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55] 부정한 방법으로 어업허가를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55] 부정한 방법으로 어업허가를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을까?
  •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2.01.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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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촌계 회의록 위조 사건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쉰다섯 번째 여행의 시작>

사람들은 가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사는 것 같습니다. 혼자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속겠지’, ‘이렇게 얘기하면 모두 믿어주겠지’라면서 자기확신을 거듭하다 보면 환영을 진실로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의뢰인 말을 신뢰하여 법정에서 열심히 주장하다가 상대방이 이와 반대되는 객관적 증거를 내면 ‘이렇게 쉽게 들킬 일을 굳이 자신의 변호사까지 속이려 할까’ 허탈해지는 순간도 있지만, 오죽하면 이렇게 할까 그 마음이 이해 못할 바도 아니긴 합니다.

지난 번 판례여행에서는 허위로 우선순위 결정을 받아 어업허가를 받은 사례를 다루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서류를 위조하여 어업허가를 받은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이하 ‘어업허가규칙’)에 따르면, 어업허가를 받으려면 허가신청서와 첨부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첨부서류 중 하나로, ‘허가를 받으려는 수면이 다른 어업권의 어장구역 또는 보호구역과 겹치거나 다른 허가어업의 조업수역과 겹치는 경우에는 그 어업권자나 어업의 허가를 받은 자의 동의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즉, 어업허가와 관련하여 이해관계자가 있는 경우 그 동의서가 필요합니다. 이런 서류들을 위조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사건에서 A는 B어촌계와 사이에 바지락, 개불의 채취에 관한 계약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B어촌계의 채취선을 A가 이용하면서 A가 해경에 불려다니게 되자 B어촌계는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채취선의 명의만을 A로 변경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A는 B어촌계 회의에서 C, D 등이 참석하여 B어촌계의 어업허가 명의를 A로 변경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하면서, 위 어촌계 회의록을 첨부하여 A명의로 어업허가 변경신청을 하여 어업허가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A가 B어촌계의 회의록을 위조하여 제출하였다면서 A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사 행사 및 수산업법 위반으로 기소하였습니다.

A는 (i)자신은 B어촌계로부터 채취선 명의 변경 및 구획어업허가 명의변경을 모두 허락받았고, (ii)설령 어촌계 회의록이 위조되었다고 하더라도 채취선 명의변경에 관한 허락이 있었고, (iii)어촌계 회의록은 어업허가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첨부서류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어업허가를 받은 경우’가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1, 2심은 모두 A의 유죄를 인정하였고, 이에 A는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쟁점>

B어촌계가 어업허가 명의변경을 승낙한 것처럼 A가 위조된 어촌계 회의록을 제출하여 어업허가를 받았다면 수산업법에서 말하는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어업허가를 받은 경우에 해당할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5도284 판결>

1. 2심은 A가 B어촌계로부터 채취선 명의변경에 대한 승낙만 받았을 뿐 어업허가 명의변경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승낙을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B어촌계 총회에서 어업허가 명의변경에 대한 승낙이 있었던 것처럼 허위의 내용을 기재한 어촌계 회의록을 작성하여 관할관청에 제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죄에 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2심의 위와 같은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또한 채취선 명의변경에 대한 승낙과 어업허가 명의변경에 대한 승낙을 동일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채취선 명의변경에 대한 승낙이 있었다고 하여 여기에 어업허가 명의변경에 대한 묵시적 승낙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2. 구 수산업법에서 말하는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어업의 허가를 받은 경우’라고 함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 어업의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를 사용하여 허가를 받은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서 적극적, 소극적 행위를 사용한 경우 모두 포함한다.

A가 B어촌계가 어업허가 명의변경을 승낙한 것처럼 위조된 어촌계 회의록을 제출하여 이 사건 어업허가를 받은 이상 위 규정에서 말하는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어업허가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판결의 의의>

현행 수산업법도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어업허가 등을 받은 경우’ 허가 등을 반드시 취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정처분과 동시에 법은 이런 행위를 한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허위(거짓) 기타 부정한 방법’을 폭넓게 보면서, 어업허가규칙에 명시되지 않은 서류라도 B어촌계의 동의서와 같은 취지로 위조된 B어촌계의 회의록을 사용한 것이라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쉰다섯 번째 여행을 마치며>

이번 사건에서 B어촌계에게 금방 들통날 일을 저지른 A가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 많은 사건에서 순간적인 욕심, 이해관계, 어려운 상황 때문에 평소였다면 하지 않을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점점 법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을 할 때에는 반드시 계약서 등을 작성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욕심이 나거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순간적인 오판 때문에 허위 또는 거짓되는 일을 하게 된다면, 행정처분의 단계를 넘어 많은 경우 형사적으로도 문제될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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