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 제외한 반쪽짜리 수산부산물법 안돼”
“‘어류’ 제외한 반쪽짜리 수산부산물법 안돼”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2.0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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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퇴행적 이기주의?

[현대해양] 오는 7월 21일부터 시행되는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 법률(이하 수산부산물법)’의 재활용 대상에 어류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산부산물법 제정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환경부가 굴 패각에 대해서는 수산부산물법 적용을 인정했지만 어류에 대해서는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류부산물을 자원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폐기물법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환경부를 향해 수산업계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수산부산물법이 굴 패각을 재활용하는 데에만 적용되는 ‘반쪽짜리’ 법안이 시행될까 우려하고 있다.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손질되고 있는 어류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손질되고 있는 어류

‘수산부산물법’ 7월 본격 시행, 하지만...

수산업계의 격한 환영 속 제정된 수산부산물법은 수산물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지원이다. 이 법은 수산부산물을 ‘수산물의 포획·채취·양식·가공·판매 등의 과정에서 기본 생산물 외에 부수적으로 발생한 뼈, 지느러미, 내장, 껍질 등’으로 정의하고 이를 재활용해 수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간 수산부산물은 환경부 소관인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되었는데, 보관·처리에 대한 엄격한 제약으로 인해 수산부산물이 불법투기·방치되면서 악취를 발생시키고 경관을 해쳐왔다. 특히, 굴 패각은 매년 약 30만 톤이 발생되나, 일부만 사료·비료 등으로 활용되고 연간 약 23만 톤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약 100만 톤(누적)이 적재·방치돼 왔다. 굴 패각을 포함한 수산부산물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수산부산물법은 수산부산물 기본계획 수립부터 수산부산물의 분리배출 의무, 수산부산물처리업 허가 등의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을 위한 내용과, 자원화시설 설치, 운영 등의 재정·기술적 지원 근거를 담은데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재활용 대상에 어류부산물은 포함되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여 수산업계의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가 어류부산물을 폐기물관리법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법과정서부터 ‘덜커덩’

수산부산물법은 입법 과정서부터 순탄치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국민의 힘 정점식 의원이 발의한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환경부는 “단독법을 제정하는 대신 환경부 소관의 ‘폐기물관리법’ 개정이 타당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수산부산물을 재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의 해양수산부와 “수산부산물을 단순 폐기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환경부 사이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못했다.

지난 2020년 11월 열린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입법 공청회에서도 의견 대립은 계속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수산부산물은 순환자원임에도 극히 일부만 비료, 사료 등으로 활용되고 대부분 폐기되어 환경오염과 수산자원 낭비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해서는 수산부산물의 재활용 촉진 및 폐기량의 획기적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부의 입장은 달랐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서 각종 수산물을 이미 폐기물의 종류로 규정하고 있다. 수산부산물 재활용 확대라는 입법취지에는 동의하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입법과정은 ‘폐기물관리법 및 동법 하위법령’의 개정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 관계자는 “굴 패각에 대한 합의를 진행할 때는 대립이 심하지 않았지만 어류부산물 등 다른 품목에 대해서는 갈등이 많아 협의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청회에 참여했던 관계자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환경부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 해양수산부가 어류부산물까지 재활용 가능 범위에 포함시켜 달라는 주장을 계속할 경우 법안이 아예 통과되지 않을 분위기였다”며 “그래서 해수부는 우선 굴 패각, 멍게 껍질만이라도 재활용 자원으로 인정해달라는 입장으로 다른 품목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도 환경부는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사업장 폐기물 배출 단계에서 어류 부산물을 따로 구분해 분리하기는 어렵다. 또 폐기물 처리 신고 허가를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에 환경부가 관리하던 폐기물관리법으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수산업계는 이 같은 반대 이유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김성호 한국수산업중앙연합회장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어류 부산물 분리배출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분리배출 의무, 신고 의무 등에는 부담이 없다. 어업인들은 어류 부산물을 재활용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11월 열린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입법 공청회
2020년 11월 열린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입법 공청회

해외에서는 ‘자원’ 국내에서는 ‘쓰레기’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류부산물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2013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행한 ‘수산부산물의 친환경 이용 및 산업화 전략 연구’에 따르면 가까운 일본의 경우 어류부산물이 ‘식품순환자원의 재이용 등의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규정돼 ‘식품순환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는 분리수거를 의무화해 어류부산물의 재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수산업이 대표 산업인 아이슬란드도 어류부산물을 재활용하고 있다.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아이슬란드의 경우 법령에 따라 어류의 80% 이상을 재사용하고 있다”며 “작은 국가이지만 부산물과 관련된 법이 잘 만들어져 있고, 이에 따라 어업인들도 조직화되어 움직이고 있다. 관련 벤처기업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원 재활용 반대하는 환경부?

2020년 발행된 유제범 국회입법조사관의 ‘수산부산물 발생 및 처리 관련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국내 수산부산물 발생량은 연간 약 85~130만 톤이다. 그중 패각 발생량은 약 28만 톤 수준으로 이를 제외한 상당량의 부산물은 단순 폐기물 처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성호 회장은 “많은 양의 부산물이 어류에서 나온다. 수산부산물법 적용 대상에 어류가 포함되지 않는 것은 입법 취지와 맞지 않다”며“ 수산부산물법 재활용 대상을 어류로 확대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렇다면 자원의 재활용 방안 모색에 힘 써야 할 환경부가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소관 부처의 규모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철현 의원실 관계자는 “환경부 입장에서는 폐기물관리법으로 통합 관리하고 싶은데 수산부산물법이라는 개별법을 따로 만들면 기존에 해오던 업무를 해양수산부에 뺏길 수 있어 곤란한 입장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수산부산물법은 부산물을 폐기물이 아닌 자원화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해양수산부의 소관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어 의원실 관계자는 “환경부는 폐기물을 잘 관리하고 자원화할 수 있게 기능을 모색하는 취지로 존재하는 부서”라고 일침을 가했다. 법 제정 당위성이 충분함에도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환경부의 단순한 고집 같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짧게 반박했다.

수산부산물법에서 정의하는 재활용 가능한 구체적 범위는 현재 진행 중에 있는 하위 법령 제정 단계에서 확정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산부산물 법은 해수부 소관 법이기 때문에 환경부에서 수산부산물의 범위를 획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법 제정 당시 굴 패각의 재활용 문제가 주로 논의됐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재활용 대상 범위에 어류가 포함될지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범위에 대한 법률은 하위법령까지 제정된 이후 확실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산부산물법과 폐기물법 간 충돌되는 부분은 계속 해결해 나가야 한다. 어류 부산물의 분리배출 의무, 신고 의무 등의 부담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어느 시점에 (어류 부산물을) 관리 범위 안에 넣어야 할지 검토하고 추후 환경부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가치 있는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도형 박사는 “수산부산물이 재활용될 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품화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사항은 없다. 환경부가 자원 순환 개념을 너무 좁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수산부산물의 순환 자원화를 위해서는 어류부산물의 재활용을 포함하는 수산부산물법이 시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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