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국민생선 명태’
남획의 과거 씻고 자원회복 희망의 출항
이름뿐인 ‘국민생선 명태’
남획의 과거 씻고 자원회복 희망의 출항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4.08.01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태 살리기’ 현장에 가다
‘국민생선’ 명예회복을 꿈꾸다

ⓒ박종면


3번의 수정으로 10만여 마리 부화 성공했지만...
갈길 먼 명태살리기 프로젝트…폐사 원인분석과 건강한 어미 확보 등 필요


수산자원 보존은 해양수산부에서 중점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업 중 하나이다. 이를 통해 적정 자원량을 유지하는 것은 수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통해 인류 식량을 책임지고 지구 생태계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명태의 경우 강원도의 경제를 책임져온 지역 대표 어종으로 자원이 회복될 경우 지역경제 상승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해수부는 수산자원 조사를 위한 신자산어보 프로젝트, 해저 환경을 보존하는 바다목장 사업 등 자원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핵심에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수정란을 확보해 인공종묘를 생산, 치어를 동해안에 방류함으로써 자원 고갈의 위기에 놓인 명태의 자원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며, 올해 2월부터 국립수산과학원과 동해수산연구소,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강릉 원주대 등 관련 기관과 학계가 함께 힘을 모아 진행 중에 있다.

야심차게 시작된 ‘명태 살리기’는 인공종묘 생산의 핵심인 건강한 어미 개체 확보, 치어 육성 등 난항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으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시각도 있으나, 수십년에 걸쳐 고갈된 자원이 하루아침에 회복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장의 어업인들도 살아있는 개체를 찾는 일에 고개를 내젓고 있는 어려움 속에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는 더 먼 미래의 수산업과 식량, 바다 생태를 위해 꼭 내딛어야만 하는 첫걸음이다.

▲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에서 진행 중인 '동해의 살아있는 어미명태를 찾습니다' 캠페인. 활어 명태를 제보한 어업인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남획으로 사라진 국민생선 ‘명태’

동태, 북어, 황태, 생태, 노가리. 모두 명태를 부르는 이름이다. 많은 이름을 가진 것만큼이나 명태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며 사랑받는 일명 ‘국민 생선’ 이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우리 바다에서는 이제 명태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난 1950년대 명태는 연간 2만 4,000톤, 1960년대에는 2만톤 1970년대에는 7만톤, 1980년대에는 7만 4,000톤이 잡혔으며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6,000톤을 기록했으나 2000년대 중반까지는 100톤 미만, 2007년 이후에는 연간 1~2톤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명태는 심각한 자원고갈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나 생산량이 많던 시기에는 종묘 생산과 같은 자원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잡아들이기에 급급해, 명태가 우리 바다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명태자원 고갈의 원인으로는 크게 기후변화와 남획이 지목된다. 기후변화는 수온 상승과 같은 변화 요인이 한류성 어종인 명태의 생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기도 하나, 수심 약 20m의 심해에서 사는 명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반면 전문가들은 많은 자원 고갈의 원인이 돼 왔던 남획의 경우, 부정할 수 없는 시발점으로 공감하고 있다.

자원이 많은 시기에 무분별하게 제한 없이 어획한 것 뿐만 아니라, 특히 ‘노가리’라고 불리는 명태의 새끼까지 마구잡이식으로 잡아들여 명태의 ‘씨를 말린’ 것이다. 이런 중에 노가리는 가장 사랑받는 안주 중 하나라 것은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인공종묘의 핵심 수정란 확보, 어업인 제보에 의존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관문은 우리의 욕심으로 사라진 명태의 ‘씨’를 찾는 일이다. 이는 현재 가장 큰 벽으로, 건강한 암·수 명태를 찾아 수정란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집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라는 표어를 내세운 정부의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어업인이 조업중 살아있는 명태를 잡았을 때 이를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로 가져올 경우 사례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건강한 성어의 경우 50만원을 지급하며 죽거나 다치고, 개체의 크기가 작을 경우에도 상태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다.

