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째 줄지 않는 생사료 사용량
15년 째 줄지 않는 생사료 사용량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11.1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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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사료 활성화 정책 실효성 미흡
생사료 급이를 준비하고 있는 양식 어업인
생사료 급이를 준비하고 있는 양식 어업인

[현대해양] 양식 어류 1톤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약 7톤의 사료 중 배합사료 사용량은 약 1톤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약 15년째 실시해온 정부의 배합사료 활성화 정책의 성과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위한 배합사료 장려 정책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부터 ‘배합사료 사용 수산물 생산지원 직접지불금(이하 배합사료 직불금)’을 시행하고 있다. 배합사료 직불금은 친환경 배합사료 사용 어가를 대상으로 생산비 증가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양어용 사료는 크게 생사료와 배합사료로 구분된다. 생사료에는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생사료와 생사료에 어분, 영양제, 기타 첨가제 등을 혼합해 분쇄한 후 펠렛 형태로 냉동해 사용하는 습사료가 포함된다. 크기가 작고 상품성이 낮은 하품의 소형 어종을 원료로 사용한다. 이와 구분되는 배합사료는 압축건사료와 반습사료를 말하며, 원어를 갈아 만든 분말에 첨가제를 혼합한 후 압축해 만든다. 수분 함량이 적다는 것이 생사료와의 차이점이다.

생사료와 습사료는 먹이 투여 시 유실량이 많고 수중에 쌓이거나 풀어져 어장환경을 악화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생사료를 지속적으로 급이해 어류를 양식할 경우 양식장 및 바다 환경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 질병 발생의 원인으로도 꼽히고 있다. 선도가 불안정한 생사료 특성상 선도가 낮은 생사료가 양식어가에 공급될 경우 폐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 이봉주 박사의 모 양식지 기고문 ‘MP사료(습사료)에서 EP사료(배합사료)로의 전환 필요성’에 따르면 양식장에서 발병한 조피볼락의 궤양과 출혈 증상은 생사료에서 기인한 부스럼병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생사료에서 배합사료로의 전환은 국내 양식산업의 자동화 및 규모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됐다.

 

배합사료 활성화 정책 효과 언제 날까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배합사료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그로부터 약 15년이 넘게 지난 지금, 과연 생사료 사용량은 줄어들었을까?

통계청의 ‘어류양식동향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2018~2020) 간 평균 양식어류 생산량은 8만 4,672톤이며, 이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 전체 사료량은 59만 660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배합사료량은 약 9만 1,734톤(총 사료 사용량의 15.5%), 생사료량은 49만 8,926톤(총 사료 사용량의 84.5%)이다. 즉, 양식 어류 1톤을 생산하기 위해 사료 7톤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중 생사료가 5.9톤으로 배합사료 사용량은 약 1.1톤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약 10년 전의 배합사료 사용량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표한 ‘양어용 배합사료 사용 의무화 추진 방안’의 사료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1~2013년간 사용된 배합사료량은 총 사료 사용량의 13.5%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양식 어가의 생사료 사용량 감소 폭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배합사료 융자지원 수요도 점차 감소하고 있어 배합사료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 문제가 지적됐다.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시을)은 지난 2019년 배합사료 활성화 사업에 대해 “15년 넘게 추진 중인 정책임에도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라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의 배합사료 융자지원에 대한 어가 수요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탓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어가 1,265곳에서 2015년 1,126건, 2016년 930건, 2017년 843건을 기록했으며 2018년 대상 어가의 경우도 858건에 그쳤다.

생사료 급이 장면
생사료 급이 장면

배합사료 품질 개혁 뒤따라야

배합사료 직불금 지원 제도가 생사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 최대 양식어류인 광어 양식 어가를 대표하는 이윤수 (사)한국광어양식연합회 회장은 배합사료 직불금을 신청했느냐는 기자에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은 수년간 생사료 만큼 효율이 좋은 배합사료는 없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다. 이에 더해 생사료 업계도 배합사료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 크게 대비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사료 업계 관계자 A 씨는 “배합사료 직불금 지원 정책도 실효성은 없을 것 같다. 배합사료를 쓰면 양식 어류를 1년 더 키워야 한다. 거기에 노동비, 인건비까지 추가적으로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어업인은 배합사료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이어 그는 “배합사료를 사용하면 정부가 지원금까지 주는데도 생사료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배합사료를 사용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생사료 사용을 자제하고 배합사료 사용을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양환경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영위하기 위해 정부가 배합사료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하는 동안 어업인들도 배합사료 사용을 늘려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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