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양식하는 소기업 외면 말아달라”
“연어 양식하는 소기업 외면 말아달라”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12.10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서양연어 키우기 바쁜 정부? 소기업 지원 열악
첨연어 양식장
첨연어 양식장

[현대해양] 정부가 스마트 연어 양식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편, 소규모의 연어 양식 업체는 상대적으로 외면하고 있어 비난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연어를 생산하는 업체 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다. 특히 국내 최초로 은연어 대량 양식에 성공한 동해STF가 경영난 등의 이유로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현재 국내에서는 연어를 축양(일정기간 동안 살아있는 수산생물을 보관하는 일, 성장이 주 목적이 아님)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며 자체적 양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소규모의 영세 업체가 연어 양식을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다. 대규모 자본과 최신 연어 양식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영세 어업인이 양식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을 활성화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양식산업발전법 시행으로 희비 엇갈려

11년 전부터 국내에서 연어 양식을 시도해 마침내 육상양식에 성공한 설수산(은연어 양식)은 상당한 자본을 투자해 연어 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나, 그간 정부의 지원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석영 설수산 대표는 “11년 째 수산 일을 해왔지만, 연어 양식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연어 이외에 도다리를 키우고 있는데, 그간 정부의 지원받은 금액이라고는 올해 도다리 사료 값으로 300만 원을 받은 것이 전부”라고 털어놨다. 안 대표는 지난 2019년 ‘연어 해수 순치를 위한 육상 해수양식장’ 특허출원까지 받았으나, 각종 기금 보증지원을 받지 못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업종’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는 “그간 연어 양식을 시도하다가 실패하신 분들 역시 전혀 지원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지난 2020년 8월, 대규모 자본의 양식산업 진입을 허용해 양식업의 규모화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양식산업발전법’이 시행됐다. 양식업의 규모화 지원은 대규모 자본을 갖고 있는 기업이 어업인들이 주로 생산하는 어종과 겹치지 않는 어류에 한해 양식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법령이다. 이를 계기로 동원산업은 2020년 9월 1일 강원도, 양양군과 ‘양양 친환경 스마트 육상연어양식단지 조성’ 투자협약식을 가지고 육상 연어 양식 단지를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동원산업이 육상 연어 양식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지는 해양수산부의 제4차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지로 선정된 부지. 동원산업은 약 11만 6,824㎡(3만 5,400평) 부지에 10년간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육상 연어 양식 단지를 조성하고 운영한다.

 

정부 주도 연어양식 산업서 중소기업은 뒷전?

이에 더해 지난 10월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국내 연어 양식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은 연어 양식 소기업 소외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해양수산부는 대기업과 중소 양식업체가 상생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2027년까지 4만 톤의 수입연어를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으로 국내 연어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동원산업, GS 건설 등의 민간기업의 투자로 대서양연어의 종자 및 사육기술 연구에 박차할 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대기업의 연어 양식 투자 결정에는 수십년간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연어 양식에 매달렸던 기업들의 역할이 있었으나, 해양수산부는 대기업만을 밀어주고 있다며 크게 분노했다. 그는 “작년, 제작년에도 강원도환동해본부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 업체가 양식한 연어 회를 보내달라는 전화였는데, 도지사님이 맛을 보고 싶어 하신다고 하길래 10마리를 손질해 보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도지사, 해수부, 동원산업 사람들이 앉아서 내 연어 맛을 봤다더라. 내 고기를 먹고 자화자찬했으면서 나한테 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동원산업, GS건설, 폴라리스쉬핑 등 현재 연어 양식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업 관계자 모두 육상 연어 양식에 성공한 안 대표의 업장을 방문해 기술 자문을 구했지만 실질적으로 이곳에 투자한 기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에 정선홍 강원도환동해본부 수산정책과 팀장(연어양식산업 담당) “설수산이 양식하는 연어 품종은 은연어로 동원산업이 투자하려는 품종(대서양연어)과 다르다. 은연어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 내수면에서 양식할 수 있다. 전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길러내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소비되는 연어 4만 톤은 모두 대서양 연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팀장은 “중소 업체 죽이기가 아니다. 대기업, 중소기업이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강원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정부 지원 없어 화도 나지만…”

지난해부터 연어 양식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피쉬카페(바다송어(스틸헤드) 양식)는 양식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았으나 투입 자본에 비해 매우 부족한 금액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장광수 피쉬카페 실장은 “우리는 5,000평의 부지에 연어 양식장을 세워 약 9,0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양식장 내에 산소발생기, 수차 그런 것들에 대한 지원이었다”며 “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원이) 많이 부족해 화도 난다”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해면 및 내수면 양식 어업인들에게 양식시설을 현대식으로 개선하는 ‘양식시설현대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 가속화에 따른 시장 완전 개방 이전에 고부가가치의 양식 품종에 대한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현대화된 양식시설 신축 및 개보수를 지원이 주 목적이다. 융자 지원을 통해 양식장 시설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개량하는 지원 사업으로 연어라는 품종을 양식하는 데에 대한 지원 제도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연어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은연어, 무지개송서, 시마연어(산천어) 등이 소량 생산돼 공급되고 있다. 국내 연어류 생산은 1998년 5,000여 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998년 맑은 물 정책에 따른 내수면 양식어업면허 전면 금지와 2006년의 말라카이트 그린 파동으로 급감해 연재 연 3,000여 톤 수준이다. 장광수 실장은 “중소기업들도 수입산 연어를 대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 홍보를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정부 지원 없이 소비시장을 키우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은연어, 첨연어 선호도 높아

