⑰미국에서 알밴 꽃게 값이 더 싼 이유
⑰미국에서 알밴 꽃게 값이 더 싼 이유
  •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6.07 14: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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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현대해양]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먹는데 관심이 많다. 지난 5월에 우리나라 신문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각 2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야외테라스에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로 아침을 같이 먹으면서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메릴랜드 크랩’이라면 미국에서는 ‘블루 크랩’(blue crab: 푸른 게, 학명: Callinectes spidaus)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꽃게(Portunus trituberculatus)와 비슷한 종이다. 우리나라 꽃게보다 다리가 유달리 더 푸르지만 삶으면 빨갛게 되는 것은 똑같다. 이 대서양 꽃게는 껍질이 더 부드러우나 맛은 우리나라 꽃게에 못 미친다. 워싱턴 D.C. 옆 체사피크만(Chesapeake Bay)에서 주로 잡는데 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꽃게 값 1/10도 안 해 한 때 비행기에 실어 우리나라에 수출까지 했다. 그 뒤로는 값이 많이 올랐다. 어획고 연 변동이 매우 커서 값도 들쭉날쭉 한다.

체사피크만은 미국에서도 연구가 가장 많이 된 해양생태계이다<그림 1>.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사는 미국 수도에 가장 가까운 바다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면적은 황해 1/30 정도이고, 남북 길이는 약 300km, 동서 최대 폭은 48km, 평균 수심은 6.4m이다. 16세기 말에 유럽인들이 처음 이 만을 보았을 때는 ‘물반 고기반’이라 그냥 국자로 바닷물을 퍼올려도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체서피오악’은 북아메리카 원주민 알곤킨 말로 ‘큰 강에서’라는 뜻이었다.

원래 체사피크만 하면 ‘굴’(Crassostrea virginica)이 가장 유명한 수산물이었다. 한 때 미국 전역에 팔기도 했고, 19세기 이 굴을 신선하게 운송하려고 미국 서부까지 철도를 놓기도 했다. 그런데 질병에 약해서 20세기 들어와서 거의 사라져버렸다. 굴이 사라진 대신 꽃게가 많이 잡혔다.

 

그림 1_체사피크만
그림 1. 체사피크만

알밴 꽃게 값이 더 싼 미국 꽃게

미국 꽃게를 메릴랜드주에서는 주로 통채로 쪄서 요리하는데, 껍질이 부드러워 나무망치로 살살 깨뜨려 먹으면 된다. 올드 베이(Old Bay)라고 하는 라면 수프 같은 것을 양념으로 뿌리는데 중독성이 있다. 짜서 맥주랑 먹는다. 좋아하는 사람은 밤새도록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알밴 암컷이 값이 더 싸다. 또 탈피를 막 마친 것을 ‘소프트 크랩’(Soft crab)이라고 하는데, 껍질 안 벗기고 바로 먹어도 된다.

2000년 들어 워싱턴 DC나 발티모어 항구 식당에서 파는 크랩 케이크는 대부분이 체사피크만산 꽃게가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것으로 만든다. 미국산 꽃게가 그만큼 비싸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꽃게나 미국 꽃게나 생활사는 물론 생태도 거의 같지만, 연구는 미국 꽃게가 훨씬 많이 되어 잘 알려져 있다. 체사피크만 암컷과 수컷 꽃게는 주로 같이 안 지내지만 짝짓기 할 때만은 수심이 얕은 같은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

어린 암컷 꽃게가 여름에 어른이 되면서 화학물질을 밖으로 내보내 수컷을 유인한다. 수컷은 이틀 정도 암컷과 붙어 있다가 암컷이 탈피를 하면 짝짓기를 한다. 암컷은 평생 필요한 정자를 이 때 딱 한 번 모두 수컷으로부터 받아들여 몸에 보관을 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조금씩 알을 배어 방출한다. 정자를 받은 암컷은 대개 수심이 더 깊은 남쪽으로 회유를 하나, 수컷은 그 자리에 머문다.

