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어업협정 단상(斷想)
한·중 어업협정 단상(斷想)
  • 김준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 승인 2021.12.0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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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김준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현대해양] 

한·중 어업협정 단상(斷想)1)

20여 년 전, 한·중 어업협정2)(이하 ‘협정’이라 함) 체결을 위한 어떤 회담에서 우리측 수석대표가 “중국어선의 무분별한 조업과 남획으로 대한민국 10만 어업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자, 중국측 수석대표가 “중국 산동성 어업인만 100만 명이며, 황해는 중국어업인의 전통적 어장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 다른 회담에서 협정상 ‘현행조업유지수역’의 동쪽과 남쪽 한계선을 정하기 위한 한·중 양국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 때 양측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중 하나가 권원(權源)3)이다.

 

협정 체결배경 및 경위

글머리에 협상과정의 두 장면을 굳이 소개한 것은 협정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일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협정은 협정 제14조4)와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이하 ‘협약’이라 함) 제74조제3항5) 등 명시적으로 어업에 관한 사항을 규율할 뿐, 해양법상 제반사항에 관한 양국 정부의 입장이나 해양경계획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러나 한중 양국간 협상과정이나 협정의 이행에 있어서 어업적 이익과 함께 다른 사항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배타적경제수역(이하 EEZ라 함) 제도 등을 도입한 협약은 1982년 채택되어 1994년 발효되었고 우리나라는 1996년 2월, 중국은 1996년 7월에 협약의 당사국이 되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 난제(難題)를 양국에 주게 되는데, 첫째는 폭이 400해리에 미치지 못하는 서해, 동중국해 등에서 한·중 양국간 해양경계를 획정해야 하고, 둘째는 영해 12해리 이원수역에서 자유롭게 조업하고 있던 양국 어선의 전통적 어업활동과 EEZ 제도를 어떻게 조화시키냐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와 관련, 협약 제74조제1항은 합의에 따라 경계를 획정하되 ‘공평한 해결(equitable solution)’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공평한 해결이 무엇인지 국가간 입장6)이 다르고 해양경계는 한 번 획정되면 변경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간 합의에 이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협약은 최종적인 경계획정 이전 잠정약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의 대부분은 어업에 관한 것이고 한·중·일 3국 간에 체결된 어업협정이 이에 해당한다.


1) 본 글은 한중 어업협상에 참여한 개인적 경험과 불확실한 기억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로서 학문적 시각에서 엄격한 기준을 총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 협상과정에서 느낀 아쉬움과 바램을 두서없이 표현하는 글이기에 제목을 단상이라고 칭하였음

2) 한중 어업협정의 정식명칭은 “대한민국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정부간의 어업에 관한 협정”이다.

3) 회담에서 사용된 권원은 협약상 연안국이 배타적경제수역을 주장할 수 있는 공간적 범위(영해기점으로부터 최대 200해리)를 의미한다.

4) 협정 제14조: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해양법상의 제반 사안에 관한 각 체약당사자의 입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5) 협약 제74조 제3항: 제1항에 규정된 합의에 이르는 동안 —중략—이러한 약정은 최종적인 경계획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6) 공평한 해결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입장이 있지만 크게 중간선원칙(영해기선으로부터 수학적인 등거리를 경계로 하는 입장), 형평의 원칙(기계적 등거리는 오히려 현실에 있어 불공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해안선길이, 인구, 전통적 해양활동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음

두 번째 문제와 관련, 어업협정이라는 잠정약정을 체결하더라도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분쟁수역 전체를 공동수역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있고, 분쟁이 없는 수역에만 EEZ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있다. 일부수역에 EEZ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인접국(隣接國) 또는 대향국(對向國)의 전통적 어업활동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상호입어는 기본적으로 허용하는 데, 이 또한 현실세계에서는 공동수역의 범위, 상호입어조건 등 쉽지 않은 과제가 체결당사국에 주어지게 된다.

한·중·일간 어업협정과 관련, 한·일간 또는 중·일간에는 정부간 구(舊)어업협정이 체결되어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간에는 1992년 8월 수교 이전은 물론, 협정이 발효한 2001년 전까지 국가간 어업협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협정발효 이전까지 중국어선 수천 척이 영해 바로 바깥 수역까지 근접해 조업7)하였고, 기상악화로 긴급피항을 한 중국어선들로 인한 해양오염 피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한·중 양국 정부는 해양법 협약을 비준한 1996년부터 한·중 EEZ 경계회담을 진행하였으나, 전술한 사유 등으로 전혀 진척이 없었다. 양국은 우선 시급한 어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EEZ 경계회담과 어업회담을 분리하기로 하였고, 수십차례의 회담을 거쳐서 2001년 6월 30일, 협정이 발효되었다.

