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리조선산업 육성 시급
한국 수리조선산업 육성 시급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11.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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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는 세계 1위, 수리조선은 중국 1/10 수준
3만톤 이하 선박 수리가 가능한 성동조선소
3만톤 이하 선박 수리가 가능한 성동조선소

[현대해양] 조선해양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세계 선박 발주량 2,40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중 우리나라 조선업이 1,047만CGT를 수주하며 1위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조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만든 선박조차 수리는 대부분 싱가포르에서 하고 있다. 3만톤 이상의 대형선박 수리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

업계에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선박수리산업 육성을 요구하고 있다는데, 사업추진이 계속 늦어지는 이유는 뭘까.

 

비용은 물론 기술유출까지

국제해사기구(IMO)는 해마다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400톤급 이상 대형선박은 선박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제한해야 했다. 이러한 규제는 선박의 개조·수리 시장을 더욱 활성화시켰다. 선박을 LNG 연료 추진 시스템으로 개조하거나 배기가스를 정화해주는 스크러버 및 선박평형수 처리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3만톤 이상의 대형선박의 경우 이러한 선박 개조는 물론 IMO 규정에 의한 5년에 한 번 정기검사와 2.5년에 한 번 중간검사조차 외국에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진희 한국해양대 교수는 “한국 조선산업 침체기 기간 동안 많은 기술자들이 중국 등으로 빠져나갔는데, 지금은 수리를 맡기면서 기술까지 유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부산지역 수리조선 산업 고도화 방안’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의 선박 개조·수리업 매출액이 7조 원에 이른다. 부산항만공사가 추산한 국내 매출액은 5,000~6,000억 원 수준으로 중국 매출액의 10%도 되지 않는다.

 

대형선박 수리시설 인프라 부족

전문가들은 수리조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형선박 수리시설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차동범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현재 국내에서 수리가 가능한 대형선박은 3만 톤 미만인데, 그것도 오리엔트 조선, 여수해양, 동일조선, 성동조선 등 몇몇 업체에서만 가능하고, 그 외에는 5,000톤 미만의 소형선박 수리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전무는 “3만 톤 이상 선박은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수리를 받아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대부분 수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선박 1척 수리에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정도 비용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형선박 수리 기술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선박을 수리할 접안시설과 도크(Dock)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산항만공사는 컨테이너선박 부두인 감만부두 일부와 신선대 부두, 크루즈 부두 등을 수리조선 부두로 사용하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접안시설이 부족해 민간 수리조선업체들이 직접 바다를 매립해 부두를 만들기도 하는 상황이다.

배철남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우리나라 수리조선소의 시설 부족 문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었다”며 “정부에서도 몇 번이나 지원을 하겠다고 했는데, 계속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차 전무는 “그간 조선업이 침체기였고, 고령화도 심각하고, 실직률도 높았다가 이제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으니 이런 시기에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로 중국이 막히며 러시아의 3,000~1만톤 선박들이 지난해에만 2,500~3,000척 정도 국내에서 수리를 받을 정도로 기술력의 문제는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엔 다시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국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가덕도에 추진하려는 수리조선산업 구축사업이 잘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덕도 수리조선단지 이번엔 추진될까?

현재 해양수산부는 부산 가덕도에 대형선박 수리조선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3만톤 이상 대형 선박의 수리시설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2020년 11월 수리조선단지 조성 계획을 세워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적격성 평가를 받기 위해 검토를 요청한 상황이다.

강민구 해수부 항만국 항만투자협력과 사무관은 “사실 2016년에도 같은 사업을 제안했으나 2019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결됐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은 국내에 대형수리조선소를 찾는 수요가 부족할 것을 우려했다고. 사실 가덕도 수리조선단지는 2009년 처음 계획됐던 사업이다. 2009년 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 배후부지에 계획됐다가 2011년 안전성 문제로 가덕도 백옥포로 예정 부지가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강 사무관은 “그렇게 사업이 표류하는 사이 선박의 초대형화가 빨라졌고, 신조도 크게 늘어났기에 한국개발연구원에서도 수요가 늘어났다는 부분에는 공감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기타 세부 사항을 검토하는 중이고, 올해 안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추진하는 ‘친환경 선박 수리·개조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만톤급 이상의 중·대형 선박의 수리 공정의 친환경화 및 친환경선박 개조 지원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총 61만여㎡의 규모로 지난 5월 친환경 선박수리·개조 센터 건축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2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해운·조선업 2021년도 3분기 동향 및 2022년도 전망’은 내년 전세계의 신조선 발주량은 올해보다 다소 줄 것이라 내다봤다. 신조선은 선복량 확보에 따라 선박을 건조기에 부침이 많지만, 수리조선산업은 운항 선박 전체가 대상으로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한 영구적인 산업이다. 장기적인 플랜으로 산업을 육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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