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 신남리 ‘주민과 학생, 전문가가 함께하는 마을 살리기’ 
강원도 삼척 신남리 ‘주민과 학생, 전문가가 함께하는 마을 살리기’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12.08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역량강화사업 ‘대국민 참여형 현장포럼’

[현대해양] 어촌을 살리기 위해 어촌 주민과 대학생, 그리고 전문가가 현장에 모여 어촌의 특색있는 자원을 찾고, 활용방안을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화제다. ‘일반농산어촌개발 지역역량강화사업’이다. 지난달 23~25일 사흘간 삼척시 원덕읍 신남리(이하 신남마을) 마을회관에서는 ‘폐어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과 ‘대국민 참여형 현장포럼(이하 현장포럼)’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23일 시작됐다. 신남마을 주민 20여 명과 강동선 한양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가 마을회관에 모였다. 이들은 신남마을의 자원을 활용해 마을을 가꾸기로 했다. 이들은 미리 진행한 아이디어 회의 결과에 따라 폐 밧줄을 활용해 재난재해 안내판을 제작했다. 

주민들이 폐 밧줄을 활용해 재난재해 안내판을 만들고 있다.
주민들이 폐 밧줄을 활용해 재난재해 안내판을 만들고 있다.

주민들, 학생들, 전문가들이 모이다

24일, 오후 한 시, 마을회관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며 현장포럼이 시작됐다. 20여 명의 신남마을 주민들, 공주대학교 지역사회개발학과 학생 6명, 그리고 이병희 퍼실리테이터와 2명의 보조 퍼실리테이터, 자문의원인 서울대학교 배승종 교수, 송영택 현대해양 발행인, 김지수 아름스토리 연구소 소장, 이서구 한국어촌어항공단 어촌해양본부 어촌해양개발팀장, 삼척시 관계자 2명, 그리고 주관사 신농씨의 문경희 대표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주민들과 학생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신남마을의 특별한 자원들을 찾고 이러한 자원들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발표했으며, 전문가들은 발표에 대한 피드백과 그간의 경험을 통한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내년 초 진행할 공모사업의 구체적인 사업방안을 도출하는 데 활용하게 된다. 

 

마을의 자원, 장단점 찾기  

손정민 삼척시 해양수산과 계장의 “교수님과 학생들, 전문가분들이 우리 마을을 위해 모여주신만큼 우리 마을이 정말 잘 사는 마을, 더 좋은 마을이 되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 주시기 바란다”는 말과 함께 본격적으로 토론이 시작됐다. 

참가자는 세 팀으로 나눠졌다. 각 팀은 학생 두 명과 대여섯명의 주민들, 그리고 퍼실리테이터 한 명으로 구성됐다. 세 팀은 각각 신남마을의 경제자원, 공동체 문화자원, 자원가치를 주제로 두 시간 반에 걸쳐 열띤 대화를 나누며 신남마을의 여러 가지 자원들을 찾아냈다. 참가자들은 포스트잇에 신남마을의 자원들과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간단히 적어 조별로 나눠준 전지에 붙여나갔다. 얼마 되지 않아 수많은 포스트잇이 전지를 가득 메웠다. 

신남마을은 유명한 해신당공원 바로 옆에 자리잡은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어촌마을이라고 하면 익히 떠오르는 오래된 건물이나 비린내 없는 깨끗한 마을이라는 특징이 있다. 반면 바닷가의 쓰레기는 수거되지 않았으며, 세면 시설 등이 없어 관광객들이 해수욕 등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지적됐다. 대부분의 어촌이 지닌 고민인 인구 노령화 문제도 단점으로 꼽혔다. 또한, 신남마을에는 편의점이나 식당이 없다. 더불어 유일한 회센터는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특히 회센터를 운영하는 주민들과 그 외 주민들간의 해결되지 않은 갈등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됐다.  

이어 학생들은 신남마을을 구석구석 다니며 현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김동혁 이장과 황두완 계장이 학생들을 안내했다. 학생들은 마을의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며 더욱 신남마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쌓아갔다. 

현장 조사를 마친 후엔 팀별 사업 발굴 시간을 통해 다시 토론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신남 마을에서 추진할 수 있을만한 사업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며 늦은 시간까지 다양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1. 김민서, 박민석 학생의 발표 후 김지수 소장(오른쪽)이 도움말을 주고 있다. 2. 박초이, 노송이 학생의 발표 후 송영택 현대해양 발행인(오른쪽)이 도움말을 주고 있다. 3. 송예진, 한누리 학생의 발표 후 배승종 교수(왼쪽)가 도움말을 주고 있다.
1. 김민서, 박민석 학생의 발표 후 김지수 소장(오른쪽)이 도움말을 주고 있다. 2. 박초이, 노송이 학생의 발표 후 송영택 현대해양 발행인(오른쪽)이 도움말을 주고 있다. 3. 송예진, 한누리 학생의 발표 후 배승종 교수(왼쪽)가 도움말을 주고 있다.

주민간의 벽 허물기가 우선

25일은 전날 찾아낸 발굴 사업을 발표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초이, 노송이 학생이 1조 발표를 맡았다. 이들은 찜질방 건립과 가로등 없는 골목의 태양광 조명 설치, 특색있는 카페 오픈 등을 추천했다. 특히 평균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주민들이나 인근 동네에서도 찾아올 수 있는 찜질방은 많은 주민들의 염원이기도 하다고. 

송영택 현대해양 발행인은 “먼저 신남마을은 회센터를 둘러싼 갈등을 꼭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조언했다. 그는 이어 “마을에는 규칙이 있어야 하고, 서로 신뢰하고 함께 성장하자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을을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가 많지만, 그러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 갈등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조의 발표는 박민석, 강민서 학생이 진행했다. 이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을을 홍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해변 조형물과 벽화 등을 통해 신남마을만의 특색있는 경관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홍보를 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한 발표가 이어졌다. 또한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영화관과 함께 식사를 나눌 급식소를 추천하기도 했다. 

홍보 컨설팅 전문가 김지수 소장은 “신남마을의 가장 큰 문제는 홍보가 거의 없다는 부분”이라고 운을 뗐다. 김 소장은 “예산 없이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부분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정보를 퍼뜨리는 것이다”라며 “마을 차원에서 함께 공통된 채널에 마을의 여러 가지 정보와 사진 등을 게재하고, 마을에 관한 포스팅을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표 진행자는 3조의 송예진, 한누리 학생이었다. 이들은 회센터, 해양쓰레기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회센터 운영 주민과 다른 주민간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SNS 등을 활용해 신남마을을 홍보해야 하며, 외부인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배승종 교수는 “신남마을의 회센터는 잘만 활용하면 충분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갈등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역량강화사업을 기회삼아 서로 대화를 통해서 그 이후의 실제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또한, “마을이 가지고 있는 지역성을 기반으로 해서 지속가능성 있는 계획을 세워 진정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사업선정의 열쇠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서구 팀장 역시 단합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다음해 초에 사업 접수가 마감되는데, 그 전에 주민들 간의 벽을 허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황두완 신남마을 계장은 “어촌의 경우 기본적으로 평균연령이 높고, 이 곳에서 살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외부의 젊은이들이 신선한 시선으로 찾아봐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며 “현장포럼을 통해 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주민들이 다시 한 번 소통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송이 학생은 “현장포럼 참여는 처음인데, 실제 현장에 오게 되니 학교에서 배우던 내용을 실습하게 되는 느낌이라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외부에서 봤을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실제적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현장을 깊이 있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삼척시 관계자는 이번 현장포럼을 통해 도출된 역량개발 방안을 향후 사업계획 수립 시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