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해상교통관제센터 - 365일 바닷길 교통 안전 지킴이
인천항해상교통관제센터 - 365일 바닷길 교통 안전 지킴이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2.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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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해 12월 20일 선박의 안전운항, 교통흐름의 효용성 증진을 목적으로 24시간 365일 쉼없이 돌아가는 VTS를 찾았다. 오전 8시 30분, 인천광역시 소월미도에 자리잡은 인천항해상교통관제센터(VTS:Vessel Trafic Service, 이하 VTS)의 관제실은 분주했다. 지난밤 근무했던 관제운영 B팀과 오늘 주간 근무를 하는 C팀 직원들이 한번에 모였기 때문이다. B팀은 밤새 모니터를 봐 빨갛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C팀에게 인수인계 서류를 넘기며 지난밤 있었던 특이사항 등을 공유했다.

인천항VTS

VTS 관제대상선박과 관제사들

국내의 VTS는 필수·보조 관제시설로 나뉜다. 필수관제시설에는 선박교통관제운영시스템, 레이더, 선박자동식별장치, 초단파 무선전화가 있고 보조관제시설은 무선전송시스템, 기상관측시스템, CCTV 등이 있다.

VTS의 관제대상선박은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 △총톤수 300톤 이상의 선박(내항어선 제외) △「해사안전법」제2조제6호에 따른 위험화물운반선 △부선이나 구조물을 끌거나 밀어서 이동시키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설치한 예인선 △여객선 △총톤수 2톤 이상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설치한 유선 △선박길이 45m 이상의 어선 △총톤수 300톤 미만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설치한 선박 중 선박입출항법 제2조제4호에 따른 예선, 선박입출항법 제2조제5호라목에 따른 급수선·급유선·도선선·통선, 공사 또는 작업에 종사하는 선박, 해양조사선·순찰선·표지선·측량선·어업지도선·시험조사선 등 행정목적으로 운영하는 관공선 등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해상교통관제사들은 △항로이탈, 위험구역접근, 선박충돌 등의 위험이 있는지 관찰 후 해양사고 예방 관련 정보제공, 조선 및 지시 △항만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입출항 우선순위 조정 및 선석, 정박지, 도선, 예선 정보 등 항만운영정보 제공 △조류, 조석, 해상기상, 해상사격 등 선박 안전운항을 위한 항행안전정보 제공 △해양사고 및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동조치 및 전파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교신은 한국어와 영어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관제사 응시자격은 5급항해사 이상의 면허를 취득 후, 1년 이상의 승선경력을 지녀야 주어진다. 관제사 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10주간 국제자격인증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류정선 C팀 팀장은 “현재는 국제자격인증교육을 이수한 해양경찰관도 해상교통관제사로 근무할 수 있고, 우리 센터에는 4명의 경찰관이 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행정·시설팀의 응시자격은 무선설비나 전파전자통신 관련 자격증을 지닌 사람이다.

류정선 팀장이 섹터1의 관제업무를 보고 있다.
류정선 팀장이 섹터1의 관제업무를 보고 있다.

구역별로 나눠 철저히 관제한다

인천항VTS는 1970년 4월 항무통신운영국 개국으로부터 시작됐다. 1998년 11월 해상교통관제 시스템이 설치됐으며, 2006년 12월 현재의 해상교통관제센터가 준공됐고, 2017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소속으로 직제 개편이 진행됐다.

인천VTS의 관제구역은 영흥수도를 포함한 인천항계 및 교통안전특정해역으로 총면적 640㎢로, 서울시 면적보다 크다. 관제구역은 선박교통관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에 따라 무역항의 수상구역등, 교통안전특정해역, 연안해역의 수역 중에서 유효한 레이더 탐지범위 내의 해상교통량 및 선박 이동경로 등을 고려해 설정된다. 이 구역은 편의상 ‘섹터’라고 부르는 작은 구역으로 나뉜다. 섹터1은 평택, 대부도, 영흥도을 아우르는 지역, 섹터2는 인천대교 부근, 섹터3은 인천항만 구역을 보여준다.

방호철 관제사는 “한 번에 한 섹터만 관제하니까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관제사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섹터1에서 올라오는 배들을 잘 정리해줘야 섹터2, 섹터3에서 배들이 밀리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섹터2와 섹터3의 구역은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타 섹터가 바쁠 경우 대신 관제를 해주기도 한다고.

