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급식체계 개편과 대응
군 급식체계 개편과 대응
  • 임태훈 해수부 유통정책과장
  • 승인 2021.12.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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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해수부 유통정책과장
임태훈 해수부 유통정책과장

[현대해양] 소고기 없이 당면만 있는 잡채, ·깍두기와 나물 한 숟가락, 오징어 없는 오징어국.’ 등 연이어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부실한 군 급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군부대 급식 부실을 폭로하는 분노의 인증 사진이 잇따르면서 군 당국에 엄청난 비판과 성토가 쏟아졌다.

이에, 당시 국방부는 선 식단편성, 후 식재료 경쟁조달이라는 해법을 내놨다. 영양사들이 장병들의 선호와 영양 균형을 고려해 식단을 정하면 그에 맞는 식재료를 국내산, 수입산에 상관없이 유통업체들의 경쟁조달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국방부는 현재의 농·수협 위주의 식재료 조달방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으며, 이것이 부실 급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한 것이다.

 

양질의 친환경 무상급식 경험한 MZ세대 장병들 불만 이어져

현재 37만 장병들이 2,800여 개 병영식당에서 급식을 먹고 있다. ··수산물 원재료의 경우 국방부가 농··수협과 품목과 기준량을 사전에 결정하고 정해진 물량을 일부 농··수협(군납조합)과 수의계약을 통해 조달해왔다. 다시 말해 지난 50년 동안 농협, 축협, 수협이 관리하는 일부 군납조합만이 조달에 참여해 온 것이며, 수산물의 경우 2021년 기준, 44개 품목, 7,156, 1,737억원(국방부 급식 예산의 14.9%) 규모를 34개 수협 조합(수협중앙회, 도서·해안·접경지역 조합 8, 계획생산 조합 25)이 조달하고 있었다.

이러한 군 급식체계에서는 사전에 정해져 있는 식재료의 종류와 물량을 활용하여, 급양대(14)별로 표준식단을 편성해 군단급(3만여 명) 병력이 동일하게 급식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왔다. 이에 비선호 품목(수산물, 쌀 가공식품, 흰 우유)의 의무 급식, 중소기업자 간 제한경쟁 조달, 보훈·복지단체 수의계약 등이 장병의 입맛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요리 실력이 부족한 조리병 중심의 조리인력 구조, 낙후된 취사장 시설과 최신 조리기구 부족 등은 양질의 친환경 무상급식을 경험한 MZ세대 장병의 다양한 요구 사항과 국민적 눈높이에 호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상황이다.

 

국방부, 민관협의체 논의 통해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발표

이에, 국방부는 21628일부터 해수부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 영양사·교수·기자 등 민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대책을 논하였다. 장병들의 선호도에 맞는 급식 제공이 장병 기본권 차원에서 논의되었으며, 구조적·근본적 개선을 위해서는 일부 조합이 독점적으로 참여하는 식자재 조달체계 개선 등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공감대를 토대로 민간위원회는 1013일 정부에게 73건의 권고안을 제시하였으며, 정부는 이러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지난 1114일 제13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기본 방향은 농축수산물 국내산 원칙지역산 우선구매를 통해 농어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군 급식 개선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장병 중심으로 급식 조달체계를 개선해 장병의 선호가 반영된 선 식단편성 후 식재료 경쟁조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 기존 농··수협과 3년간(20222024) 수의계약 체계를 유지하되, 올해 기본급식량 대비 내년 70%, 202350%, 202430% 수준으로 계약물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2025년 이후에는 메뉴를 편성하는 제대(사단 등)에서 기존 농··수협과의 수의계약 방식이나 경쟁조달방식 중에 최적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품목과 조건을 비교해 최적의 공급자와 다양한 조달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되, ··수협의 자체 노력으로 군이 요구하는 안정성, 안전성, 맞춤형 수요, 전처리, 가격 등을 충족할 경우 농축수협과의 계약을 우선 고려한다는 것이다.

 

해수부, 변화된 공공급식 조달 대책 마련 위해 적극 대응

이번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은 민간 전문가, 학계, 국회, 해수부, 농림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가 수차례 협의를 거쳐 마련된 내용이다. 협의 과정에서 수협의 모든 의견이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해수부 농림부 등이 주장한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대책이 반영되었으며, 이제부터는 변화된 여건에 대응한 공공급식 조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이다.