대부분 자망을 통해 다른 물고기와 잡히는데 그물이 끌어올려지기 전에 명태 몸에 상처가 생겨 건강한 상태로 센터에 옮겨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는 명태 산란기 내내 비상상태로 연락을 받는 즉시 명태를 받으러 항구로 달려가며 개체 확보에 힘써 암컷 106마리, 수컷 87마리 (6월 9일 기준)를 확보해 그 중 죽은 어미를 통해 3회 수정에 성공했다. 수컷으로 추정되는 활어 명태 3마리는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에서 사육중이다.

북한의 살아있는 명태 반입 방안 검토

자망의 특성 때문에 건강한 어미를 찾는 일이 어렵기도 하지만, 생계가 걸려있는 현장에서 명태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해 조업을 뒤로 제쳐두도록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에 동해수산연구소는 자체적으로 명태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직접 자망·연승 어선을 타고 격주로 명태 잡이에 나섰으나, 3개월간 자망으로만 3마리가 잡혀 중단됐다.

현재 국내 실정으로는 어업인들의 제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명태의 산란기는 5월경에 끝나 지금 명태가 잡힌다고 하더라도 수정란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암수가 동시에 확보돼야한다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이다. 죽은 수컷은 정액이 활성화된 상태를 일정기간 유지하며 냉장상태로 9일까지 보존할 수 있으나 이 시기에 어미가 잡히지 않으면 수정을 할 수 없다. 또한 명태는 다회성 산란 어종으로 잡힌 어미의 알은 성숙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함께 있는데 이중 성숙된 알의 경우에만 수정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살아있는 명태는 물론, 수정이 가능한 상태의 개체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러시아나 일본 등 국외에서 수정란은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특히 명태 생산량이 연간 6만톤 가량 유지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에서 살아있는 명태 어미를 확보하는 방법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수정과 육성에 성공, 방류한 치어가 다시 북으로 돌아가더라도 협의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대량의 중국어선이 황폐화 시키고 있는 북한해역에 대해 영향력을 가지고 협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심층수 수족관에서 일공수정을 위해 키우고 있는 명태 3마리. 모두 수컷으로 추정된다. ⓒ박종면

10만여 마리 부화 성공, 심층수로 집중 관리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죽은 개체로 3번의 수정을 통해 9만 4,000여 마리를 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또한 부화된 치어 중 일부를 1.2cm까지 성장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이전에 인공수정을 시도했으나 높은 수온으로 실패한 사례에서 미뤄볼 때 인공수정과 부화의 성공은 이번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명태는 심해의 낮은 수온에서 서식해 수온을 유지하는 것이 인공수정과 사육에서 필수적이 요소이다.

이에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는 강원 심층수에서 심층수를 공급받아 필터링을 통한 이물질 제거와 자외선 살균기를 거쳐 이를 프로젝트에 이용하고 있다. 심층수의 수온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으므로 이를 적정온도로 유지하기 위한 관리도 이뤄진다.

▲ 왼쪽부터 부화직후, 부화 자어, 부화 25일째 모습

초기 집단폐사, 건강한 수정란 확보와 먹이 공급 등 과제

그럼에도 3차에 걸쳐 부화한 치어들이 집단폐사하는 장벽에 부딪혔다. 치어의 집단폐사는 부화 후 30여일 정도가 지난 0.7cm~0.8cm의 치어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여에 걸쳐 치어가 거의 전멸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3번의 수정을 통해 부화된 치어들이 모두 유사한 사례로 폐사했다. 기자가 지난 6월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에 방문했을 때는 3차 수정을 통해 부화한 치어가 70일차 정도 성장해있었으나 생존 개체가 너무 적어 탁한 수족관 속에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마저도 취재 이후 폐사했다. 
인공종묘 생산은 어미 확보와 수정, 자체 사업관리(인공사육), 방류의 과정 거치게 되는데 치어를 육성하는데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량폐사에 대해 몇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올해 이뤄진 수정이 모두, 죽은 개체를 통한 것이어서 양질의 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미 명태가 그물에서 상처를 입고 스트레스를 받고, 죽어가는 동안 그 안에 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살아있는 어미의 확보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대단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원인은 먹이에 있다. 통상적으로 명태 치어가 집단폐사를 보이는 시기는 먹이가 바뀌는 시기인데 여기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명태는 대구과의 한 종류로 대구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는데, 대구의 인공종묘 생산 시에도 명태와 같이 부화 후 약 20여일이 지나고 집중폐사의 양상이 포착됐다.