류 팀장은 “인천VTS는 전국 20개 VTS 중 통항량으로 3~4번째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며 “또한 오래된 항만답게 초대형원유운반선, LNG/LPG 선, 자동차운반선,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상선 및 예부선, 낚시 유선, 어선, 도선, 연안/국제 여객선 등 다양한 선박들의 통항량이 많은 편이고 서해의 심한 조석과 조류 영향, 봄철 안개 등으로 더욱 특별한 이해가 요구되는 지역이다”라고 덧붙였다.

섹터3의 관제업무를 보고 있는 관제사
섹터3의 관제업무를 보고 있는 관제사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관제 시스템

관제운영팀은 센터장 1명, 행정·시설팀 5명, 관제운영팀 21명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A·B·C 세 개 팀으로 나뉘어 3교대로 24시간 365일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주간근무는 09시~18시, 야간근무는 18시~익일 09시, 종일근무는 09시~익일 09시를 의미하며, 이는 해양파출소 근무 일정과 동일하다.

오전 9시, C팀의 주간 관제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C팀은 류정선 팀장(7급, 해양수산주사보), 방호철 관제사(7급, 해양수산주사보), 서철준 관제사(8급, 해양수산서기), 이승민 관제사(8급, 해양수산서기), 문성주 관제사(9급, 해양수산서기보), 김선웅 관제사(경사), 최진욱 관제사(순경)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아침 회의가 끝나자, 관제사들은 세 섹터에 각각 한 명씩 자리잡았다.

류 팀장은 “세 명이 두 시간씩 관제 업무를 하며, 비관제 시간에는 서류 작업을 하거나 휴게시간을 가진다”며, “관제 업무시간 내내 모니터에 집중해야하므로 두 시간 이상의 업무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섹터3 책상 옆에는 또 하나의 업무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인천항만공사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위한 자리다. 공사 직원 역시 3교대로 나뉜다. 원래는 혼자서 근무하는데, 오늘은 인수인계를 위해 두 명이 출근했다. 이들은 선박 정박지 예약, 입·출항 신고접수 등의 업무를 처리하며, 이따금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중국 선박 교신도 대신 받아준다.

김서희 직원은 “선박의 입출항을 관제사들이 일지에 기록하면, 그 중 필요한 부분을 전산으로 입력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에서 이 기록에 따라 각 대리점 항만 사용료를 고지·징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제운영C팀과 IPA직원들
관제운영C팀과 IPA직원들

순간 판단력과 융통성으로 선박통행 정리

이날 인천항 1항로 북측구간에서는 준설공사가 한창이었다. 신항 컨테이너부두 하부공에서는 축조공사중이었다. 관제사들은 지반평탄화작업이 한창인 구역 부근의 선박에 정보를 제공했다.

“○○○호, ○○○호, 인천VTS” 관제사의 통신에, 해당 선박이 대답한다.

“○○○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북항 ○○번 정박지 부근에서 작업 중인 배가 있습니다. 우현으로 넓게 돌아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안전운전 하세요. 오바.”

이렇게 깔끔하게 끝나는 교신이 대부분이지만, 매번 그런 건 아니었다.

“아니 나는 그쪽으로 갈 생각도 없으니까, 가라말라 명령하지 마요!”

버럭 소리를 지르는 선박이 등장했다. 관제사는 그냥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마무리했다.

“네. 지금 앞쪽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요. 조금 넓게 좌현으로 끼고 가주세요. 안전운전 하세요. 오바.”

방 관제사는 “이따금 선박끼리 교신으로 싸우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행히 통신이 한 번에 한쪽 방향에서만 목소리가 전달되는 One-Way 방식이라 관제사가 끼어 중재를 한다고.

그가 잠깐 상황설명을 해주는 사이에도 교신소리는 끊김이 없었다. 통화기술이 얼마나 발전한 시대인데, 이곳에서는 같은 채널을 사용하는 모든 선박의 교신소리가 들리니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귀가 먹먹했다.

방 관제사는 모니터를 응시하다가 통신 버튼을 눌렀다.

