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내비게이션은 어디를 부유하고 있는가
바다내비게이션은 어디를 부유하고 있는가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2.09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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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쏟아부은 예산과 인력… 결과는?

[현대해양] 지난 2021년 1월 해수부는 바다내비게이션(e-Navigation, 이하 ‘바다내비’)을 선보였다. 해수부는 바다내비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달고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세월호 사고의 재발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등장한 바다내비는 실시간 전자해도 및 해상 내비게이션(자동항법시스템) 기능 제공을 통해 30%의 해양사고 감소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본격 보급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관계자들은 바다내비를 향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투입한 예산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업인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등이다.

 

해양사고 30% 감소 목적

2014년 세월호 사고 직후 박근혜 정부의 해양수산부는 ‘해양사고의 30% 감소’를 기대한다며 R&D 사업에 착수했다. 같은 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후 해수부는 이 사업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총 1,308억 원(민자 190억 원 포함)을 투자했다. 2021년 1월 30일부터 ‘바다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시행됐으며, 개정된 지능형해상교통법에 따라 이후 건조되는 신조선박과 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선박에는 단말기를 의무부착하게 됐다.

당시 예타보고서는 세월호 사고 원인을 “과적 등으로 복원성이 불량한 선박이 급격하게 선회하면서 불완전하게 고박된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복원성이 악화되어 전복된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장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비는 △선박위치정보 기반 선박운항 모니터링으로 충돌, 좌초, 전복, 침수 및 화재 등 위험상황 육상모니터링 센터에서 자동 감지 및 대응 △선박기술정보 공유를 통해 흘수, 평형수 적재상태 및 복원성 등 주요 사항 출항 전 확인 및 육상에서 더블체크 △항해 계획 시 최적 항로 선정 지원 및 기상, 조류, 통항 밀집도 등 실시간 정보 제공 등의 기능을 갖춰야 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전경. 내항여객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연안여객선은 바다내비게이션의 지원 대상이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전경. 내항여객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연안여객선은 바다내비게이션의 지원 대상이다.

30% 수치는 어디서 나왔을까?

바다내비 초기 사업은 사고 예방을 위한 R&D 위주로 진행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인프라 구축 및 시스템 개발로 변경 기획됐다. R&D 부분은 당초 92%에서 55%로 대폭 깎였으며, 인프라 구축 부분은 8%에서 45%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해수부는 서비스의 고도화·상용화를위해 2021년~2025년까지 5년간 사업예산 264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규모의 국비를 투입하는 사업의 실효성은 얼마나 되는 걸까. 그리고 해양사고 30% 감소라는 목표에는 어떤 근거가 있을까.

해수부 담당자는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는 “처음 사업을 준비하던 때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고, 자료도 찾기 어렵다”며, “그렇지만 당시 예타보고서도 쓴 만큼 근거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삼석 의원실의 황준하 보좌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황 보좌관은 “그렇다면 바다내비가 완전히 상용화 된 뒤에는? 그때는 사용 이전에 비해 어떤 효과를 얼만큼 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검증할 계획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바다내비게이션(오른쪽)과 프로타(왼쪽, 맵을 탑제해 현재 위치를 볼 수 있게 한 제품)
바다내비게이션(오른쪽)과 프로타(왼쪽, 맵을 탑제해 현재 위치를 볼 수 있게 한 제품)

서비스 절반만 제공 중

지금으로서는 효과에 대해 분석하기 쉽지 않다. 해수부가 발표한 바다내비의 핵심 서비스 6가지 △선박안전운항 모니터링 서비스 △소형선박용 전자해도 서비스 △해양안전 정보 서비스 △도선/예선 지원 서비스 △선내시스템 원격모니터링 서비스 △최적안전항로 지원 서비스 중 앞의 3개 서비스만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제공 서비스 중 ‘선내시스템 원격모니터링 서비스’는 예타 보고서에서 제시한 핵심 기술 중 선박 센서정보를 통해 항해중 화재, 침수, 전복위험을 원격모니터링해 위험도를 평가하고 위험회피를 위한 조치방안을 제시하는 기능이다. ‘도선/예선 지원 서비스’는 도선업무에 필요한 기상, 교통, 선박 이동 정보 등을 제공하는 기능이며 국제해사기구(IMO)의 필수 서비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기능은 추가장비개발과 비용추산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또한 ‘최적안전항로 지원 서비스’는 품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연유로 부분적으로만 제공되고 있다.

