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51] 과실로 배가 전복돼 경유가 바다에 쏟아지면 처벌 받을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51] 과실로 배가 전복돼 경유가 바다에 쏟아지면 처벌 받을까?
  •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11.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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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환경관리법위반 사건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쉰한 번째 여행의 시작>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법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법률은 보통 제1조에서 법의 목적을 얘기하고, 제2조에서 각종 용어의 정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부분 ‘벌칙’을 규정합니다. 주로 형사처벌이 되겠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형법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죄들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살인, 절도, 방화 등 이런 행위들을 하면 안 된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실수로 배가 전복되고, 또 실수로 배에 있던 경유가 바다에 쏟아지면 이런 행위도 형사처벌이 되는 것일까요? 고의로 한 것도 아니고, 배가 전복되어 피해를 입은 사람은 정작 본인인데, 이 사람에게 형사처벌을 하는 법이 있는 것일까요?

이 사건에서 A는 2017. 12. 6. 14:00경 울산 ○○중공업 앞 방파제공사현장 인근해상에 투묘중인 Y호 앵커 양묘 준비작업 중 Z호 주변에 있는 암초를 발견하지 못하고 강풍과 너울성 파도에 의해 Z호가 암초로 떠밀렸으나 엔진을 즉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14:05경 Z호가 암초에 좌초되었으며 너울성 파도에 의해 선체가 좌현으로 점점 기울어지다가 15:40경 결국에는 뒤집혔고 Z호에 적재되어 있던 경유 등 약 960리터가 바다로 유출되었습니다.

검사는 A에 대해 형법상 업무상과실선박전복죄와 해양환경관리법위반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기소를 하였습니다.

 

<쟁점>

과실로 했음에도 배가 전복되거나 경유가 바다에 쏟아진 것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할까요?

 

<법원의 판단- 울산지방법원 2018. 7. 19. 선고 2018고정471 판결>

1. 업무상과실선박전복

A는 2017. 12. 6. 14:00경 기관장 B와 함께 Z호에 승선하여 울산 울주군에 있는 ○○중공업 앞 해상 방파제공사현장에서 인근해상에 투묘중인 바지선 Y호의 앵커를 양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당시 해상에는 너울이 크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기상상태가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업현장은 수심이 낮고 노출암 및 세출암, 간출암 등 암초가 많아 선박좌초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평소보다 더 높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경우 A는 Z호 선장으로서 Y호 앵커 양묘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초 등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해상기상이 호전될 때까지 작업을 연기하거나 또는 작업을 강행할 경우에는 견시 등을 통해 주변 장애물을 확인하여 Z호가 강풍 및 너울에 떠밀려 암초 등에 접근할 때에는 엔진을 사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Z호가 암초에 좌초되어 전복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는 작업현장이 평소에도 Y호 앵커 양묘작업을 해왔던 곳이라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 채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2017. 12. 6. 14:00경 울산 울주군 ○○중공업 앞 방파제공사현장 인근해상에 투묘중인 Y호 앵커 양묘 준비작업 중 Z호 주변에 있는 암초를 발견하지 못했고 강풍과 너울성 파도에 의해 Z호가 암초로 떠밀렸으나 엔진을 즉시 사용하지 못해 14:05경 Z호가 암초에 좌초되었으며 너울성 파도에 의해 선체가 좌현으로 점점 기울어지다가 15:40경 결국에는 뒤집혀 A 이외 기관장 B가 현존하는 Z호를 전복시켰다.

2. 해양환경관리법위반

A의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인해 Z호가 전복되었고 Z호가 전복되면서 Z호에 적재되어 있던 경유 등 약 960리터가 해상으로 유출되었다. 이로써 A는 과실로 Z호에서 경유 등 약 960리터 상당을 해양으로 배출하였다.

주 문

A를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판결의 의의>

형법 제187조는 “사람의 현존하는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또는 항공기를 전복, 매몰, 추락 또는 파괴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고의로 선박을 전복시키는 행위를 엄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법 제189조 제2항은 업무상과실로 제187조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과실로 배를 전복시키는 행위도 처벌하고 있습니다.

한편 해양환경관리법 제127조 제2호는 과실로 선박에서 기름을 배출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실로 배를 전복시키고, 이 과정에서 선박에 있던 기름이 바다로 쏟아지면 형법상 업무상과실선박전복죄와 해양환경관리법위반죄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 판결은 이런 부분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쉰한 번째 여행을 마치며>

환경, 해양 등 특별한 영역을 규정하는 법률들은 과실로 인한 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 영역과 관련된 특별형법이 있다면 한 번 정도는 관련 법령상 벌칙조항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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