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해어업관리단 연평어장 지도단속 현장
[르포] 서해어업관리단 연평어장 지도단속 현장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12.09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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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바다, 황금 꽃게 어장을 지켜라!
무궁화 5호
무궁화 5호

[현대해양] 11월 말 꽃게 조업시즌이 끝나기 전에 연평어장을 둘러봐야겠다 생각했다. 11월 중순 기자를 맞이하기로 한 것은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서해단) 무궁화 5호(선장 이규철)다. 무궁화 5호 승선을 위해 아침 일찍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한 번 있는 연평도행 여객선에 올랐다. 연평도까지는 2시간에서 2시간 30분 걸리는 거리. 짧지 않은 거리다.

대연평도항에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던 고속단정을 타고 서해단 어업지도선 무궁화 5호로 이동했다. 무궁화 5호는 500톤급 어업지도선으로 지난 2010년 취항했다. 서해는 접경지역으로 중국어선의 불법어업이 잦은 곳이지만, 접경지역 인근에는 1,500톤급 이상의 대형 지도선이 투입되고 500톤급인 무궁화 5호는 국내 연근해 어선을 중심으로 어업지도를 하고 있다. 무궁화 5호 정원은 15명으로, 선장, 항해장, 기관장 등을 제외하고 4명이 한 조로 해 1일 2교대 형식으로 고속단정을 이용해 어업지도에 나서고 있다고.

잠시 정박하고 있던 무궁화 5호는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출항한다는 계획이 잡혀 있었다. 이규철 선장이 지도 단속 일정을 전달했다. 서남쪽으로 12해리(22km가량) 정도 나가서 단정으로 옮겨 지도 단속을 할 계획이라고.

 

좁은 어장 넘쳐나는 어구

고속단정이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고속단정이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식후 오후 1시경 어업지도를 위해 어선 조업구역으로 출항하려고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통발어구가 닻에 걸려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정박지 주변에 투하된 어구의 수가 워낙 많아 연안에 정박할 경우 종종 생기는 문제라고 한다.

어업지도공무원들은 1년에 170~180일, 즉 1년의 반 가까이 바다에서 생활한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서해의 수산자원과 어업질서를 지키고 어업인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꽃게잡이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연평도 인근에서는 통발로 민꽃게를 잡는 어업이 주종을 이루고, 그 다음 해역에서는 정치망어업이, 더 바깥으로 나가면 닻자망으로 지금 주력 어종인 꽃게를 잡고 있다고 한다. 오늘 일정은 일단 닻자망으로 꽃게를 잡는 구역까지 이동한 후 승선조사를 하는 것이다.

고속단정에서 승선조사를 위해 어선에 뛰어오르는 어업관리단 공무원들
고속단정에서 승선조사를 위해 어선에 뛰어오르는 어업관리단 공무원들.

무궁화 5호가 출항한 지 1시간여 지나 목표 구역에 도착했다는 소식과 고속단정으로 옮겨 지도 단속을 시작한다는 내용이 방송으로 전해졌다. 4인 1조로 이뤄진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이 단정에 옮겨타자 크레인이 고속단정을 바다 한가운데에 내렸다.

이내 고속단정은 이정표도 없는 망망대해를 좌표 하나에 의지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내 40노트까지 내달린다. 이날 대연평도와 소연평도에서 조업에 나선 어선은 총 35척. 이들 중 이날 무궁화 5호가 지도 단속을 실시한 어선은 총 7척가량이었다.

 

고속정에서 어선으로 뛰어오르다

꽃게 조업 중인 닻자망 어선에 접근해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단속 중임을 밝히고 승선했다. 우선 어업면허증 등 어업을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서류를 점검하고 어선의 불법적인 구조적 변형이 있는지 살핀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금어기, 금지체장 위반, 불법어구 사용 등 ‘수산자원관리법’ 위반 사항이다.

조업실태 파악과 함께 어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어업감독공무원들의 일이다. 이날 승선조사한 어선의 어업인들 모두가 중국 어선들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요구했다.

이어 본선에서 좌표를 받아 고속단정으로 다시 이동. 10~20분이 지났을까? 멀리 꽃게 조업 중인 닻자망 어선 한 척이 눈에 들어왔다. 속도를 줄여 고속단정을 어선 옆에 붙이자 지도단속공무원들이 어선으로 뛰어올랐다. 날씨가 좋은 날인데도 고속단정은 놀이공원에 온 듯 상하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지도단속은 말 그대로 묻고 따질 사이도 없이 고속단정에서 어선으로, 어선에서 다시 고속단정으로, 본선에서 또 다음 좌표를 받아 다시 다른 어선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3시간여 바닷길을 거슬러 연평도 인근까지 돌아와서야 끝이 났다. 늦가을 바닷바람이 차갑게 다가왔다. 단정이 거의 최고 속도로 달리다 보니 파도와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꽃게 조업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어업지도 공무원
꽃게 조업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어업지도 공무원

이 일을 매일 한다고?