인공사육과 방류기술 연구 등 최종 목표까지 갈길 멀어

향후 명태 살리기 사업은 지금보다 더 많은 과제들을 실행해 가야할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각 기관들은 세미나 등 주기적으로 의견을 교류하고 진행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역할을 분담하며 차근차근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건강하지 못한 알 혹은 먹이 변화에서 비롯된 초기 집단 폐사에 대한 연구는 강릉 원주대에서 다양한 조건을 대입함으로써 주요 원인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활어 어미 또는 건강한 수정란 확보에 대한 것도 이와 연결되는데, 내년에도 어업인들의 제보를 통해 명태를 확보함과 동시에 러시아, 북한 등 국외적인 협의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치어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다며 이후에는 방류가 남아있다. 수심 15m~20m에서 서식하는 명태는 표층에서 방류할 수 없으므로 맞춤형 방류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수중 방류의 기존 유사기술을 발전시키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방류한 명태 치어가 바다에 잘 적응할지, 그리고 성숙한 개체가 다시 동해안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 관계자는 명태에 칩을 심어 이동경로와 생존 여부를 파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명태 채란 모습

단기적 성과보다 자원회복이라는 장기적 안목 필요

명태 살리기 이전에 도루묵 회복 사업이 있었다. 지난 2006년 시작된 도루묵 자원회복 사업은 지난해와 올해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세로 최초 목표인 연 5,000톤을 뛰어넘어 연간 약 6~8,000톤 생산이 전망되며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평가된다.

도루묵 자원회복 사업이 시작된 시기 도루묵의 연간 생산량은 2,000톤 내외였다. 도루묵은 겨울철 산란기에 해조류에 알을 낳는데 해조장 부족으로 산란장 주변의 통발, 자망, 정치망어구, 폐그물 등 알을 부착할 수 있는 곳에 산란해 어업인들은 어구에서 떼어낸 알을 처리할 길이 없어 바다에 버렸다. 이에 동해수산연구소는 알을 안전하게 부화시킬 수 있는 실외부화기를 설치해 어업인들이 이곳에 어구에서 떼어낸 알을 수거하도록 했다. 어업인과 기관의 협력을 통해 치어가 양성됐고 2009년부터는 방류를 시작해 최근 뚜렷한 성과를 확인하게 됐다.

도루묵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어업인과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자원회복사업이 단 몇 년만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명태의 경우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현재 1톤도 채 되지 않는 생산량, 쉽게 알을 구할 수 없다는 점, 한류성 어류의 특성, 같은 어종에서 나타나는 치어 조기 집단 폐사의 문제 등 더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에 힘쓰고 있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사업의 성사 여부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명태 자원회복을 위한 시도는 모두 최초로 진행되는 것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문들이다.

지난한 과정이 예상되는 명태 살리기, 올해의 시행착오와 성과를 바탕으로 누구도 가지 않은 길로의 항해는 이제 시작이다. <강원도 글=장은희·사진=박종면 기자>

 

<기자수첩>
뭐, 씨가 말랐다고?

부화 치어 집단폐사! 명태살리기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고 있다.

