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해양문화유산 종합 연구기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 “해양, 고고학 아우 를 전문 인력 양성 시급”
국내 유일 해양문화유산 종합 연구기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 “해양, 고고학 아우 를 전문 인력 양성 시급”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2.1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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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류, 문화, 교류의 흔적 찾아 항해한다

[현대해양] 전라남도 목포시 갓바위 문화거리에 위치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는 국내 유일해양문화재 발굴 기관이다. 숭례문, 광화문, 석굴암 등 지상의 문화재에 비해 해양문화재는 아직 생소한 것이 현실이다. 김연수 연구소장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는 해양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 해양과 고고학 모두에 지식이 있는 전문 인력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국내 수중문화재 발굴의 시작

1975년, 한 어업인이 우연히 전남 신안군 도덕도 앞 바다에서 중세 동아시아 무역선을 발견했다. 1976년 본격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1981년 신안선을 보존처리할 목포보존처리장이 개설된 것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시설의 시작이다. 이후 1990년 목포해양유물보존처리소가 개소했고, 1994년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2009년,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연구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연구소는 현재 세계 유수의 해양문화재 연구기관, 해양박물관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김 연구소장은 “지난해 11월에는 제5회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중문화유산 대회 개최국 유치에 성공했다”며 “2023년 개최하는 이 대회에는 세계 2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수 연구소장
김연수 연구소장

아시아 최초 수중발굴 전용선박 건조

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해양문화유산 종합 연구기관으로 △수중문화재 발굴과 탐사 △전통선박 복원 연구 및 활용 △출수유물 보존 및 분석연구 △해양문화유산 조사 연구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목포에 본소를 두고 있으며, 목포·태안에 각각 전시관과 수중문화재 보존처리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수중문화재 조사를 위해 수중발굴 전용선박 누리안호(강선, 288톤), 수중문화재 탐사선 씨뮤즈호(F.R.P, 18톤) 등 2척의 선박을 보유·운용하고 있다.

충남 태안 마도해역에서 출수된 마도1호선~4호선까지 4척의 고선박 보존과 유물의 보존처리를 위해 2011년 6월 태안보존센터를 준공했으며, 2013년 5월 아시아 최초로 수중발굴 전용선박 누리안호를 건조, 수중발굴 현장에 투입했다. 2016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충청·경기권의 수중발굴, 해양문화유산 조사연구, 전시 및 교육을 전담하는 ‘서해문화재과’를 신설했으며, 태안 대섬과 마도1~4호선에서 출수된 유물의 전시와 교육을 위해 2019년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을 개관했다.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연구소로 들어가면 전면 유리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창밖으로는 영산호가 펼쳐져 있는데, 다섯 척의 조선시대 재현 선박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큰 배가 바로 조선통신사선이다. 이곳에 있는 조선통신사선은 임진왜란 이후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진행됐던 한일문화교류의 대표 선박으로 1763년 11차 사행에 사용된 조선통신사선을 모델로 한 6척의 통신사선단 중 우두머리(정사)가 탔던 ‘정사기선’이다.

청자운반선 ‘온누비호’는 12세기 강진에서 고려청자를 싣고 개경으로 향하다가 난파된 선박으로 2007년 발굴 조사된 태안선을 모델로 했다. 세곡운반선인 ‘조운선’은 각 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둔 세곡을 서울로 운반할 때 사용된 선박이며, 서해 조기잡이어선 ‘해룡호’는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서해 연안에서 사용된 선박이고, 옹기운반선 ‘봉황호’는 개항기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남해안을 중심으로 옹기 유통과 문화교류의 한 축을 담당한 선박이다.

김 연구소장은 “1년에 한 번씩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을 타고 부산 앞바다를 돌아보는 ‘배타러 가자’ 행사를 진행한다”며 “책에서 배운 오래된 역사에서 벗어나, 조선통신사선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느끼고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연구소가 자랑하는 또 다른 특별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의 수중발굴 가상현실(VR) 체험 프로그램 「수중발굴탐사대」다. 관람객은 프로그램을 통해 수중문화재 발굴조사선인 누리안호를 타고 태안 마도 앞바다로 이동, 배 위에서 수중발굴에 필요한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개흙을 걷어내고 유물을 발굴하는 체험을 한다. 발굴한 유물은 촬영 후 인양해서 완전한 모습으로 복원 과정을 거친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엔 자신의 얼굴이 담긴 체험증을 전자우편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김 연구소장은 “가상현실이지만, 이렇게 장비 착용부터 유물 접합까지 직접 체험해본 관람객은 수중발굴조사의 어려움과 개흙 속에서 유물을 찾는 희열을 느끼게 되고, 결국 해양유물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오는 4월에는 수중문화유산 인터렉티브 체험실을 조성해 수중발굴조사 실감 영상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완성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
완성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

 

해양물리탐사장비 사용한 수중발굴조사

최근 수중발굴조사는 제주 서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신창리 앞바다에서 진행되고 있다. 1983년 해녀가 조업 중에 우연히 금제유물을 발견하면서 수중유적의 존재가 알려졌다. 연구소는 2019년부터 2021년 말 기준 3차례 발굴조사를 진행해, 중국 남송대 청자 1천여 점, 중국 닻돌 1점, 도장 2점 등을 확인했다. 이 외에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 태안 마도 해역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중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매년 수중유적을 찾기 위한 수중탐사를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고선박이나 유물산포지를 발견할 경우 수중발굴조사가 진행된다. 최근 고군산군도에서 다수의 청자와 닻, 노와 같은 유물이 발견돼, 향후 발굴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중발굴조사 과정은 육상 발굴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저 개흙을 제거하고 유물과 유구의 위치와 형태 등을 실측과 사진 등으로 기록한 뒤, 유물을 수습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수중에서 진행되기에, 사용하는 장비와 조사원에는 차이가 있다. 조사원은 수중에서 잠수헬멧을 쓰고, 제토를 위해 수중에서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된 제토장비를 사용하며, 혼탁한 수중에서는 실측이나 사진 촬영이 어렵기 때문에 어군탐지기 소나(Sonar)와 같은 해양물리탐사장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수중 문화재를 발굴하고 있는 잠수사
수중 문화재를 발굴하고 있는 잠수사

“해양지식과 고고학 지식 갖춘 인재 필요해”

1981년 개설된 목포보존처리장 이래, 2021년은 한국의 수중문화재 보존처리 40주년이었다. 연구소는 지난해 8월, 수중문화재 보존처리 기능을 강화하고,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전담조직 ‘유물과학팀’을 신설했다.

올해에는 충청·경기권의 수중문화재 조사와 해양문화유산 조사연구, 전시와 교육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서해문화재과’에서 ‘국립태안해양문화재연구소’로 분소를 개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 수중문화재 조사 전문인력 양성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수중문화유산 보호 역량 강화를 위해 ‘수중고고학 교육·훈련센터’ 건립 계획도 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의 수중문화재 발굴조사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전담하고 있으며, 수중지표조사기관은 7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중고고고학을 가르치는 대학이나 대학원 등의 교육기관은 전무한 상황이다.

김 연구소장은 “섬이 점차 줄어들고 연륙·연도교가 건설되며,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는 현 상황에서는 인력 보강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잠수 능력과 무인잠수정, 소나 등을 다룰 수 있으며 고고학 지식을 지닌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센터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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