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시대 재도약 노리는 한국 크루즈
위드코로나 시대 재도약 노리는 한국 크루즈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12.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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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테마 개발, 정부 지원 필요해

[현대해양] 크루즈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업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며 크루즈 산업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항만공사는 내년 5월 다시 크루즈 운항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루즈랩은 내년 9월 부산에서 출항해 제주와 일본 후쿠오카에 기항하는 3박 4일 코스의 ‘뮤직’ 테마 크루즈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포항시 주최, (사)한국크루즈포럼 주관의 ‘포항 크루즈관광 활성화 포럼’에 참여한 크루즈 전문여행사들은 앞으로 해외여행 수요와 크루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입을 모았다. 위기에 빠진 크루즈산업,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최저점을 찍은 크루즈산업

2008년에서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연평균 5.4%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크루즈산업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끝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2020년 2월 일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의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이 알려지고, 3월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크루즈 운항은 사실상 완전히 중단됐다.

지난해 CLIA(Cruise Lines International Association:세계크루즈선사협회)는 “코로나19 이전, 세계 크루즈 산업의 경제 규모는 1,500억 달러 이상을 창출하고 약 200만 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으나, 크루즈 운항 중단으로 매일 최대 2,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내 크루즈산업 역시 역대 최악의 상황을 맞아야 했다. 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크루즈업체의 매출·거래 건수는 2019년 대비 95~100% 감소세를 보였다. 부산항의 경우에도 2016년 209척의 크루즈선이 기항한 이후 2017년 108척, 2018년 84척, 2019년 108척이 기항해 연평균 26만 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부산을 찾는 등, 크루즈 산업은 부산관광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20년 2월 이후 관광객을 태운 크루즈선은 단 한 척도 기항하지 못했다. 일정이 취소된 크루즈선은 2020년 179항차, 2021년 134항차 등 313항차에 달한다.

 

증가하고 있는 크루즈 잠재 수요

이러한 악재 상황에서도 산업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크루즈에 대한 잠재 수요가 충실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김종남 대경대 교수는 “4년쯤 전에는 크루즈 수요가 연 3만~4만명 정도였으나, 코로나19 이후 최근 여행사등의 자료에 따르면 5만 명 이상으로 보이며, 수 년째 크루즈 회원제 상품을 판매중인 국내 대형 여행사의 유료 회원은 이미 7만 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소로 계산해도 연 10만 명 이상의 잠재고객이 존재하며,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수요까지 더하면 중소형급(3만~5만 톤) 크루즈선을 운항하는 수요는 이미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29일 ‘제15회 세계해양포럼’에서 조엘 카츠 CLIA 호주·아시아 지부장은 “아시아는 북미와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크루즈 시장”이라며 “최근 설문조사에서 약 90%의 아시아 응답자가 가까운 시일 내 크루즈 여행을 하겠다고 답해 세계 평균인 85%보다 높은 수요를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우석 크루즈랩 대표 역시 “내년 9월에 출발하는 크루즈의 모객은 12월내로 추진할 계획인데, 수요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뮤직 테마 크루즈라는 특성 때문에 국내에서는 생소하게 느낄 가능성이 커 다방면의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2019년 크루즈랩의 뮤직 테마 크루즈 ITS THE SHIP
2019년 크루즈랩의 뮤직 테마 크루즈 ITS THE SHIP

철저한 방역과 함께 재개된 해외 크루즈

위드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세계의 크루즈 업계는 다시 일어서고 있다. 주요 해외 국가들은 위드코로나 시대 크루즈 활성화 방안으로 전문가 실무단 운영, 방역 대책 마련, 관련 법령 개정, 마케팅 등 세부적인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EU, 대만, 일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설치하고 운항을 재개했다.

이정철 남서울대학교 교수는 “현재 크루즈선사들은 항공기 이상으로 철저하게 방역하고 있으며, 지중해쪽 크루즈선은 이미 60% 이상 다시 운항을 재개한 상태”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운항을 재개한 것은 대만이다. 2020년 7월 26일 대만 ‘익스플로러 드림호’가 기륭(Keelung)항을 출발해 대만의 펑후, 마주섬, 진먼섬 등 ‘대만섬 호핑 투어(1~5박)’을 운항했다. 익스플로러 드림호의 이용객은 약 2만 5,000명으로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익스플로러 드림호의 선사는 승무원 588명을 21일간 자가격리 후,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한 후 운항했으며, 엄격한 위생 수칙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는 대만보다 한 달가량 뒤인 2020년 8월 16일 MSC크루즈와 9월 6일 코스타 크루즈가 운항을 재개했다. 이들은 승선 시 모든 승객의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기항기에서 승객들의 자유여행을 금지하는 대신 선사가 운영하는 기항지 관광을 선보이며 운항을 지속하고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 새로운 트렌드 찾기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산업의 트렌드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여행산업전문지 트래블 에이전트 센트럴(Travel Agent Central)의 설문조사 결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크루즈 트렌드는 △소형 럭셔리 탐험 △기항지 관광활성화 △남극/북극, 그린란드, 노르웨이 피요르드 등 추운지역 △친환경 △단기 크루즈 △국적선 △스위트룸 등으로 밝혀졌다.

장 대표는 “앞으로는 더욱 테마성이 강한 크루즈 관광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지금은 뮤직 테마를 위주로 하고 있으나, 이후에는 미식과 관련한 테마크루즈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 맞게 한국형 테마 크루즈를 개발한다면 국내 크루즈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지금 친환경 선박을 활용한 기항지 관광도 새로운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기술력은 이미 충분, 지원 필요해”

2018년 정부는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광진흥기본계획(2018~2022)」를 발표, 추진해왔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크루즈 기항지 홍보 및 관광상품 마케팅을 통한 외래관광객 유치 △다양한 테마크루즈 상품 및 기항지 관광상품 확대 △국적 크루즈선 취항 여건 조성을 위해 연안 크루즈 항로 개발·운영 등 국내 크루즈 인구 확대를 위한 사업 지속 추진 △항만기본계획 등에 따른 크루즈 인프라 확충 △크루즈 거점을 8개 조성 등의 계획 추진이 목표다. 또한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새 일상 시대, 방한 크루즈관광 유치마케팅 추진 방안」 연구 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준철 해수부 해양레저관광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크루즈 관련 프로젝트가 지금은 거의 중단상태에 가깝지만, 관광진흥기본계획은 온라인 등을 통해서라도 꾸준히 추진하려 한다”며 “내년 상반기엔 크루즈선의 운항이 정상화 될 것이라 기대하고, 단계적으로 방역지침 등을 마련하고 있으며 연내 방역지침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국적 크루즈 건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2년 첫 국적 크루즈선이었던 ‘클럽하모니호’가 1년만에 운항을 중단한 이후 선사들의 크루즈 건조에 대해 아직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도 간과할 수는 없다.

김 교수는 “현재 조선소들은 잠재수요에 비해 크루즈 시장에 뛰어들기를 망설이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투자하는 중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크루즈 선박의 건조 경험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기술력이 부족한 부분은 아니고 수요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국적 크루즈선의 건조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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