협상 초기, 중국측은 영해 밖의 모든 수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설정하여야 함을 주장하였으나 우리측은 공동어로수역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를 반대로 보면 EEZ 제도가 시행되는 수역의 범위를 최대한 확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양쪽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되면서 입어교섭은 커녕 수역획정도 타결이 지연되다가 과도수역(過渡水域, 개념은 후술)이 도입되면서 1998년 11월, 수역획정을 포함한 협정 문안에 대하여 가서명(假署名)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정식서명, 국회비준 등 양국간 국내절차 이행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으나 이른바 양해각서를 둘러싼 ‘양자강 금지수역8)’ 문제가 1999년 봄에 제기되면서 협상이 지연되었고 결국 1년 이상 협상을 진행한 끝에 문제를 해결하고 2000년 8월 협정을 정식서명하게 된다. 이후, 획정된 수역에서 상호입어와 협정의 이행과 관련된 입어교섭을 1년 가까이 거쳐 2001년 6월 30일 협정이 발효하게 된다.

지난달 19일 한중 양국은 제21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 제2차 준비회담 및 본회담을 개최하고 2022년도 어기 양국어선의 입어 규모 및 조업조건 등 어업협상을 타결했다. 김준석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이 양국 합의사항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한중 양국은 제21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 제2차 준비회담 및 본회담을 개최하고 2022년도 어기 양국어선의 입어 규모 및 조업조건 등 어업협상을 타결했다. 김준석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이 양국 합의사항을 들어보이고 있다.

7)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협정 이전인 97년 중국어선 17,393척이 1,286천톤을 어획한 것으로 나와있다.

8) 협정상 현행조업유지수역에 포함된 서해 특정금지구역에서 중국어선의 년중 조업금지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양자강 연안 중국측 일부수역에서 우리 어선의 일정기간 조업을 금지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되었으나 어업외적인 문제 등을 고려, “연안국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어업에 관한 법령을 존중”하다는 문구로 양해각서를 별도 체결하였다, 그러나 이후 중국측이 양자강 연안에서 우리어선의 년중 조업금지를 주장하면서 양해각서 해석에 대한 이견해소와 함께 협정상 불분명한 현행조업유지수역의 한계선을 정하기 위한 회담이 진행되었다.

 

협정상 수역의 성격

협정이 적용되는 수역은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 전체(협정 제1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만, 해양경계 획정 이전 어업에 관한 잠정약정의 일환으로서 협정대상수역을 어업자원에 관한 EEZ 제도가 적용되는 수역(협정 제2조~제5조), 잠정조치수역(협정 제7조), 과도수역(협정 제8조), 현행조업유지수역(협정 제9조)으로 구분하고 있다.

어업자원에 관한 EEZ 제도가 적용되는 수역(이하 ‘배타적어업수역’이라 함)은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가 인정되는 수역으로 외국어선이 연안국의 배타적어업수역에서 조업하기 위해서는 연안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연안국의 국내법령과 연안국이 부여한 조업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한·중 협상과정에서 배타적어업수역에서 시행되는 제도, 연안국의 권한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고 핵심쟁점은 배타적어업수역의 폭(면적)이었다. 중국의 경우 자국어선의 조업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배타적어업수역의 폭을 최대한 좁히려고 했고, 우리는 그 반대 입장이었다. 참고로 한·일간에는 우리가 폭을 좁히려 했고 일본은 넓히려 했으며, 중·일간에는 중국은 폭을 넓히려 일본은 좁히려 했다.

