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 통합행정,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해양수산 통합행정,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 승인 2022.02.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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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현대해양] 유엔해양법협약이 채택된지 올해로 40년이다. 바다의 헌법전으로 불리우는 협약은 1996년 대한민국에 대하여 발효되었다. 우리나라는 좁은 바다 중심에서 44만㎢의 광역관할권 체제로 전환되었다. 해양수산부의 설립 또한 1996년이다. 광역 해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한민국 통합 해양행정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25년 동안 해양수산부는 주기적인 통합과 분산, 폐지의 결정이 반복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제적 해양정세와 거시적 질서변화의 틀을 수용해야 하는 역할의 확장성은 무시되었다. 물론 과거 시대적 상황이나 경제산업 영역의 발전 수요에 따라 해양수산 행정이 기능적으로 분리 혹은 통합되는 역사는 있었다. 1948년 해운국과 수산국, 1955년 해무청, 1966년 수산청, 1976년 해운항만청 등이 영역별 사회발전 수요를 적절히 수용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의 통합과 분산 패턴은 그 수요와 당위성에서 상당히 다르다.

 

해수부의 해양수산 통합행정

그렇다면 방향을 달리해서 해양수산부는 통합행정 시기의 기능적 효율성과 통합된 각 분야의 유기적 협업 기능을 확보하였는가? 혹은 통합행정 이전과 비교할 때 진화된 틀을 갖추었는가?

해양수산부 출범 이후 나타난 효과는 우리나라 해양력에 대한 진단 결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연안중심에서 대양으로의 활동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를 이끌어온 우리의 해양력은 이미 세계 10위권에 진입하였다. 제도적으로는 부령 제정권과 법률안 및 대통령령의 국무위 제출권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국무회의와 국회에서 해양정책의 기획과 조정력을 갖게 된 것 또한 중요하다.

해운과 물류산업을 위한 항만건설, 극지와 대양, 심해저 진출 영역에서도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해양경쟁이 가장 치열한 한반도 주변해역은 한·일, 한·중 간의 어업협정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이 규정한 잠정약정을 통해 동해, 남해, 황해 모두에 적용되고 있는 성공적 모델이다. 해양정책분야에서는 중장기발전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 환경보전과 수산업 진흥의 유기적 효과가 있었고, 해운정책에서는 외항해운정책과 연안해운정책, 선원정책의 진전이 있었다. 항만개발계획의 정비, 수산물유통구조의 개선과 통상협력 강화, 연근해 어업과 원양어업 경쟁력 강화는 법제와 예산, 정보화 등 모든 분야에서 통합이 효율성을 제고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다. 갯벌, 해상국립공원, 해양투기 등을 둘러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와의 기능 조정 문제, 기후변화를 둘러싼 환경부와 기상청과의 업무 중복, 국토교통부와의 물류 업무, 산업자원부와의 해운과 조선, 도서관리 정책 등은 여전히 조정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 중심의 업무 조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국가해양력 강화를 위한 협업체계로의 진행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조선과 기후변화, 대륙붕 관리, 청색경제를 위한 해양산업 정비 등은 부처간 공동의 협력 플랫폼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그 동안 진정한 의미의 해양수산 통합행정을 이루고 있었는가에 대한 냉철한 평가 또한 필요하다. 우리는 해양수산부 설립의 강력한 근거가 유엔해양법협약과 광역관할권 시대로의 진입에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영해, 배타적경제수역, 대륙붕 등 해양공간의 통합적 관리 법제를 확보한 것은 2018년에야 가능했다. 해양공간계획법 제정이다. 정확하게는 해양수산부로의 통합행정이 이루어진 2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2019년 발효되기 전까지, 해양공간에 대한 이용과 개발, 관리는 소관 부처가 해양수산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항이 타 부처에 의해 결정되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그렇다면, 향후 해양수산부는 여전히 통합행정을 그려야 하는가?

해양수산부는 이전의 시대환경과는 확연히 다른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강력한 정책 수요가 있다. 해양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행위는 해양과학기술, 해양산업, 해양환경, 국제규범, 해양분쟁, 공해와 심해저 등의 모든 영역별 기능이 상호 연계되어 움직여야 한다. 해양을 중심에 둔 거시적 해양전략과 일원화된 해양정책이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다. 유엔해양법협약의 국내적 이행이라는 전통적 이슈 외에, 대양과 극지, 심해저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규범이 야기 할 국내적 영향도 대비하여야 한다.

해양은 변한다. 해양규범과 질서 또한 변한다. 최근 10여년 동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동북아의 경쟁 환경은 어느 때 보다 엄중하다. 과거의 해양력에 대한 정의가 힘의 역량 혹은 적성국 억지 개념이었다면, 현대적 의미의 해양력은 소프트 파워와 하드파워를 포함한 총량적 가치로 변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또한 같은 시대적 수요가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해양수산부의 기능과 조직을 보면 그 자체가 매우 복잡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바다에는 국가 생존의 외교가 있고, 산업과 환경이 있다. 국민생활상과 인구구조 변화를 정책에 담아야 하는 주기를 갖고 있다. 해양수산 정책의 수립과 이행, 기능 및 부처 간 조정, 협업, 그리고 서비스 단계까지 해양수산부의 역할이 기능적 통합과 조정력을 확보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해양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생존에 대한 문제다. 정치적 환경이 변화될지라도, 해양수산 통합행정은 이제 정치공학적 형식이 아닌 기능적 통합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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