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머드맥스, 한류를 탄 K-갯벌의 가치
④ 머드맥스, 한류를 탄 K-갯벌의 가치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1.12.0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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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현대해양] 올해 7월 우리 바다에 큰 경사가 났다. 한국의 갯벌(Getbol)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라는 깜짝 뉴스가 전 세계 매스컴을 탄 것이다. 우리로서는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은 두 번째 쾌거다. 우리나라 정부는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에 올린 직후 서남해 갯벌의 등재를 바로 추진했다. 그런데 예상외의 우여곡절이 컸고, 14년이 지난 올해야 두 번째 기쁨을 맛봤다.

지난 5월 유네스코 국제자연보전연맹의 ‘반려’ 결정이 큰 고비였다. 그러나 역전의 용사답게 한국의 갯벌은 마침내 당당히 전 세계인의 자연유산이란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우리나라 갯벌의 독보적 우수성과 가치가 이제라도 인정받아서 한편 다행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크다. 서남해에 펼쳐진 무수히 많은 한국의 갯벌 중에 5개 지자체 4개 지역(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만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의 지적대로 확대지정이 숙제로 남았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더 큰 노력이 시급해졌다. 5년 후에는 유럽 와덴해(갯벌)처럼 우리도 한국의 갯벌을 하나로 묶어 세계자연유산으로 확대 등재됐으면 한다.

 

K-갯벌의 가치, 한류와 함께 전 세계인의 품속으로

1990년대부터 유행한 한류가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작년 한국관광공사 홍보 시리즈인 ‘필더리듬오브코리아’ 인천 편의 ‘범내려온다’는 3억 뷰란 대박을 터뜨렸다. 올해 시즌2 최고 영상은 지난 9월 소개된 충남 서산 편의 ‘머드맥스’가 거머쥐었다. 그 주인공은 놀랍게도 ‘갯벌’이었다. 서산은 세계자연유산에 빠져있으나 태안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로림만 갯벌을 가지고 있다. 가로림만 갯벌을 거침없이 누비는 수많은 경운기, 바지락을 쓸어 담는 아주머니(어민)의 밝은 미소, 그리고 K-힙합에 곁들어진 구성진 ‘옹헤야’ 민요까지 모두 ‘한국’다웠다.

역동적인 가로림만 갯벌과 생태계, 그리고 정겨운 어촌문화까지 생기 넘치는 우리 바다를 단 2분만에 훌륭하게 소화한 이 영상은 불과 두 달 만에 전 세계 3천 4백만 명을 홀렸다. 사실 갯벌에서 20여 년을 뒹군 내게 이 영상은 너무나 친근하고 익숙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머드맥스’를 호평하며 새로운 갯벌 홍보방안을 지시했다고 한다.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생물다양성과 뛰어난 탄소흡수원의 능력까지 보여준 K-갯벌의 가치와 저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국 관광 홍보영상 ‘서산 머드맥스’
한국 관광 홍보영상 ‘서산 머드맥스’

갯벌의 돈 되는 가치를 밝혀라

갯벌의 돈 되는 가치는 생태계서비스 평가 방법으로 계산한다. 1997년,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1km²에 연간 백만 불(약 10억 원)에 이른다는 생태계서비스 평가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처음 등장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로버트 코스탄자 교수는 이 연구에서 갯벌을 포함해서 매우 다양한 자연의 서식처에 대한 경제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갯벌의 경우 생태계서비스 17개 평가항목 중 교란조절, 폐기물처리, 서식처 기능, 수산물, 원료, 휴양에 대한 6개 평가항목만을 평가했다. 탄소흡수, 기후조절, 홍수조절, 자연정화와 같은 갯벌의 조절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자료 부족으로 평가에 반영되지 못했다. 즉 과소평가의 여지를 남겼다. 그런데도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14개 평가항목이 고려된 산림의 경제적 가치보다 무려 10배 이상 큰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 20년 로버트 코스탄자 교수의 결과로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크다는 사실을 주장해왔지만 아쉬움도 컸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3년, 해양수산부는 ‘제2차 연안습지 기초조사(2008-12)’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갯벌의 경제적 가치를 1km²에 연간 약 63억 원으로 평가했다. 이 결과를 우리나라 갯벌의 전체 면적인 2,500km² 로 확장해서 단순 계산하면 갯벌의 연간 총 경제적 가치는 약 16조 원에 해당한다. 매년 16조 원이란 어마어마한 돈이다. 앞선 국외 연구 결과와 비교해 볼 때, 생태계서비스 대상 평가항목이나 가치평가 방법론에 있어 차이도, 한계도 있겠으나, 갯벌의 가치를 우리 자료를 이용해서 평가한 첫 번째 시도란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해양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최근이다. 2017년 해양수산부는 효율적인 해양의 공간관리를 위해 갯벌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 해역을 대상으로 해양생태계서비스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연구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본 연구사업은 바다의 경제적 가치를 공급, 조절, 문화, 지지서비스란 네 가지 관점에서 전국 규모로 평가했다.