오랜 협상을 거쳐, 배타적어업수역이 결정되었는데 일률적이지는 않지만 영해기선으로부터 평균적 거리를 감안할 때, 협정상 배타적어업수역의 폭은 후술하는 과도수역을 포함할 경우 평균 60해리이다. 일반적으로 한·일간 배타적어업수역의 폭은 35해리, 중·일간 배타적어업수역의 폭은 52해리로 알려져 있다. 배타적어업수역에 관한 한·중·일 3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적어도 배타적어업수역의 폭에 관한한 한국측 입장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되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과도수역9)은 협정발효 이후 4년 동안은 한·중 양국이 공동관리하되 그 이후 연안국의 배타적어업수역으로 편입되는 수역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협정문안에는 남아있으나 이제는 한중 양국의 배타적어업수역으로 편입된 수역이다. 다른 어업협정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과도수역은 단기적으로는 배타적어업수역 폭을 좁히려는 중국측 입장을 반영하되 장기적(항구적)으로는 배타적어업수역 폭을 넓히려는 우리측 입장을 절충한 것이다.


9) 1998년 수역획정 협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우리측 어업인들의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었다. 당시 사무관으로서 해양수산부 한중어업협상 실무를 총괄하던 필자는 과도수역의 기초개념을 협상단에 제시했고 여러 검토를 거쳐 중국측에 공식 제안하여 협상을 타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0) 한·일 중간수역은 한·일 어업협정상 규정으로 볼 때 사실상 공해적 성격에 가까운 수역이다.

잠정조치수역은 양국의 어선이 양국 법령에 근거하여 각각 조업하되, 수산자원 등에 대하여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수역이다. 특히 협정 제7조제2항은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잠정조치수역에서 공동의 보존조치 및 양적인 관리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양적(量的)인 관리조치는 향후 협의하여야 할 사항이지만 조업척수 제한, 어획량 할당 등까지 포괄하는 매우 적극적인 문안이라고 판단된다. 한·중·일 3국간 체결된 어업협정상 수역과 비교할 때, 현행조업유지수역은 물론 한·일 어업협정상 중간수역10)에 비해 공동관리적 성격이 매우 강한 수역이고 중·일 어업협정상 잠정조치수역과는 그 성격이 비슷하다.

잠정조치수역의 북쪽과 남쪽의 일부수역에서는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현행어업활동을 유지하기로 하였는데, 사실상 어업에 관한한 연안국의 우선적 권한이 인정되지 않는 공해적 성격을 가지는 수역으로 이른바 ‘현행조업유지수역’이다. 다만,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현행조업유지수역 중 ‘별도의 합의’로 양해각서를 체결, 우리측 서해 특정금지구역과 중국측 양자강 수역에서는 연안국의 법령이 존중(사실상 외국어선의 조업금지)된다. 협상 과정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일부수역’에서 공해적 성격을 유지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동중국해 심지어 남중국해까지 우리 어선이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입어할 수 있는지 반대로 중국어선이 우리측 동해에서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이 문제는 양해각서 관련된 회담에서 같이 논의되어 동중국해, 우리 남해 및 동해에서의 현행조업유지수역의 남측, 동측 한계선을 합의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우리측 동해 등은 현행조업유지수역에서 배제되어 사실상 중국어선의 입어를 제한하였고 북위 29도40분을 남단한계선11)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위 수역과 관련되어 협정본문에 총 43개의 좌표12)가 명시되어 있다. 실제 수역 획정 협상과정에서는 이 좌표들이 협상과정에서 변경될 때마다 영해기선으로부터의 배타적어업수역까지의 거리, 배타적어업수역의 총 면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고 어업문제를 다루는 협정임을 감안, 해구(또는 소해구별)별 조업 위치 및 어획 보고 실적 등을 검토하여 주요 어장인지 여부를 판단했음을을 말씀드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우리 어업인들이 보고한 조업 위치보 고 및 어획 실적의 신뢰성 담보가 쉽지 않았고 실제 자료도 협상에 활용하기에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꼭 한·중 어업협상이 아니더라도 과학적 수산정책의 입안과 집행, 유사시 어업인들의 권리 확보를 위하여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라 본 기회를 빌어 말씀드린다.


11) 어업협정은 잠정협정으로 경계획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나, 여러 좌표를 검토할 때는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협상단의 고충이다. 중국이나 일본이 없다고 가정시 해양법 협약상 우리가 최대로 주장(마라도로부터 200해리)할 수 있는 남단 한계선이 일반적으로 북위29도46분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행조업유지수역의 남단한계선은 이보다 남쪽에 그어졌다. 참고로 중·일 잠정조치수역의 북단한계선은 북위30도40분으로 중국과 일본 양국은 명시적으로 밝힌 바는 없으나 북위30도40분 이남수역은 우리의 권원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12) 수역획정협상과 양자강 문제 협상의 수석대표는 양국 외교부였으나, 협상좌표 등 제시와 중국측 협상안 검토는 사실상 해양수산부 본부를 중심으로 국립해양조사원, 해양경찰청 등이 담당했고, 당시 필자는 해도를 담기 위하여 미대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길쭉한 플라스틱통(?) 두 개를 항상 메고 다녔는데 그래서 별명이 자칭 타칭 “쌍바추가포”였다.