단 하루 정도라면 특별히 경험 삼아 시도해 볼 만하겠지만 이걸 직업으로 매일같이 해야 하는 지도단속 공무원들은 삶은 어떨까를 생각해봤다. 이날 날씨는 좋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단 하루였지만 한 지도공무원은 날씨가 좋다가도 해상에서는 갑자기 비를 만날 때도 있고, 겨울철에는 손이 얼어붙어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어업인들의 안전한 조업과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지도감독이 일인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사명감과 책임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8m 정도 밖에 안되는 크기의 고속단정에서만 3시간 가까이 내달리면서 어선에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면 허리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도공무원들은 수명이 짧다는 답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어업인들은 승선조사에 협조를 잘 하는 편이었다.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한 닻자망 어선 선장은 우리가 아무리 힘들게 자원을 조성하고, 규정에 맞게 조업을 해도 중국 어선이 불법 어구를 이용해 한번에 쓸어가는 것을 보면 속이 탄다며 중국어선에 대한 국가의 철저한 지도단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북방한계선(NLL) 인근 북한수역의 석도, 갑도, 장재도 부근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은 연평도에서 육안으로 목격될 정도이며 그 수도 적지 않았다. 오후에 닻자망 어선 4척, 연안 안강망 어선 1척에 대한 승선조사를 마친 결과, 대부분 어선들이 규정대로 조업에 임하고 있었다.

본선에 복귀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연안에서 조업하는 통발어선에 대한 승선조사가 이뤄졌다. 갑자기 어업감독공무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통발어구의 입구를 재는 자를 가진 어업감독공무원이 고속정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물코 위반이다. 적재된 어구뿐만 아니라 투하된 어구를 건져 확인하는 작업들이 이어졌다. 이 어선의 선장은 불법사항에 대해 본선으로 이동해 조사를 받는다고 한다. 본선에서 선장이 조사를 받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단속된 어업인도 힘들지만 단속반도 할 일이 덩달아 많아진다. 조서를 꾸미는 것부터 시작해 처리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불법어업에 대한 어업인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까지는 금지체장 위반, 불법어구 사용 등이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승선 조사 중 기본 서류 점검
승선 조사 중 기본 서류 점검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오는 날에도

이날은 파도가 없고 날씨가 좋은 편이었지만 고속단정을 타고 가다 갑자기 기상이 악화되면 고스란히 눈·비를 몸으로 다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거친 파도를 뚫고 가는 고속단정의 진동으로 인해 허리 관절 질환에 걸리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또 바다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항상 ‘비상’대기 상태다.

다음 이동 예정지를 손으로 가리키는 어업지도 공무원

계속된 항해와 수색, 지도 단속의 연속이다. 인원 부족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보인다. 한 번 출항하면 10일 가까이 8박9일이 보통이다. 해경의 근무조건과 비교하면 상당히 열악하다. 해경이 3교대인 반면 어업관리단은 2교대. 인원이 적으니 당직순번도 자주 돌아온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우리 어업인들의 안전한 조업환경을 지키기 위해 힘든 줄도 모르고 수산자원, 어업질서, 어업인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서해어업관리단원들이 있어 대한민국 서해는 안전한 바다, 생명의 바다가 될 것이라 믿는다.

 

연평도 바로 앞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

이튿날은 연평도 전망대에 올랐다. 우리 어선이 평화롭게 조업을 하고 있었고, 인근 해역에 해군 함정이 떠 있었다. 그런데 이내 방향을 돌려 산 너머로 보니 깃발색이 다른 어선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붉은 기다. 카메라 망원렌즈 최대 초점거리로 당겨 확인해보니 중국 어선이다. 중국 어선 2척이 대연평도 바로 앞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어! 저긴... 옹진군 문화해설사에게 물으니 북한수역이란다. 남한 앞바다 같은 북한 수역에서 낮동안 조업하던 중국어선이 밤이 되면 남한 수역으로 들어와 불법조업을 일삼다는 것이다.

대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중국어선 2척이 조업하고 있다.
대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중국어선 2척이 조업하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그나마 요즘은 한중어업협상의 결과로 중국 당국도 불법어업 단속에 신경 쓰고 서해어업관리단도 중국어선의 불법어업에 강경대처하다보니 예전 꽃게철에 중국어선이 까막득하게 몰려오던 풍경은 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어장같은 북한어장을 자유롭게 드나들다 끝내 우리 어장까지 넘보는 중국어선의 행태는 매우 질이 나쁘지만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졌다. 접경지역 지도 단속 임무는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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