해수부 담당자는 “안전항로 지원 서비스는 내달 60개 선박에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라며, “그 외 두 가지 미제공 서비스 역시 지금 개발과 상용화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다내비게이션(오른쪽)과 프로타(왼쪽, 맵을 탑제해 현재 위치를 볼 수 있게 한 제품)
바다내비게이션(오른쪽)과 프로타(왼쪽, 맵을 탑제해 현재 위치를 볼 수 있게 한 제품)

 

불안정한 통신망과 한 발 늦는 반응속도

실제 바다내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그들 중 몇 명은 똑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여객업체의 O 감독은 “선원들에게 듣기로 장비 에러가 잦다고 했다. 통신망의 수신도 안정적이지 않아 자주 멈춘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장들은 항해사 면허가 있고 이미 전자해도 등에 익숙한 상태이기에 바다내비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A 선장 역시 통신 안정성을 지적했다. 육지와 조금만 멀어져도 수신감도가 떨어지고 통신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현재 바다내비의 존재이유는 다른 배의 위치를 보여주는 점일텐데, 바다내비 전원을 꺼버리고 달리는 배들이 꽤 있다”며, “일부 어선들이나 낚시배 등은 포인트 노출을 하지 않으려고 꺼버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 해수부의 답변은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해수부 담당자는 “(선박이) 그렇게 할 계획이었으면 애초에 단말기를 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선박이 내비의 전원을 끄고 운행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 담당자는 실시간 모니터로 확인은 가능하지만, 따로 관리를 하고 있지는 않으며 추적이 쉽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B 선장은 “일단 화면이 너무 작아 일반 모니터에 연결해뒀는데, 그런 경우엔 터치가 불편하다”며 여객선을 위한 화면이 큰 제품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또한 그는 바다내비를 처음 설치했을때부터도 상세 매뉴얼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 또한 반응속도를 지적했다. 그는 “방위 변화가 실시간으로 되지 않아서 실제 선박의 위치와 내비에 표시되는 위치가 다를 때가 많다”며 “우리는 전자해도나 다른 시스템도 사용하지만, 정말로 바다내비만 사용해도 충분하게 하려면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단말기 공급 업체 ‘특혜인가, 실력인가’

현재 해수부가 보급하고 있는 바다내비 단말기는 모두 ㈜지엠티의 제품이다. B 선장은 “지금 이 업체에서만 독점으로 제품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유를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황 보좌관 역시 “한 업체가 독점적으로 해수부의 바다내비를 모두 공급하고 있는 건 분명 의심할 여지가 있는 일이다”라는 의견이었다.

해수부의 입장은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업체를 선정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해수부 담당자는 “지엠티가 기존 우리의 해양안전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며 성장한 업체라 기술력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으니 조달청의 심사를 통과한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참고로 지엠티는 2002년 설립해 2년도 되지 않아 해양수산부의 해양안전종합정보시스템 (GICOMS)을 구축했으며, 2005년 해양수산부 장관상을 수상한 업체다. 참고로 이번 바다내비 R&D 사업은 ‘R&D 사업단’에서 함께 할 사업자를 구성해서 조달청에 보고하면 조달청에서 심사·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운영업체도 같은 방식으로 선정됐다고.

담당자는 “지엠티의 대표가 해수부 관계자와 학연이 있다, 해수부가 지엠티에게만 특혜를 준다 등 의심하는 시선이 20년 동안이나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른 업체를 기술력으로 이긴 것일 뿐인데, 경쟁기업이나 언론의 눈치를 보느라 잘하는 업체를 내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 C씨는 해수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지엠티의 기술력이나 관련 업력을 외면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오랫동안 한 업체가 독점하는 데 명분이 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엠티가 몇 번씩이나 해수부의 일을 맡아서 할 수 있었다는 건 해수부의 우호적인 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C씨는 “다른 기업에서 끼어들지 못하도록 자료 제공을 지엠티에만 해준다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고 안다”며 “인공위성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내비게이션을 만들며 가장 뛰어난 업체 한 군데를 선정해서 하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 보좌관 또한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를 선정했다고 하기엔 급박한 감이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 도입하겠다는 서비스도 반 정도만 구동이 되고 계속 문제점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미완성 상태에서 보급을 결정한 것은 당시 지엠티의 상황에 맞춰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해외 진출? 시기상조

2021년 1월 바다내비가 도입됐다는 기사가 쏟아지던 당시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우리나라 주도의 해양 디지털 기술이 국제기준을 주도하고, 세계시장을 선점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당시 해수부는 여러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다내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해외 시장이 있다며, 바다내비로 세계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냈다.