협정의 이행과 제21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 개최

협정의 이행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기구는 협정 제13조에 따라 설치되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함)다. 위원회의 핵심임무는 양국 배타적어업수역 내 조업하는 상대국 어선의 조업가능척수, 어획할당량 등 입어조건을 결정(협정상 표현은 양국 정부에 권고)하는 것이며 그 외 잠정조치수역의 자원보존조치와 양적관리 등 양국이 공동으로 시행해야 하는 사항을 협의하게 된다. 협정상에는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문분과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 해양생물자원전문분과위원회와 어업지도단속 실무회의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2001년 6월~2002년까지의 협정발효 초년차 상호입어 척수와 어획할당량을 합의한 이래 지난 11월 19일 제21차 위원회까지 매년 개최되고 있다. 협정 발효 초년도 합의된 중국어선의 한국 배타적어업수역 내 입어척수와 어획할당량은 2,796척, 16만 4,400톤(우리어선의 중국 배타적어업수역 입어척수는 1,402척, 9만 톤)이었으며, 매년 점진적 감축을 진행해 오다 2013년 어기에 이르러 1,600척, 6만 톤으로 상호입어에 있어서 형식적인 등량등척(等量等隻)을 달성하였다. 이후 몇 년간 중국어선 입어척수가 동결되다가 2016년 어기부터 다시 감축기조로 전환하여 22년 어기에 입어하는 중국어선의 입어 척수는 1,300척, 어획할당량은 5만 6,750톤이다. 20년간 중국어선 입어를 감척한 결과 척수기준으로 입어척수는 협정발효 이전(1997년)과 비교하면 7%, 협정발효 초년도와 비교하면 46%의 중국어선이 입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호입어 조건 협의 외에 어업지도단속 실무회의를 통한 잠정조치수역 공동순시, 동서해 북한측 해역에 입어하는 중국어선 관리 등 어업질서 확립을 위한 양국간 협력방안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하여 왔으며, 공동치어 방류행사, 서해를 중심으로 양국이 공유하는 어업자원에 대한 공동평가 모색 등 공동의 자원보존조치 등을 이행하기 위한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하여 왔다.

한편, 제21차 위원회가 지난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개최되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작년에 이어 화상으로 개최되었으며, 해양수산부를 포함, 외교부, 해양경찰청, 한국 수산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은 목포에 소재한 서해 어업관리단 회의실에서 회담에 참석하였다.

외교적 사안에 관한 사항이라 전말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금번 회담에서 우리측이 중점을 두고 있던 사항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동해 북한측 수역과 서해 특정금지구역 이북 수역 등 대한민국의 관할권이 현실적으로 미치지 않는 해역에서의 중국 불법조업 어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 마련, 두 번째, 회유성 어종을 공유하는 한국 양국 입장에서 잠정조치수역을 포함한 서해 및 동중국해 일대에서 실질적인 자원평가와 공동관리를 진행하기 위한 방안강구, 세 번째, 중국어선 입어척수의 감축과 함께 정식으로 허가받은 어선의 탈법적인 조업행태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 확보 등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졌지만, 제21차 위원회의 중요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22년 중국어선의 입어척수는 올해와 비교 50척을 감척하였다. 감척된 업종은 최근 불법어구 사용과 폐어구 문제가 심각한 중국유망(자망) 어선으로 이를 불법적으로 지원하는 운반선 두 척도 감척하였다. 제주 트롤금지구역선 안쪽 수역에서 조업이 가능한 중국 쌍끌이 저인망 두척을 감척한 반면, 중국 배타적어업수역에서 조업하는 우리 낚시류(연승, 채낚기 등) 어선의 조업금지기간을 2개월에서 1개월 단축하였다.

