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반 기후변화 정책 수립 필요성
과학 기반 기후변화 정책 수립 필요성
  • 김수암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11.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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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암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김수암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현대해양] 선사시대의 인류는 자연으로부터 필요한 식량을 얻었다. 숲이나 들판에서 식물과 열매를 채취하거나 야생동물을 사냥하였는데, 조개가 풍부한 바닷가와 연어가 소상하는 강이 부근에 있다면 이들의 정착지로 더욱 환영받을 조건이 되었다. 농경사회로 들어가면서 농경지를 개간하거나 동물을 가축화하기도 했고 4,000년 전에는 어류에 대한 양식도 시작되었다. 인구증가와 전염병 창궐에 의하여 수렵사회의 삶보다 더 열악해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농경시대에는 수렵시대보다 최소한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었고, 생산량은 풍족해졌다.

 

빠르게 늘어나는 수산물 수요

인류사회에서 식량 문제는 지역에 따라 관점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지역에서는 주민의 생존과 건강에 필수불가결한 영양학적 조건이 되지만, 또 다른 사회에서는 식용하는 음식의 질과 품격을 통하여 사회적 지위를 구분하기도 한다. 특히 수산물의 경우, 20세기 후반부터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맛있는 청정수산물을 섭취하는 것이 부의 상징처럼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2018년 현재, 지구에 생존하는 76억 명의 인구는 1인당 1년에 약 20.5kg의 수산물을 섭취한다. 이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동물단백질의 17%에 해당되며, 이 중에서 어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80% 정도로 높은 편이다. 한편,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우리가 크게 의존하는 동물단백질 공급원인데, 세계 인구는 매년 1인당 약 43kg을 소비하고 있다(그림 1). 육상가축의 소비에 비하면, 아직 수산물 식량은 양적으로 약 반 정도를 차지하지만, 수산물 수요는 계속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1970년대 세계인구 1인당 약 11kg을 소비하던 것이, 2010년대에 두 배 가까이 증가되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도 2001년 42.2kg에서 2018년에 68.1kg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제 수산물은 영양 가치를 떠나 우리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으며, 수산식품이 없는 우리의 식탁은 너무나 단조로워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림1. 지난 50년 동안의 수산물 소비에 대한 변화 추세와, 수산식품과 육상 가축 소비 비교
그림1. 지난 50년 동안의 수산물 소비에 대한 변화 추세와, 수산식품과 육상 가축 소비 비교

지난 세기의 중반까지는 주로 어획 어업에 의하여 수산물 수요를 충족하였지만, 최근에는 늘어난 수요를 채우기 위하여 양식산업이 급격히 발달하였다. 식량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국민에 대한 식량 수급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되므로, 각국 정부는 최선을 다해 식량의 공급과 수요를 예측한다. 농업의 경우 생산량을 예측하기가 비교적 쉽지만, 수산물은 매년 일정한 수준으로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해양 어류는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어획 어업의 경우 바닷물이 너무 따듯해지거나, 해류의 흐름이 바뀜에 따라 산출되는 어종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양식업의 경우에도, 예기치 않은 빈산소 환경의 생성이나 적조의 출현 등의 요인에 의하여 생산량이 크게 감소될 수 있다.

 

기후변화, 수산생물에 치명적

요즘은 무슨 특별한 일이 생기면 기후변화의 탓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수산생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확실히 기후변화는 수산물 생산에 큰 영향을 준다. 유럽에서 200~300년 전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간이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게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증가시켜 지구환경을 급격히 바꾸어 놓고 있다. 대기에 이산화탄소의 양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40~50% 증가하였고, 이 결과 온실효과에 의하여 20세기 동안에 기온이 1도 이상 증가하였고, 해양도 대기로부터 열을 전달받아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중이다.

한편, 대기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해수에 녹아들게 되어 해수의 산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역적으로 물속에서 산소가 결핍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해수의 온난화, 산성화, 빈산소화 현상은 해양생태계 생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심한 경우에는 수산생물에 치명적으로 작용하여 지역적으로 수산물의 고갈, 더 나아가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기도 한다(그림 2).

 

그림2.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및 수산업의 변화

최근, 극심한 해양 환경 변화가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에 심각한 위협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정치 지도자의 활동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UN은 전 지구적 이슈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시하면서, 2030년까지 해양수산자원 문제를 SDG-14에서 포함시키면서 인류 중 그 누구도 굶주리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에, 유네스코 해양학위원회가 ‘지속발전을 위한 해양과학 10년 계획’을 2021년부터 시작하였다. 또한,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G20 정상들은 2019년 회의에서 처음으로 해양 문제(해양생태계에 대한 위협과 해양환경 보호)를 과학 의제로 다뤘고, 국제한림원연합회(IAP)도 2021년 ‘해양환경보호’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여 정책결정자들이 기후변화, 수산자원 변동, 생물서식처 파괴 등의 주요 사안에 대해 높은 경각심을 갖고 대응 방안을 수립하기를 촉구하였다. 2021년의 과학기술과사회 포럼(STS Forum)에서는 각국 한림원장의 토의 주제로 ‘기후변화가 해양과 극지에 미치는 영향’을 설정하였다. 이처럼 ‘기후 및 해양환경의 변동이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가 국제적으로 가장 뜨거운 사안 중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과학 지식 활용한 수산 정책 수립 절실해

결론적으로, 바다에서의 어획 어업은 인류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야생동물에 대한 사냥활동이다. 야생동물의 생존은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데, 각국 정부는 수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하여 기후변화, 해양의 물리 특성과 해양생태계 모델을 접합하여 새로운 생태계의 모습을 예견하려는 과학자의 노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반도 해역은 세계에서 수온상승률이 가장 높은 해역 중의 하나로, 지난 반세기 동안에 1도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우리도 막연하게 모든 핑계를 기후변화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과학지식을 활용한 예측 결과가 수산정책 시행의 근간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해양 및 수산 부문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기반 정책의 수립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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