간단히 살펴보면,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는 조개나 굴, 낙지, 새우, 그리고 간장게장과 같은 해산물은 수산물을 공급해주는 공급서비스다. 앞서 갯벌의 경제적 가치평가에서 언급했던 탄소흡수, 자연정화와 같은 자연 본연의 기능은 조절서비스라 한다. ‘머드맥스’를 보면 갯벌에서 바지락을 채취하며 한바탕 놀고 싶은 충동이 들 수도 있겠다. 이렇게 갯벌 체험이나 여가, 교육을 통한 심미적 혜택은 문화서비스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위 세 가지 기본서비스를 지탱해주는 지지서비스가 있다. 갯벌 저서생물의 집을 만들어주는 해양저서퇴적물의 자연적인 생성과정, 갯벌 포식자(동물)에게 먹이생물(유기물)을 제공하는 식물(미세조류 등)의 광합성 능력(일차생산), 그리고 바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 그 자체(해양생물다양성)가 모두 지지서비스라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진도 이번 연구사업에 참여했다. 우리는 과거 해양생태계서비스 평가항목에서 빠졌던 몇 가지 중요한 조절, 지원서비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예를 들면 탄소흡수나 자연정화와 같은 조절서비스 기능을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평가했고 이미 그 결과는 세계 학계에 보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단일 국가 규모로 해양생태계서비스를 정량적으로 평가해온 세계 최초 시도란 점에서 국외의 많은 과학자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위에서 언급한 공급, 조절, 문화, 지원의 네 가지 해양생태계서비스를 종합 평가한 우리나라 바다의 경제적 가치평가 올해 말 최종 결과로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두 차례의 연재를 통해 나는 한국 갯벌의 블루카본 능력인 조절서비스 가치와 K-해양생물다양성으로 대변되는 지지서비스 가치에 대한 평가 결과를 소개했다. 그러나 두 연구 결과는 K-갯벌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독보적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를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열거한 무수히 많은 해양생태계서비스를 생각하면 아직 K-갯벌의 매력과 놀라운 가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기능적 가치, 무엇을 보는가가 중요

원론적으로 해양생태계 연구는 ‘구조’와 ‘기능’ 두 가지 관점이 있다. 구조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생물)의 종류, 양, 그리고 분포를 일컫는다. 바다와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의 종수, 종조성, 개체수, 무게, 밀도, 서식범위 등을 통해 구조를 파악한다. 기능은 구성원(생물)과 환경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특성인데, 생산, 성장, 생식, 상호작용(경쟁, 포식과 기생, 공생), 먹이사슬, 물질순환, 진화를 포괄한다. 간단히 말하면,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이다. 어른 키 175cm, 체중 80Kg 라고 하는 것은 ‘구조’를 대변한다. 이 사람의 주량 소주 1병, 한 끼 분량 짜장면 5그릇은 ‘기능’을 표현한 것이다. 키와 체중이 크면 대개 주량과 끼니 분량도 많아진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는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결국, 구조와 기능 한 가지만을 통해 생태계를 진단하고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위에 언급한 K-해양생물다양성은 종수와 분류군 조성파악이란 측면에서 구조 연구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는 출현 종의 계통적 유연관계(진화)를 분석해서 우리나라 연안 30개 지역의 생물다양성(건강성)을 비교 평가했다. 이는 생물과 환경과의 관계를 파악해보려는 기능 연구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처럼 구조와 기능 연구는 서로 연결돼있고 동시에 해석돼야 정확한 생태계 진단과 평가를 할 수 있다. 즉 기능을 이야기할 때 구조는 빠질 수 없음이다.

