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54] 우선순위 결정을 허위로 받으면 어업권도 취소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54] 우선순위 결정을 허위로 받으면 어업권도 취소될까?
  •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2.01.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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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업권 쪼개기 사건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쉰네 번째 여행의 시작>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어업면허를 받기 전에 먼저 ‘우선순위’가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속여서 우선순위 결정을 받은 후 어업면허를 받게 되었다면, 이러한 우선순위 결정은 어업면허와 관계가 없고, 어업권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일까요?

이 사건에서 A는 1962년경 수산청장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어촌계이고, B, C, D, E, F는 이 사건 어업권의 공유지 분권자들로서 충청남도지사로부터 이 사건 어업권의 면허를 취득하고자 A와 경합하는 사람들입니다. 충청남도지사는 1993. 1. 12. A와 위 B 외 4인이 경합하여 신청한 이 사건 어업권의 어장에 대한 우선순위 결정에서 위 B 외 4인이 수산업법 소정의 우선순위에 따라 A보다 선순위라고 결정하였습니다. 그 후 충청남도지사는 같은 해 4. 30. 위 우선순위 결정에 근거해서 위 B 등에게 이 사건 어업권을 부여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A는 충청남도지사를 상대로 B 등에게 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전고등법원은 피고인 충청남도지사가 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이를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충청남도지사는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쟁점>

우선순위 결정을 허위로 받으면 어업권도 취소될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누6529 판결>

1. 어업권 면허에 선행하는 우선순위 결정은 행정청이 우선권자로 결정된 자의 신청이 있으면 어업권 면허처분을 하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행위로서 강학상 확약에 불과하고 행정처분은 아니므로, 우선순위 결정에 공정력이나 불가쟁력과 같은 효력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우선순위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종전의 어업권 면허처분이 취소되면 행정청은 종전의 우선순위 결정을 무시하고 다시 우선순위를 결정한 다음 새로운 우선순위 결정에 기하여 새로운 어업권 면허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2. 구 수산업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35조 제1호는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어업의 면허를 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서 말하는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어업의 면허를 받은 경우’라고 함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는 어업의 면허를 받을 수 없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위계 기타 사회 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모든 행위를 사용하여 면허를 받은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서,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를 사용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할 것이다.

B는 종전부터 기존 어업권(면허번호 제2호 내지 제7호) 합계 55ha를 보유하여 오던 중 법이 전면개정되어 보유어장의 면적이 30ha를 초과하는 경우로서 면허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B는 위 기존 어업권의 유효기간 만료 후의 어업권을 재신청함에 있어서 개인보유 상한면적을 규정하고 있는 법령을 잠탈(潛脫)하기 위하여 1992. 4. 1. 자신과 친인척관계 내지 친분관계가 있는 C, D, E, F에게 위 6개 어업권 중의 각 일부 지분을 양도하는 형식으로 어업권변경등록을 하였다. 그 후 B는 기존 어업권의 유효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1992. 10. 19. 위와 같은 경위로 변경등록된 어업권 등록원부 등을 자료로 첨부하여 자신 및 위 C, D, E, F의 공동명의로 새로운 어업권 면허를 신청하고 우선순위 결정에서 제1순위자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B는 이에 터잡아 어업권 면허를 신청하여 C, D, E, F와 공동명의로 이 사건 6개의 새로운 어업권 면허(총어장면적 55ha)를 받았고, C, D, E, F에게 기존 어업권의 각 일부 지분을 양도하는 형식으로 기존 어업권 변경등록을 하기 전에는 물론 그 후에도 단독으로 기존 어업권 전부를 행사하여 왔다. 따라서 B, C, D, E, F 공동명의로 받은 6개의 새로운 어업권 면허는 법 규정을 잠탈하기 위하여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여 받은 면허에 해당한다.

3. 위 6개의 새로운 어업권의 대상 어장마다 앞서 본 바와 같은 허위의 자료가 첨부된 신청서가 제출되고 그 결과 B, C, D, E, F의 공동명의로 된 6개의 새로운 어업권 면허가 부여되었으므로,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말미암아 부여된 것은 B, C, D, E, F 공동명의로 부여된 위 6개의 새로운 어업권 면허 전부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6개의 새로운 어업권 면허 중 C, D, E, F의 지분에 한정된다거나 또는 위 6개 새로운 어업권의 대상어장의 면적 중 30ha를 초과하는 부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며, 위 C, D, E, F의 지분만이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고 또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목적이 30ha를 초과하는 어장의 어업권 면허를 받기 위하여 행하여진 것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 6개의 어업권 면허 전부에 취소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그 전부의 취소를 명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정당하다.

 

<판결의 의의>

수산업법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어업의 면허를 받은 경우’ 면허를 반드시 취소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우선순위 결정을 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B와 같이 어업권을 쪼개기하여 기존 면적을 유지하고 우선순위 결정을 허위로 받은 경우에는 이에 기초한 면허 역시 취소됩니다.

 

<쉰네 번째 여행을 마치며>

선진국으로 갈수록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그로 인한 수익을 대부분 몰수하고, 수익보다 더 많은 불이익을 부과합니다. B에게는 법령의 개정으로 인하여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어장 면적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였지만, B는 이러한 손해를 일부 감수하고서라도 법이 허용하는 면허를 받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B는 결과적으로 법을 준수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어업권마저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법을 지키는 것이 어리석고 불리한 행위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법의 취지를 존중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자신과 기업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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