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
이제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4.07.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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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본지 발행인
국민행복시대를 살아가는 불행한 국민들

박근혜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뒤에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국민행복시대」를 열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大蕩平)으로 끊겠다”며 국민 모두가 먹고 사는 걱정이 없는 나라,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나라, 그것이 바로 국민 대통합이고 경제민주화이며 국민행복의 요체라고 이야기했다.

그 당시 박근혜당선자가 꿈꾸어 왔던 대한민국은 분명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충격을 받은 여파(餘波)가 아직도 계속 되고 있고, 거듭된 인사(人事) 난맥상은 박근혜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참담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지도계층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하늘에 닿았고 서민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았으니, 이보다 더 참담하고 난감한 일이 또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국토마저 반토막이 난, 인구 4천여만명의 이 작은 나라가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이 되어 있는데도 국민들은 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정치판은 3류저질(低質)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가?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시절에는 돈만 벌면 행복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지금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 살면서도 국민들은 왜 그때보다 더 불안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가?

사회경제학자들은 소득격차의 심화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그 원인을 찾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러한 문제점에 더하여 정치적 타락과 반목이 불안과 불행을 증폭시키는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국민행복지수는 33위, 복지충족지수는 31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2014년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자료). 자살률은 OECD 국가중 1위다. 출산률은 세계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민들은 늙어가는데 일할 젊은이들이 없어지는, 참담한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계단 앞의 오동잎이 떨어지는 소리는 듣지도 못한채 아직도 연못가에 피어난 봄풀들의 꿈속을 헤매고 있으니’ 어찌 국민들이 불안하고 불행하지 않겠는가.

행복의 요체는 상생(相生)에 있다. 상생이란 곧 상대방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데서 시작된다. 가진 자를 인정해주고 못 가진자를 배려하는 마음의 자세가 상생과 행복의 근본인 것이다.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파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다.

가진 자도 불행하고, 못 가진 자도 불행한 나라, 보수도 비난받고 진보도 비난받는 나라, 여당도 욕먹고 야당도 욕먹는 나라, 이처럼 상호불신과 이기주의에 피멍이 드는 나라가 되지 않도록 모든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

혜민 스님이 쓴「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나의 행복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측정하려 한다면 절대로 행복해질 수가 없다. 세상은 아래를 바라보면 나보다 못한 사람들로 꽉 찼고, 또 위를 바라보면 나보다 잘난 사람들로 꽉 찼다. 세상에 나보다 훨씬 뛰어나고 조건이 좋은 사람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때문에 그러한 사람들을 마음에 두고 그걸 행복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나는 불행하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남을 덜 생각하고, 덜 의식할 수록 우리의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해수부 장관이 돌아가야 할 자리

유병언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어느새 100일이 지났다. 해수부 장관은 아직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한다. 그는 오늘도 하얀 수염을 깍지도 못한채 세월호가 잠든 바다를 지키고 섰다. 마지막 한 명의 희생자를 수습할 때까지 장관은 팽목항을 떠나지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팽목항에서 자고 먹고, 팽목항 현장에서 구조작업과 해양수산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주영 장관의 행보를 두고 한편에서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성원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는 장관 본연(本然)의 자리로 돌아와 침체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해양수산계 전반의 문제점들을 추슬러주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는 수염을 깎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얘기다. 지금 해양수산계는 가라앉아도 너무 가라앉아 있다. 박근혜 정부2기 내각이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의 새로운 비전이나 발전전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해수부의 정책브리핑은 사라진지 오래고 해양수산인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 좌담회, 토론회들도 완전히 활력을 잃었다. 공직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해양수산계 전체가 원죄(原罪)를 뒤집어 쓴 죄인들처럼 숨을 죽이고 지낸다.

차관경질설에다,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1급실장 가운데 적어도 2~3명은 교체된다는 설(說)까지 난무하면서 해양수산부 내부도 동력을 상실해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가개조라는 거대한 밑그림이 그려졌고, 국정조사와 사법적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까지 논의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주무장관이 나서서 해양수산업전반에 관한 혁신적 발전전략을 국민 앞에 내놓고 설득과 양해를 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대통령도 제2기 내각 출범을 앞두고 “지금이 굉장히 중대한 국면이고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 새 내각이 출범하면 민생경제를 살리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더 이상 나라 전체가 세월호의 비극에 함몰되어 경제를 망치고 국민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제는 심리(心理)다. 정책에 대한 신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서민경제는 결코 살아날 수가 없다. 좌절감에 빠져있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수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해양생태계가 급변하더라도 바다가 갖는 무궁무진한 생명력과 해양자원의 무한한 가치를 새롭게 이해한다면 수산업은 결코 사양산업(斜陽産業)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세월호 비극 100일의 의미를 가슴 속 깊이 되새기면서 국난(國難)의 위기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일에 모든 해양수산인들이 앞장서야한다. 그리고 지금 이시각 팽목항에 남아 사고수습에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다바치고 있는 이주영장관도 이제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해양수산업 혁신의 큰 그림을 그려주기를 대부분의 해양수산인들은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다.

바로 그 길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길이요,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국가개조의 첫걸음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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