“△△△호, △△△호,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가 부른 선박은 항로 중간에서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 선박과 몇 번의 교신 끝에 △△△호가 입항하려는 부두와 스케쥴이 맞지 않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제사는 지금 자리에서 멈춰 있으면 다른 선박과 충돌 위험이 있다며, 근처의 A 정박지를 안내했다. 원래 정박지는 지상의 유료 주자장처럼 사용료가 발생한다. 지상과 다른 점은 예약제라는 것. 그러나 이렇게 융통성을 발휘해 잠깐 자리가 필요한 선박들에게 사용하게 해주어 전체 선박 통행을 정리하는 것도 관제사의 업무다.

“△△△호, A 정박지는 한 시간 뒤에 다른 선박이 예약해둔 곳입니다. 혹시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미리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러겠습니다.”

통신이 끝나자 이번에는 메일이 한 통 들어왔다. 중구 남항부두 어귀에서 해양오염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해경청에 접수됐다는 내용이었다.

방 관제사는 “아직은 원인도 알 수 없고, 오염 발생 규모도 확인되지 않았다. 해경 경비정이 현장을 확인하고 조치가 되는 대로 상황보고서를 보내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오후 5시 30분, A팀이 야간 근무 전 회의를 하고 있다.
오후 5시 30분, A팀이 야간 근무 전 회의를 하고 있다.

 

사고 발생 가능성조차 차단

생각보다 관제 업무가 극적이지는 않다는 말에 류 팀장은 “VTS의 업무는 해서 티가 나기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어떤 작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조차 미리 차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관제업무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인천대교를 지나 입항하던 상선에 발전기 고장이 발생했다. 멈추지도, 방향을 바꾸지도 못하는 상선은 급히 VTS에 상황을 알렸다. 류 팀장은 “우선 긴급 투묘를 지시하고, 인근에서 항해하고 있던 예선에 지원을 요청하고, 해경청 상황실에 상황을 전파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비정이 출동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류 팀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대형 상선은 큰 문제가 없는데 동남아쪽의 선박이나 작은 회사의 선박 중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다소 있다”며 “보통 이러한 사고는 선박 사전점검 미비로 발생한다”고 전했다.

또한, 막상 사고가 나는 경우에는 관제센터의 자잘못과 관계없이 매우 복잡한 보고 체계를 거쳐야한다. 화재가 난 선박의 경우도 있었고, 관제대상이 아니라 모니터에 잡히지 않은 어선과 컨테이너 선이 충돌을 한 적도 있다. 류 팀장은 “이렇게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어선들의 경우 선박에서 직접 잘 살피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관제구역 내 모든 사고에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마음으로, 사고 전후 조치 상황을 복기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 하지만,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드물지만, 관제실에서 미리 정보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듣지 않고, 좌주/좌초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참고로 선박이 좌주/좌초하는 경우에는 상황실에 전달해, 해경정을 투입한다. 해경정은 선박 상황에 따라 물때를 기다릴지 인양을 할지 결정한다고.

 

“선진화된 시스템 필요해”

1년 이상의 승선경험만 있다면 응시자격이 주어지지만, 인천 VTS 관제사들은 대부분 3년 이상의 승선 경험을 지녔다. 배를 탔던 경험이 어땠는지 묻자, 다들 짠 것처럼 대답한다. ‘좋았지만, 다시 배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이유도 거의 한 가지였다.

문성주 관제사는 “아무래도 나이가 들고 가정을 꾸릴 생각을 하면서는 배를 계속 타기가 어려웠다”고 말한다. 방 관제사도 “결혼을 결심하고 배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있다. 관제인원의 부족 문제다. 한 관제사는 “3교대 근무는 계속해서 생활 패턴이 바뀌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며 “그런데 인원이 한 명이라도 빠지면 정말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VTS는 2023년까지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VTS 통합 플랫폼’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개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선박교통 정보를 중앙시스템 환경의 클라우드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관련기관과 해운종사자 등 이용자가 관제정보에 더욱 신속하게 접근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별 관제센터에서는 일지를 수기로 작성하는 등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류 팀장은 “지금은 통신하면서 쉴틈없이 손으로 일지를 작성하고 있는데, 그럼 나중에 정보를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지의 처치가 곤란할 정도다”라며 “VTS의 발전을 위해 좀 더 선진화된 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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