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해상로를 지켜라”
“남중국해 해상로를 지켜라”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1.0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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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해양팽창정책 대응 시급

[현대해양] 지난해 12월 23일 국방부는 “내년(2022년) 하반기 경항공모함의 기본설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보다 앞선 12월 15일에는 일본과 중국 항공모함이 처음으로 맞대응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중국 랴오닝 항공모함이 일본 남쪽 오키나와섬 옆으로 접근했고, 이를 발견한 일본은 자국의 항공모함 이즈모를 급파했다. 이즈모는 랴오닝이 북쪽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뒤를 쫒았다. 중국은 앞서 10월 미국·영국·일본 항공모함 전단이 동중국해에서 최초로 연합훈련을 벌였을 때도 군용기를 출격하며 대응한 적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안보 협력체계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경제적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도 군사적·정치적 대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항공모함 미국 따라 잡는다

지난해 10월 해군 전문 언론사 <NAVAL NEWS>는 중국에서 건조하고 있는 신형 항공모함 003형이 미국 해군의 최신 항공모함과 비슷한 크기라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은 남중국해와 가까운 하이난 기지에 003형을 정박할 수 있는 전용부두를 세우고 있다. 신형 003형 항공모함은 랴오닝함, 산둥함에 이은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이다.

대륙 국가인 중국은 해양 강국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항공모함과 강습상륙함(LAH)를 잇따라 건조하며, 중국형 항모타격단과 원정타격단을 구성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이는 철저히 미국 해군을 따라하는 모습이다. 항모와 강습상륙함은 미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미국은 이들을 운용해 재해권을 장악해왔다.

정호섭 KAIST 초빙교수(전 해군참모총장)는 “대륙 국가 중국이 지금 군사력을 해양으로 뻗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이 걸프전에서 국력을 탕진하고 중국을 방치하는 동안, 냉전 중 소련 국경에 군사력을 배치했던 중국은 이제 그것을 해군력으로 발전시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해군력 강화가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 주변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해양 재패 야심

중국의 해양팽창정책은 1982년 중국 해군사령원 류화칭이 만든 ‘도련(島鏈:island chain)전략’으로 본격 시작됐다. 도련전략에 따르면 태평양의 섬을 이은 가상의 선(도련선)을 긋고, 그것을 중국 해군이 작전 반경으로 세운 것이다. 제1도련선은 쿠릴 열도에서 시작해 일본, 대만, 필리핀, 말라카 해협에 이르는 중국 본토의 근해로 주변지역에 대한 완충지대 확보를 목표로 한다. 제2도련선은 오기사와라 제도,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 근해로 서태평양 연안 지대에 대한 장악이 목적이다. (<그림1> 참조)

중국은 2020까지 제2도련선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2040년까지는 태평양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육상과 해상 비단길을 뜻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에 따라 인도양과 태평양 전역으로 확대할 야심까지 드러냈다. 중국은 해양으로의 군사안보적 영향력 확장을 위해 자국의 해공군 전력증강,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해외 해군기지 건설, 해외 전략적 항구 건설, 외국 선박에 해경이 무력을 사용해도 된다는 해경법 제정 등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 호주 등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개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중국은 한발 빠르게 해양의 주권을 잡아가고 있다.

2019년 4월 미국 인도 태평양 사령부 필립 S 데이비슨(Philip S. Davidson) 사령관은 중국이 비밀 섬 기지와 인공섬 건설을 비롯한 군사 확장을 통해 사실상 남중국해를 장악했다고 발언했다.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는 “중국은 기회만 있으면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013년 해군참모총장 시절 중국에 공식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전했다. 당시 해군사령원 우성리(吳勝利)는 최 총재에게 대한민국 해군 함정은 서해의 동경 124도 서쪽으로 넘어오지 말라고 요구했다. 최 총재가 그 지역은 중국 영해가 아니라고 지적했으나 우 사령원은 “당과 인민이 그 문제로 중국 해군을 질책하니 자제해달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최 총재는 “이 사건은 중국이 서해를 이미 중국의 내해로 간주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일이었다”며 “안타깝지만 국제정치란 합리성이나 공정성이 아닌 힘의 논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남중국해를 넘어 태평양과 인도양을 자신들의 영향권에 두겠다는 큰그림을 그리고 있고 쉽게 포기할 리 없다”고 덧붙였다.