우리나라는 대서양 연어를 1순위로 소비하고 있지만 연어 품종은 은연어, 바다송어, 첨연어, 산천어 등으로 다양하다. 일본의 경우 은연어를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으며, 은연어뿐만 아니라 첨연어도 식재료로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첨연어는 우리나라 토종 어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첨연어의 연간 어획량을 높이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1968년 경남 밀양에 국내 첫 연어 부화장을 만들고 연어 회귀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또한 매년 꾸준한 연어 종자 방류사업을 펼치며 자원량을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에 식용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국산 연어에도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두호 한국수산자원공단(FIRA) 동해생명자원센터 센터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면하고 있지만 일본은 똑같은 연어(첨연어)를 맛이 좋다고 평가한다. 음식, 식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며 “일본은 첨연어의 자원량이 충분해 1년 내내 활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천만 마리를 방류해도 회귀량이 0.4%에 그쳐 잡을 수 있는 자원량이 매우 적다. 대서양 연어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국산 토종 연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첨연어보다 맛과 품질이 좋다고 평가되는 국산 토종 어류 산천어 양식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센터장은 “과거 우리나라는 산천어 양식을 위해 일본산 산천어 발안란을 들여왔다. 이 때문에 산천어의 교잡종이 발생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우리 공단은 경북 민물고기센터와 협업해 우리나라 토종 산천어를 찾아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며 “현재 토종 산천어 자원을 확보해 사육하고 있다. 산천어는 바다로 내려가면 첨연어보다도 맛이 좋아 품질이 높은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연어 시식회
은연어 시식회

 

R&D 사업에 정부 지원 절실

국내에서 연어를 양식하고 있는 업체들도 국산 연어 등 다양한 연어 품종 기술개발사업에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안석영 설수산 대표는 정부가 대서양연어 양식 투자에만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국가에서 우리나라 토종 연어 방류 사업을 해 놓고 왜 이제 와서 외래어종, 위해어종인 대서양 연어를 양식하는지 알 수 없다. 수입산 대서양 연어 알 하나가 300원이다. 국산 연어 자원량을 늘리기 위해 정부기관에서도 힘을 쏟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서양 연어를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양식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국가 기관이 있고, 나처럼 양식 기술을 증명할 수 있는 기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도 자금 지원을 받아 연어 양식 R&D 사업을 해보고 싶지만 문턱이 너무 높다”고 전했다.

장광수 피쉬카페 실장은 대기업의 대서양연어 사업 투자는 반길만한 일이나, 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동원산업 등 대기업이 연어 양식을 한다고 해서 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국가 식량 안보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반길반한 일”이라며 “대기업이 국내 연어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면, 소비자들은 입맛에 맞는 연어를 골라 구매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장 실장은 “우리는 양식장에 연구동을 세워 연어 양식 기술 개발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며 “연어 품종 계량과 같이 해양수산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개발 과제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송어 양식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R&D 지원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어 양식 산업 키우는데 소기업 외면 말아야

‘국내 연어 양식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시작으로 국내 연어 생산기지 조성과 더불어 대기업과 중소 양식업체 간 상생협력을 통해 국내 연어 양식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상생협력 모델을 구축해 연어 양식기술의 국산화와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으로, 대기업의 양식산업 진출로 기존 중소 양식업체가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중소 양식업체는 중간육성을, 대기업은 본 육성을 담당하는 협업 모델을 구축해 2027년까지 4만 톤의 수입 대서양 연어를 국내생산으로 대체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정지윤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 주무관은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연어가 소비자들의 입맛에 충족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양수산부에서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으로 품종개량, 육종기술을 개발시켜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려 한다. 연어류의 종자 생산은 중소기업이, 상품화는 대기업이 담당하게 해 연어 양식 산업을 키워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김상욱 월야수산(바다송어(스틸헤드) 양식) 대표는 “대기업이 치어부터 부화부터 종자 생산 단계를 모두 맡는다면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들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정부의 확실한 지원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

국내 연어 소비시장은 2009년과 비교했을 때 약 4배 가까이 성장했다. 2009년 1만 1,000톤 수준이었던 연어 수입량은 2013년 1만 8,000톤, 2017년 3만 톤, 2019년 3만 8,000톤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4만 3,000톤을 기록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대서양 연어를 대체하겠다는 의지로 연어를 양식하고 있는 영세업체들은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육상 연어 양식의 기반을 닦아 온 기술력 있는 소기업들도 대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손길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산 토종 연어 양식 기술 및 식품 개발에도 좀더 세심한 정부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연어의 종류(자료제공_해양수산부)
연어의 종류(자료제공_해양수산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