지금은 어떨까. 현재 해수부의 입장은 해외 진출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해수부 담당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의 목표는 선박과 선박 간의 통신을 기반으로 한 장비의 개발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알게 된 바로는 그러한 통신 방법은 선박과 선박 사이 어떠한 장애물도 없는 경우, 80m 거리에 한해서다”라고 밝혔다.

그런 통신이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해외에서도 특별히 주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담당자는 “지금은 VDSL(초고속 디지털 가입자회선)과 LTE를 결합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해외 진출의 꿈은 그렇게 사라진걸까? 해수부는 애초에 바다내비는 섬이 많고, 여객선과 어선도 많은 국내에 특화된 제품이며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연안을 집약적으로 이용하는 나라도 없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입법과정에서 의원들이 의무조항 요청해”

우리나라 해상의 전체 선박은 2020년 12월 기준으로 7만 4,654척이다. 해수부 담당자는 “현재 단말기가 보급된 선박이 약 3,500척이고, 연말까지는 7,000척이 목표”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2023년까지 총 1만 5,500척에 단말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선박 단말기는 e-Nav와 LTE-M 송수신기로 구성되며, 육상센터와의 통신(음성·영상통화)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 부에서는 바다내비게이션 서비스 이용 활성화 및 조기 정착을 위해 e-Nav 선박 단말기 구매비용의 50%를 지원하는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약 360만 원의 장비 가격 중 해수부가 18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지원대상은 내항여객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연안 여객선, 내항화물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유조선과 예인선, 3톤 이상 동력어선(낚시어선 포함, 선령 20년 이상의 어선 제외) 등이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국제항해 대형선박과 3톤 미만 어선은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거나 제한적인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앱 사용만 가능하다.

서삼석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문 장관에게 “기술 특성상 단말기를 부착한 선박 간의 교류가 가능해야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는 사업인데, 단말기 보급률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당시 문 장관은 “R&D 사업은 특성상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며 “결과를 내기 위해선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잘 발전시킨 후 수출까지 할 계획이다”라고 답변했다.

참고로, 해수부는 이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의무적으로 보급할 계획이 없었다고 전했다. 해수부 담당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강제성이 전혀 없었는데, 입법 과정에서 바다내비에 대해 알게 된 국회의원들이 의무조항을 요청하면서 강제화된 부분이 있어 원래 정책 의도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서삼석 의원이 제출한 바다내비 단말기 보급사업 현황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서삼석 의원이 제출한 바다내비 단말기 보급사업 현황

“목표에 따른 계획과 지표 설정 먼저 해야”

해수부 담당자는 앞으로 2년 후에는 당초 소개한 6개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인력도 더 필요하고, 설치를 하기 위해서는 업체 지사도 세워야 한다”며 “이 사업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바다내비는 정말 약 1,600억 원(사용한 예산 1308억 원+필요 예산 264억 원)과 최소 7년의 시간을 투자할만한 제품일까. 사업을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부때였고, 지금은 정부도, 담당자도 바뀌었다. 처음 준비했던 자료는 너무 오래전이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시작은 R&D 위주였으나 지금은 인프라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 처음엔 강제성이 없었으나 지금은 의무조항이 생겼다. 도선/예선 서비스에 대해서 문 장관은 작년 국감에서 “개인적으로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데 여기에 들어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사업을 추진하며 계속해서 무언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해수부 담당자는 아직 오픈하지 않은 서비스를 하나 소개했다. 선원들이 바다내비에 통신으로 연결된 손목밴드을 차고 있는 경우, 실종이 돼도 바로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와 현재의 스마트폰 쓰임의 범위가 완전히 달라진 것처럼 통신망을 사용하는 제품은 다양한 서비스로 발전한다”며, “바다내비 역시 그렇게 발전하게 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변화할지 모르는 사업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엔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들이 남아있다. 서 의원은 “당초 사업목적을 다시 생각하고 확고한 기준을 마련할 때다”라며 “해양사고 30% 달성을 위해 사업의 성과관리가 필수적이고, 서비스별로 성과계획과 지표를 설정하는 것이 기본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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