그림1_ 중국 ‘도련정책’ 개요도(출처_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11)
그림1_ 중국 ‘도련정책’ 개요도(출처_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11)

 

국제 상선의 통항로, 남중국해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대표적인 요지 중 하나다. 이 곳에서 중국의 해양팽창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입장을 떠나서도 남중국해는 우리나라에게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59.83%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물동량의 99.7%는 해상으로 이동하고, 대부분이 남중국해를 통과한다. 중국의 해양팽창이 우리 해상교통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정호섭 교수는 “남중국해는 국제 상선의 통항로로 세계 무역선 의 약 40%가 통과하는 지역이며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나갈 수 있는 길목인데, 중국이 지금 여기를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중국 해군은 남·동중국해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고, 미국 해군은 곧 서태평양의 패권을 중국에게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 해군의 뒤를 빠르게 따라잡아 양적으로는 이미 중국 해군이 미국 해군을 앞섰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2030~2035년 경에는 중국이 완전히 해양패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 이후에는 행세라든가 동맹 관계 등에 있어 중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남중국해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윤희 총재는 “남중국해에서는 한국은 물론 주변국의 해운, 수산, 해저자원 개발 등 다양한 해역활동이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의 해양팽창 정책이 그들의 뜻대로 완성되면 남중국해 공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할 것이며, 우리는 남중국해를 이용하기 위해 중국에게 통행사를 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해군의 003형 항공모함과 미국 제럴드 포드함(출처_네이벌뉴스)
중국 해군의 003형 항공모함과 미국 제럴드 포드함(출처_네이벌뉴스)

대응방안 1. 해양력 증강

전문가들은 중국의 해양팽창정책에 맞서 우리의 해상로를 지키는 방법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양력을 증강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윤명철 동국대학교 명예교수(한국해양정책학회 부회장)는 “우선적으로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들의 해양력 증강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며 “영토 갈등이나 분쟁은 국제관계와 연동돼 일어나기 때문에 제3국이나 세계여론을 의식해 자국에 유리한 명분과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지금의 이어도 분쟁이나 센카쿠 열도 분쟁 등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해군력과 학문적 연구 모두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호섭 교수는 “바다는 워낙 넓기에 한 나라의 해군이 계속 지키고 있을 수는 없지만, 주기적으로 다니며 일종의 무력시위를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힘을 지니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항공모함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일각의 주장처럼 사치스럽거나 불필요한 일이 아닌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응방안2. 주변국과 협력

남중국해에는 중국 포함 8개 나라가 닿아있다. 그렇기에 주변국과 협력도 필수적이다. 해상에서의 협력이란 바다에서 불법행위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군훈련을 하는 것, 불법행위의 감시와 정보교류, 그리고 해군과 해경간의 협력관계 구축 등을 의미한다.

정호섭 교수는 “이미 충분한 해군력을 키운 중국에게 일대일로 맞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동남아, 일본 등과 같은 뱃길을 사용하는데, 실제적으로 동남아는 아직 힘이 부족한 상황이다. 무역국가이며 자원이 부족하고, 제조수출에 크게 의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일본과 우리의 이익이 상통한다고 볼 수 있으니 지금으로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동남아국가 역시 강해져야 중국에 함께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동남아의 해양안보도 도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명철 교수도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그는 “미국, 일본, 호주 등 잠재적 중국적대세력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응방안 3. 국민 해양의식 고취

해양력을 증강하고, 주변국과의 동맹 관계를 변화시키는 데에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서적인 합의가 필수적이다. 올해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하루 넘기고 처리된 것도 바로 경항공모함 사업 때문이었다. 72억 원 예산이 5억 원으로 대폭 삭감돼 사업 착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막판에 원상회복된 것이다. 경항모 사업에 대해서는 여야뿐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여론이 엇갈렸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항모가 ‘중국, 북한과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한다’, ‘사치스러운 예산 투입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최윤희 총재는 “국민들이 먼저 해상로 확보의 중요성에 공감해야 정치권에서도 의식을 하고 관련 정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안전한 해상로 확보는 경제안보이자 자유민주주의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해남 해양재단 이사장도 이에 공감했다. 문 이사장은 “군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도 한국은 대륙붕 등에 대한 R&D 투자나 교육도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해양재단에서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양영토탐방, 독도탐방 등도 코로나19로 인해 멈춰있는 상황이지만, 올해에는 가능하면 다시 진행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양재단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요일은 바다톡톡’ 온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해양교육포털사이트’도 1월 중에 오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의 한국형 경항공모함
현대중공업의 한국형 경항공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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