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가 우릴 부른다
극지가 우릴 부른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7.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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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
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올해 들어 비가 잦다. 봄에도 여름에도 맑다가 금세 장대비가 오고 그쳤다가도 또 폭우가 쏟아진다. 이런 날씨가 매일 반복되다시피 한다.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데도 장마는 아니란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영국처럼 될 것이라고 한다. 늘 우산을 소지하고 다녀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남·북극 극지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고 한다. 극지는 지구의 냉장고 역할을 하기도 하고 공기 정화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북극의 기후변화는 중위도 지역에서 나타나는 기상이변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이 과학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극지 기온이 높아지면 한반도는 겨울에 한파가 온다. 다른 지방에서는 가뭄이, 혹은 홍수가 날 수도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탄소 배출을 막아야 한다고 한다. 오존층 파괴를 저지해야 한다고 한다.

폭염·한파 등 한반도 이상 기상의 원인이 극지 변화에 있다고 하니 극지는 기후변화와 지구생물 연구의 바로미터가 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각국은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극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노르웨이, 핀란드, 그린란드 등 북극권 작은 국가는 물론 미, 일, 러,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극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 자원의 보고이자 항해일을 단축시킬 북극항로의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극지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이동수단, 즉 선박이다. 두꺼운 북극해 얼음을 분쇄하며 달리는 쇄빙연구선이 필수적이다. 우리에겐 2009년 취항한 아라온호가 있다. 아라온호는 10여 년간 홀로 남극과 북극을 오가는 항해를 연 300일 이상 해왔다.

러시아에는 40척의 쇄빙선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원자력 쇄빙선이다. 연료 공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5~6년에 한 번 우라늄을 교체해주면 된다고 한다. 우리는 원자력 쇄빙선이 아니더라도 제2쇄빙선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아라온호는 1미터 두께의 얼음을 3노트 속도로 쇄빙할 수 있는데, 이러한 쇄빙능력으로는 고위도 북극 해역에 진입할 수 없고, 해빙으로 진입 가능지역이 많아지는 여름철 외에는 북극 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다. 또한, 배 한 척으로 남극과 북극 연구를 같이 수행하다 보니 늘어나는 북극 연구 수요를 충당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북극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 북극 연구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제2 쇄빙연구선 건조를 추진해 왔지만 매번 예비타당성조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실패하다가 드디어 지난달 25일 예타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예타의 벽을 넘었다는 것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제2 쇄빙연구선은 설계과정을 거쳐 2026년 12월 취항 예정이라고 한다. 극지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단지 교통수단이 부족할 뿐이다. 북극이 우릴 부른다. 가자, 미지의 땅 극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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