어렵게 확보한 어미 명태를 통해 인공수정한 치어가 부화 1~2개월 만에 집단폐사한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건강한 양질의 수정란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 기인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최일선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강원도 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 서주영 연구사는 “다 죽어있는 어미 명태를 활용해서 생산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 종묘생산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라며 활명태에서 수정란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양질의 종묘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어미명태를 확보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심해 자망에서 잡힌 명태는 수면 위로 올라오거나 심층수 수산연구센터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대부분 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승어업으로 잡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 동해수산연구소의 설명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활명태를 확보하는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은 어업인들의 사고에 있었다.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어업인들은 한결같이 “없어”, “씨가 말랐어”라고 말한다. 자포자기식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정녕 건강한 양질의 어미명태를 잡을 수는 없단 말인가? 어업인들이 씨가 말랐다고 말하지만 명태는 최근 몇 년 동안 연 1톤가량 위판이 되고 있는 것으로 통계가 잡히고 있다. 이는 위판 되지 않고 바로 소비되거나 어업인 식탁에 올라가는 것까지 합치면 절망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여기서 강원도 도루묵 자원 회복의 성공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업인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도루묵 자원회복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말을 연구소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그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명태 살리기에도 “씨가 말랐다, 없다”라고 비관적으로 낙담하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수컷이든 암컷이든 단 한 마리라도 어획이 된다면 곧바로 심층수수산연구센터에 연락해서 활명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태살리기는 연구자만의 몫은 아니다. 결국 어업인들을 위한 일이다. 그런 만큼 어업인들의 긍정적인 사고와 좀더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박종면 기자> 

 

 



<미니 인터뷰>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서주영 연구사

 

▲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서주영 연구사. ⓒ박종면
“살아있는 명태가 잡혔다는 소식이라면 새벽이라도 달려 나갔습니다”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서주영 연구사는 ‘명태 살리기’ 사업에서 최우선은 건강한 어미 명태를 확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외에서 수정란 혹은 어미 명태를 들이는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어업인의 제보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서주영 연구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어 명태 소식에 촉각을 세우며 대기했다. ‘동해의 살아있는 명태를 찾습니다’ 라는 제목을 건 어업인 제보 안내 포스터에 유일한 휴대전화 번호가 바로 서주영 연구사의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명태가 올해 193마리(6월 기준). 센터에서는 총 3번의 수정이 이뤄졌으며 어업인에게서 확보된 3마리의 명태가 수조에서 사육되고 있다.

서 연구사는 “제보를 받으면 즉시 수조에 물을 채워 항구로 나가지만 그물을 거두러가기까지의 시간에 조업을 마무리하고 돌아오기까지의 시간까지 더해져, 살아있는 명태를 만나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방란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여지를 두고 제보를 받을 계획이며, 내년에도 어업인과의 협력을 통해 살아있는 명태를 확보하는데 힘쓰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부화한 치어들이 거의 폐사한 현재, 일부에서는 명태 살리기 사업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는 서주영 연구사는 “실패와 시행착오 역시 시도를 했기에 알 수 있었던 것들로 본격적인 프로젝트의 첫해로서는 좋은 출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폐사 했다는 현상황 보다, 10만여 마리의 인공부화에 성공해 치어를 1cm가량 성장시켰고 이를 통해 인공종묘 생산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사육과정의 문제점들을 바로잡아 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는데 더 무게를 둔 것이다.

덧붙여 “수정이 가능한 명태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순간에 암수가 동시에 확보돼 세 번의 수정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점도 행운이었다”고 그간의 과정을 돌아봤다.
좋은 출발이었다고 긍정적인 평을 내렸지만, 갈 길이 멀고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도 그이다.

서 연구사는 “올해와 같이 프로젝트에 참여가는 기관들과 어업인의 협조 속에 국내산 어미를 확보하면서 정자의 냉동보관, 초기 폐사 원인 분석 등의 연구가 이뤄질 것이며 나아가 치어를 방류할 수 있는 크기까지 키울 수 있는 사육 관리가 중요하다”고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먼 여정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는 그가 있어 명태가 다시 동해안으로 돌아오는 그날이 곧 다가오리라 기대된다. <글=장은희·사진=박종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