둘째, 동해 북한측 수역에 입어하는 중국 불법어선에 대한 중국정부의 단속의지와 구체적 수단을 문서화하였다. 우리수역에서 조업활동을 하지 않는 한, 동해 북한측 수역으로 향하는 중국어선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 우리에게 없다. 그러나, 불법조업이 의심되는 선박명과 어선원 사진 등을 채증, 중국정부에 넘겨 처벌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 수단을 적시하였고, 실제 지난 7월 말, 불법조업이 의심되는 중국어선을 우리 어업관리단이 동해에서 서해까지 1,600km를 추적하여 중국 해경에 인계한 바 있다. 실제로 동해 북한측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러한 양국의 합의가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셋째, 협정상 잠정조치수역내 양적관리 등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2024년까지 수산자원관리의 합리적 이용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그 시기를 처음으로 적시하였으며, 중국어선에 대한 전자어업허가증 발급,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설치, 운반선에 대한 사전 전재신고 도입 등을 위한 논의를 개시하기로 하였다. 물론 이러한 여러 합의가 실제 이행되기 까지에는 많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협정에 따라 설치되는 공동위 합의문건으로 명시한 점에서 그 의의가 작지는 않다고 본다.

 

협정의 평가와 향후 과제

20여년 전 협정 체결시 실무담당자로서 지금은 수석대표로서 제21차 위원회에 참석하니 감회도 깊었지만 무거운 중압감을 떨칠 도리가 없었다. 양자, 다자 등 여러 국제회의, 협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어업회담만큼 치열하고 긴장감이 도는 회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21차 위원회가 개최되었던 4일 기간 동안에만 9척의 중국어선이 불법조업 혐의로 우리 어업관리단과 해경에 의하여 나포되었다. 외교적 수사와 덕담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시돋힌 말들이 오고가는 참 쉽지 않은 협상 중 하나라 생각한다.

협정의 체결과 이행과정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협정 전과 이후의 상황을 단순히 비교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고 어업 외적인 부분에서 협정이 기여하고 있는 부분에 초점을 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어업인들의 시각이라고 본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20년간 협정의 이행과 제21차 위원회의 협상결과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후한 시각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여러 제한사항을 감안하되, 앞으로 협정 이행과 협상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는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협정상 명기되어 있지 않지만 실질적인 등량등척을 달성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목표가 우리의 희망대로 단기간 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측 교섭력 제고를 위한 업종간 이해관계 조정 등이 필수적이다. 또한 입어척수 감축이라는 외형적 수치도 중요하지만 우리측의 이행감시능력을 감안한 실질적인 감시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대안에 대해서도 어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회유성 어종 등 수산자원을 공유하고 있는 양국 입장에서 어느 일방의 자원관리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양국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양국의 정책기조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이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어기, 금지체장, TAC 등 특정 어종 관리를 목표로 한 정책이 주종인 반면, 중국은 일정기간 전 어선(낚시류 제외)의 출어를 금지시키는 휴어제가 대표적 정책이다. 또한, 양국 모두 총론적 입장에서 어업자원의 고갈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에는 동의하나 개별 어종의 공동 자원평가가 중국어선의 조업감축으로 연결될지 모른다는 우려(추정)로 중국측 입장이 소극적인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위원회에서 일보 전진된 합의를 바탕으로 중국측을 설득하고 유도하기 위한 과학적 노력이 현단계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판단된다.

셋째, 한·일, 한·중 어업협정 발효 이후, 우리 어선의 실질적인 조업수역은 우리 배타적어업수역내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며, 어업자원조사, 해양경비 등도 우리측 수역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어선과의 조업경쟁, 어업자원과 정부의 행정력 부족 등 여러 원인에 기인한 것이나 우리 배타적어업수역을 벗어나 잠정조치수역, 동중국해 현행 조업유지수역 등에 대한 행정능력 투사확대, 우리어선의 원거리 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위원회에서도 중국측에 원거리 수역 자원조사 등을 대폭 강화할 것임을 이미 전달하였다.

제21차 위원회를 마치고 타결내용과 개인적 소회를 SNS에 올린 적이 있다. 많은 분들께서 격려를 해주셨지만, 몇몇 분들께서는 가슴 아픈 말씀도 전해주셨다.

이번 글도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되었지만, 수산정책을 총괄하는 실무책임자로서 또한 협정체결과 이행과정의 산증인의 한 명으로서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생각해 펜을 들었음을 말씀드리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두서없는 글을 끝까지 정독해 주신 해양수산계 정론직필 <현대해양>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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