예컨대, 갯벌에 서식하는 갈대나 저서규조류(생물)가 대기(환경)로부터 탄소를 흡수해서 유기물을 만들고(성장), 유기물이 퇴적물(환경)에 침적되어 탄소를 격리하는 과정은 구조와 기능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갯벌의 탄소흡수를 통한 기후조절이란 측면을 앞세워 ‘기능’ 연구라 표현한 것이다. 구조 연구가 풍성해지면, 우리는 생물 종류에 따른 탄소흡수 계수를 따로 구하여 갯벌의 탄소흡수 조절서비스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아직 미발표 결과지만 우리는 최근 연구를 통해 외래종으로 지정된 갯끈풀이 갈대만큼 탄소흡수 기능이 큰 것도 확인했다.

갯벌의 또 다른 놀라운 조절서비스 기능이 있다. 사실 잘 알려진 갯벌의 정화능력이다. 갯벌은 지리적 위치 덕에 육상으로부터 강과 하천을 거쳐 바다로 유입되는 각종 유해성 오염물질을 제거해 주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특히 입자가 미세한 머드는 표면적이 넓어 유해물질 흡착에 유리한만큼 제거 효율도 높다. 또 조개와 같은 저서생물은 해수를 여과해서 유기물을 걸러 먹고 분해해준다. 서식 굴을 파고 사는 게, 갯지렁이, 게와 같은 갯벌 생물은 표층 산소가 풍부한 해수를 서식 굴 깊이 공급해주므로 저층의 유해물질 분해를 촉진해주는 고마운 생물이다. 이처럼 갯벌과 갯벌 생물은 다양한 기작을 통해 유기물과 오염물질을 정화해 주는 조절서비스 능력이 크다.

갯벌의 정화능력 평가를 위한 실험 연구(자료 출처_서울대학교)
갯벌의 정화능력 평가를 위한 실험 연구(자료 출처_서울대학교)

거대한 해양 필터, 갯벌의 정화능력 평가 가능할까

최근 우리 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갯벌 정화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세계 학계에 보고했다. 마산시 봉암갯벌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창원천과 남천이 교차하는 도심 내 0.2km² 남짓한 작은 갯벌이다. 주변 마산 주거단지와 공업단지에서 발생한 다양한 오염물질은 창원천이나 남천으로 유입되면, 이 봉암갯벌을 거친다. 결과는 놀라웠다. 봉암갯벌은 1년에 최대 약 550 Kg의 총인(Total Phosphorus)을 제거하고 있었다. 이를 연간 인의 하수처리 비용으로 환산해보면 약 3,200만 원이다. 이 결과를 우리나라 전체 갯벌(약 2,500km²)로 단순 확장해서 계산하면 우리나라 갯벌의 인 정화능력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약 4천억 원에 이른다. 인이라는 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경제적 가치가 이 정도다. 수많은 오염물질을 정화해 주는 갯벌의 가치는 실로 막대할 것이다.

지난 반세기, 갯벌은 간척과 매립의 최대 희생양으로 충분히 고생했다. 과학자, 정책수립자, 그리고 국민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갯벌 연구는 불과 30여 년 전 시작됐고, 그 가치를 알기에는 시간도, 인력도, 재정도, 인력도 모두 부족했다. 이제야 조금 K-갯벌이 알려졌다. 최근의 연이은 세계적 연구성과와 정부의 적극적 홍보가 주효했다. 국민도 갯벌의 가치를 대충 읊을 정도가 됐다. 우리는 바다와 갯벌이 주는 무한한 가치를 알게 됐고, 지금 ‘머드맥스’를 보며 갯벌을 회자한다. 버려진, 없어진 갯벌을 다시 가꾸고 되살려야 할 때다. 갯벌보전과 복원을 통한 해양생태계서비스 증진은 인간사회의 풍요로움과 웰빙의 밑거름임이 분명하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3국은 이미 1980년대 초부터 와덴해(갯벌)을 공동으로 관리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09년 국토해양부 시절 와덴해 3국과의 갯벌보전 MOU를 체결하는 등 노력은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 교류가 부족했다. 와덴해는 2009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3국 공조 체계가 보다 공고해졌다. 최근에는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과 7조5,000억 원이 넘는 관광수익도 올렸다고 한다. 와덴해 3국 통합관리시스템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남, 북, 중 3국이 공유하는 황해(黃海) 갯벌을 3국 공동 관리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중국과의 공조를 통한 황해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확대 등재 추진도 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해양수산부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K-갯벌보전정책 리더쉽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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