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13년 만에 수산물이력제 재편
해수부, 13년 만에 수산물이력제 재편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2.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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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중심’ 이력제로 추진··· 일각에선 비판도
수산물이력제 꼬리표가 부착된 광어
수산물이력제 꼬리표가 부착된 광어

[현대해양]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가 약 160억 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낭비한 것으로 지적받아온 수산물이력제의 대대적인 수정 계획을 밝혔다. 13년이라는 긴 시행 기간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까닭이다. 해수부가 제시한 수정안의 핵심은 소비자들에게 공개되는 이력 정보를 ‘생산 정보’로 대폭 간소화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제도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계획으로 소비자들의 수산물 원산지 정보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기존 제도보다는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재편된 수산물이력제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라는 입장도 나온다. 기존 제도와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다.

 

13년 지나도 유명무실

수산물이력제는 수산물의 생산단계에부터 판매단계까지 각 단계별로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해수부는 2008년 수산물이력제를 도입, 수산물의 안전성 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수산물을 추적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했다. 생산자, 중도매인, 수산물 유통·가공·판매업체 등이 수산물의 생산부터 유통·가공·판매 정보를 ‘수산물 이력정보시스템’에 등록하면 최종 소비자는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따라서 이력제는 수산물의 품질 및 위생 관련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산물에 대한 신뢰성 확보로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당위성이 충분함에도 수산물이력제도는 쉽게 정착되지 못하고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2018년 발행된 ‘수산물이력제 시행실태와 개선방안’ 논문에 따르면 당시 수산물이력제는 제도 시행 10년이 지났음에도 물량 대비 참여율이 0.37~0.003%로 극히 저조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이력제품을 시장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대대적 개편… 어떤 내용 담았나

그렇다면 새로운 이력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수산물이력제 개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수산물의 불필요한 이력 정보를 제외한 ‘생산 정보’만 공개한다. 그동안 유통업계와 판매업체는 거래처, 거래금액 등 영업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력제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이력 공개 정보를 ‘생산·유통 과정에 대한 모든 정보’에서 소비자가 필수적으로 확인하는 정보인 ‘생산 정보’ 위주로 대폭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원활한 이력 표시가 가능하도록 이력마크 부착 등 이력제품 표시 방법, 필수 표기 정보(생산자, 위판 장소, 위판 날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최종 판매처에 제공하고, 최종 판매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필수 표기 정보인 생산정보만 공개할 수 있게 한다.

다음으로 수산물 생산정보를 간편하게 입력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물의 82%가 전국 211개 산지 위판장에서 대량 거래되고 있는 특성을 감안, 위판장에서 운영 중인 ‘위판정보시스템’과 해양수산부에서 운영 중인 ‘수산물 이력정보 시스템’을 연계해 생산자, 위판 장소, 위판 날짜 등의 위판 정보를 생산 이력 정보로 관리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개별 어업인이 생산정보를 직접 ‘수산물 이력정보 시스템’에 입력할 필요가 없어져 생산자의 정보 관리 부담은 완화하면서, 연근해 수산물 위판 물량인 약 77만 톤의 생산 정보를 수산물 이력제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수산물 이력 표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이력마크가 부착된 제품이 곧 안전하고 위생적인 ‘국내산 수산물’이라고 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활동을 강화한다. 또한 정부 비축 수산물 구채, 민간 수매자금 지원 등 정부가 추진하는 지원사업에서 이력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해 정부에서 보증하는 수산물이라는 인식을 쌓겠다는 것이다.

 

“훨씬 효과적일 것” vs “기존과 다를 바 없어”

수산물이력제의 대대적 개편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더해 제도 정착을 위해 남은 과제는 없는지, 개편을 계기로 수산물이력제가 완전히 정착될 수 있을지 등도 주목되는 시점이다.

신용민 부경대 교수는 “원전 오염수 문제 대응 차원에서 도입한 ‘생산중심 이력제도’는 유통, 가공, 판매 이력까지 공개해야 했던 기존 제도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며 “수산물이력제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으려면 원산지 중심의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중심 이력제를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잘 된 부분이라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풀어나가야 할 숙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 교수는 “생산중심 이력제도를 시행하면 굳이 전 단계를 이력을 추적할 필요는 없다. 부분 이력만으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수산물이력제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으려면 원산지 관리가 중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홍보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력제 홍보 예산의 대부분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이력제 참여 대상자인 생산자에 대한 홍보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생산자에 대한 교육 홍보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두드러지게 바뀐 내용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산물이력제를 담당했던 전 수산물품질관리원 지원장 K씨는 “수산물 인증제 상품에 대한 시장을 먼저 형성해야 한다. 시장 형성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력마크를 붙인 수산물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생산자나 소비자들이 수산물 이력제 필요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메리트가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제도가 의무화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실효성 없는 제도가 될 것이 뻔하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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