 

1) 국내산 수산물 사용 원칙 관철

해수부가 주장한 첫 번째는 국내산 수산물 사용 원칙이다. 당초 국방부는 장병들의 선호와 영양 균형을 고려해 식단을 정하면 그에 맞는 식재료를 국내산, 수입산 상관없이 조달한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해수부는 수산정책실장을 비롯, 차관 모두가 나서 국내산 원칙 사용 원칙이 필요함을 협의체에 설명하였다. 논거는 이러하다. WTO 정부조달협정(2012)에서도 공공급식에 대해서는 국내산을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적으로도 공공급식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국내 어업인과의 상생을 허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군 급식 조달체계 개선의 기본 원칙은 어업인과의 상생과 안전한 수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국내산 사용, 그리고 지역 농수산물 우선 사용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결과,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에 농축수산물 국내산 원칙지역산 우선구매가 반영되었다.

 

2) 생산자단체 경쟁력 확보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 필요

두 번째는 수협이 반가공·전처리 시설 확충 등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당초 국방부는 각 식단 편성 제대가 식단이 정하면 그에 맞는 식재료를 즉시 경쟁 조달한다는 구상이었다.

관계 전문가들은 일반 민간 기업에서 무리한 가격 덤핑 등을 통해 식재료 조달 시장을 독점할 경우 공공급식의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 등을 제시하였다. 이에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에서는 단계적 경쟁조달 방안 확대 방안이 반영되었다. 기존 농··수협과 3년간 수의계약 체계를 유지하되, 2021년 기본급식량 대비 내년 70%, 202350%, 202430% 수준으로 계약물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25년 이후 전량 경쟁조달로 바꾼다는 것이다.

식재료 조달방식은 농수협(국방전자조달체계)과 학교급식 전자조달체계(eaT) 동시 활용해 조달하되 품목과 조건을 비교하여 최적의 공급자와 다양한 조달방법을 식단편성 제대(사단 등)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해수부는 생산자단체 등이 예측 가능한 안정적 공급이 가능토록 조달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품질의 안전성과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조달(품질) 기준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국방부 전군급식정책심의회 등 다양한 회의에 지속 참여하여 관련 사항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

 

3) 수산물 선호도 증대 노력 시급

세 번째로 해수부가 주목한 것은 군 장병들의 수산물 기피 현상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최상위 국가인 점을 고려할 때 군 장병들의 수산물 기피 현상은 위기감을 안겨주었다.

군 장병 비선호 품목 1위에서 5위까지가 모두 수산물이라는 점은 그간 공급방식이나, 조리 방식에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며, 나아가 수산물 소비 감소로 연결될 것이 우려된다. 이러한 수산물 기피 현상은 과거 어식(魚食)대국이었던 일본의 수산물 소비량 급감에서 원인과 대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수산물 소비량 급감 주요 원인은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산 쇠고기가 값비싼 와규(일본산 쇠고기)’를 대신하고, 패스트푸드 대중화에 따른 입맛의 변화라고 분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생선을 초등학생들이 싫어하는 급식 1, 고등학생이 싫어하는 음식 2위에 올려놓았고, 그 결과가 현재 일본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만, 군 장병들의 수산물 선호도가 낮은 현상은 식재료 조달방식의 문제라기보다는 조리방법의 문제가 크다고 판단된다. 이에 장병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공공급식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대량 조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 된다.

관계 전문가 등이 협업하여 신메뉴 개발 등을 위한 R&D를 추진하고 영양사, 조리병, 전문가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수산물 급식 레시피를 30여 개 정도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수부는 군 급식을 포함, 급식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수산물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어업인과의 상생 및 수산물 선호도 증대 위해 최선 다할 것

향후 해수부는 공공성을 담보한 급식 조달 시스템정착을 위해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것이며, 어업인과 군, 학교 등이 상생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갈 것이다. 미래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 학생, 군 장병들이 수산물이 먹기 불편하고 비린내 나는 음식이 아니라, 제철마다 찾아 먹어줘야 하는 별미의 건강식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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