해서 높여온 주범이다. 2020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국의 곡물 자급률이 22.5%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최하위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세계 4위에 올랐다. 그런데 1헥타르당 농약과 비료 생산량은 선진국보다 10배 이상 높다고 한다. 각종 통계와 지수가 한국 농업의 열악한 현실과 위기를 말해주고 있음이다.

 

농업 위기의 해결사, ‘스마트팜’ 주목

우리나라는 주변국보다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고 한다. 2020년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농업 분야에서 작물재배지의 북상과 해충 발생, 잡초 피해 등에 주목했다. 기후변화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농업기술의 발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팜과 같은 신농업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스마트팜은 1년 내내 일정한 환경조건 하에서 실내 경작이 가능하다. 즉, 기후변화 걱정도 없고, 영향도 최소화하는 미래 농업의 핵심기술인 셈이다. 국내 스마트팜 활성화는 푸드 마일리지 감소로 이어진다. 일석삼조인 셈이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은 약 500조 원을 내다본다. 지난 6년 연평균 16% 이상 꾸준히 성장해왔음에 주목해야 한다. 반면 국내 스마트팜 시장은 동일 기간 연평균 5% 성장에 그쳤다. 국가 차원에서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농식품 분야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최근 정부는 스마트팜 관련 원천기술개발 R&D 연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마트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제도 정비, 우수인력 양성 프로그램 발굴, 그리고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운영은 스마트팜 보급과 상용화의 청신호다. 기업도 자생식물 자원화 사업, 아파트 단지 내 스마트팜 도입 등 다양한 사업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다. 국내 관련 기술의 성장과 스마트팜 시장의 확대가 더욱 기대되는 요즘이다.

 

농·수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아쿠아포닉스 기술

최근 아쿠아포닉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s)의 합성어다. 두 독립된 기술이 융합된 농법이자 어법이다. 무항생제, 무병, 무환수의 3無로 알려진 친환경 차세대 기술이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물고기 배설물로부터 공급받고, 식물이 정화한 깨끗한 물로 다시 물고기를 키운다. 무환수 기술은 노지재배보다 물을 90% 이상 절약시켜준다. 미생물을 이용해서 물고기 배설물에 들어 있는 유해한 암모니아를 분해하고, 식물 성장에 유리한 질산염이 공급되어 작물이 잘 자라게 된다.

아쿠아포닉스는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물과 영양분을 순환시켜 재사용하므로 환경에도 좋고, 가성비도 높다. 특히, 노지재배의 난제인 병해충이나 잡초 관리와 수확 작업의 어려움도 적다. 이론적으로 1년 내내 최적 환경에서 물고기와 식물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차세대 스마트팜의 핵심기술인 이유다. 다만, 키우는 물고기와 식물에 따라 조건이 달라져서 최적 조건을 찾아내는 것은 만만치 않다.

아쿠아포닉스의 현재와 미래
아쿠아포닉스의 현재와 미래

서울대-㈜지오시스템리서치의 기술개발

우리 연구실은 지난 10년 메조코즘(Mesocosm) 연구에 주력해왔다. 메조코즘은 환경과 생태계를 현실에 가깝게 모사한 인공생태계를 일컫는다. 메조코즘 연구의 장점은 다양한 환경조건을 주고 바꿔가며 생물(생태계)의 반응을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우리 연구실의 갯벌 오염정화 능력 규명 연구도 메조코즘 연구로부터 출발했다. 해양생태 연구에서 현장 검증에 앞선 메조코즘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메조코즘 연구로 생물을 키우고 관찰하다보니 기술과 노하우가 생겼다. 그래서 우리는 아쿠아포닉스에 도전하게 됐다. 물고기를 키우는 배양 노하우를 발전시켜 채소를 키워보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비단잉어를 비롯한 민물고기 3종과 잎상추류와 허브류를 비롯한 55종의 식물 재배에 성공했고 특허도 냈다. 즉, 물고기와 채소가 함께 잘 성장하는 최적 환경조건을 찾아낸 것이다. 아쿠아포닉스 식물 재배는 노지재배보다 더 빠르게 성장, 수확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딜, 바질, 사프란과 같은 고가의 허브류와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인삼 재배도 성공했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올해 들어 우리는 맛 좋기로 유명한 농어나 감성돔과 같은 바닷물고기를 담수 환경에 적응시키면서 채소도 키우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쿠아포닉스 연구는 조건을 바꿔가며 원하는 물고기와 식물을 조합해서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인 것 같다. 최적의 성장 궁합을 갖는 물고기와 식물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고 그 조합은 무궁무진하니 말이다. 영업비밀이지만 물고기와 식물 성장이 극대화되는 중요한 조건 몇 개를 공개하자면, 수조 크기, 배양수의 부피, 생물의 밀도, 온도, 영양분 조성과 양, 그리고 빛의 세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서울대-㈜지오시스템리서치의 아쿠아포닉스 공동연구
서울대-㈜지오시스템리서치의 아쿠아포닉스 공동연구

아쿠아포닉스의 미래, 상상 그 이상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탑재한 인공생태계는 언젠가 도심 속 한 생태계로 구현되어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할지도 모르겠다. 지역마다 특성 있는 랜드마크 건축물로 탄생할 수도 있다. 아쿠아포닉스 건축물은 보는 것 자체로 멋질 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의 훌륭한 플랫폼이 될 것 같다. 국민 먹거리와 건강은 물론 글로벌 난제인 온실가스 감축까지, 상상 그 이상의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내가 원하는 물고기와 채소를 내 집에서 키우고 먹을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아쿠아포닉스 기술이 목전에 있다. 냉장고나 TV, 세탁기와 같은 필수 가전제품처럼 아쿠아포닉스 수조가 우리 집안 구석에 하나쯤 생긴다고 상상해보자. 과학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우리는 과거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하곤 한다. 미래에는 화장실만 한 크기의 아쿠아포닉스홈을 갖춘 아파트가 인기를 누릴지도 모르겠다. 내가 먹고 싶은 물고기와 원하는 색깔의 채소를 바꿔가면서 키우는 재미도 먹는 즐거움도 만끽해보자. 농·수산업 분야의 차세대 친환경 핵심기술인 아쿠아포닉스가 국가 난제인 식량안보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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