암컷과 수컷 모두 겨울에 바닥에 몸을 묻어 겨울을 난다. 체사피크만에서는 수산학자들이 겨울에 바닥에서 잠을 자는 꽃게를 갈쿠리그물(형망, 桁網, Dredge)로 잡아서 해마다 전체 자원량을 추정한다. 매년 산란기 동안 3번 정도 스펀지처럼 생긴 알 덩어리를 배는데, 덩어리 하나는 약 300만 개 알로 이루어져 있다. 암컷 한 마리는 평생 수천만 개 알을 방출하지만, 그 중 다시 알을 낳을 수 있는 어른게로 살아남는 것은 딱 2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메갈로파 유생 회귀량이 어획량 결정요인

그림 2. 게 생활사
그림 2. 게 생활사

<그림 2>는 꽃게 생활사를 나타낸 것인데, 다른 게들도 마찬가지이다. 얕은 연안에서 방출된 알은 부화하여 조에아(zoea) 유생이 된다. 조에아는 그리스어 zōē에서 온 라틴어로 ‘생명’을 뜻한다. 조에아는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는 플랑크톤이기 때문에 해류에 따라 쉽게 바다로 퍼져버린다. 체사피크만에서는 방출된 조에아가 만(灣) 밖 외해로 대부분 나가버린다.

조에아는 동물플랑크톤을 먹으면서 약 한 달에 걸쳐서 7번 탈피한 다음 메갈로파(megalopa) 유생으로 발달한다. ‘메갈로’는 그리스어로 ‘크다’는 뜻이고, ‘오파’는 ‘눈’이라는 뜻이다. 조에아보다는 훨씬 커져 운동 능력도 향상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플랑크톤이라 해류를 거슬러 헤엄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바다 속에서 위아래로는 움직일 수가 있어 썰물 때는 바닥에 있다가 밀물 때 위로 올라가 조류를 따라 외해에서 체사피크만 안으로 들어가 얕은 연안 쪽으로 이동한다.

메갈로파는 일주일 뒤에 어린꽃게로 탈피하여 얕은 연안에서 발로 기어 다니거나 헤엄칠 수 있다. 이 때 메갈로파 유생이 얼마나 많이 원래 태어났던 연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가에 따라 그 해 어획고가 대부분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서해 꽃게도 마찬가지로 이 밀물과 썰물과 같은 해류를 이용하여 메갈로파 유생이 얼마나 연안 쪽으로 성공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가에 따라 그 해 어획고가 결정될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지만 아직 관련 연구 조사가 부족하다.

 

외포란 꽃게잡이 어선 검거?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에서는 매년 여름에 유생 조사를 통해 다음 해 어획고를 예측해오고 있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보면 유생이 조에아인지 메갈로파인지 구분을 하고 있지 않다. 조에아보다는 메갈로파 유생 밀도를 비교해야 예측 정확도가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예측 정확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가을 서해 연안에서 어린꽃게를 여러 장소에서 채집하거나, 체사피크만처럼 겨울 깊은 곳에서 갈쿠리그물 조사로 겨울잠을 자는 어른꽃게 밀도를 비교해보는 것이 낫겠지만 정부에서 연구조사 예산을 더 지원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꽃게 풍흉을 결정하는 것은 기상과 해황에 따라 메갈로파 유생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신들이 태어났던 연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가이다. 그런데도 “해양수산부 남해어업관리단은 지난 5월 22일 오전 7시경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나도로항 서쪽 1.5해리 해상에서 외포란 꽃게 98마리를 포획한 연안자망어선 1척을 검거했다고 밝혔다”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나는 이런 사례를 국가가 어민에게 저지르는 합법적인 폭력이라고 본다.

 

“알밴 꽃게 잡아도 괜찮아”

우리나라 수산관련법이라는 것이 일제강점기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렇게 비과학적인 알밴 꽃게 관련 법 조항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지난 70년 동안 누구 하나 여기에 문제 제기를 해오지 않았다. 알밴 꽃게를 잡든 알을 배지 않은 꽃게를 잡든 알 생산량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지난 2020년 3월호 <현대해양> 연재에서 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런 악법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79). 그 이전에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민원을 넣었지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꽃게뿐만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 암컷은 태어나면서 평생 낳을 알을 몸속에 보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단지 산란기가 되면 그 일부를 우리 눈으로 볼 수 있을 따름이지 알이 더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보면 된다.

미국에서도 어획량이나 최소어획체장, 또는 겨울잠 자는 겨울 어획 규제를 하기도 하지만, 알밴 꽃게만 특정해서 못 잡게 규제하지는 않는다. 과학에 기반해서 어업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알밴 꽃게를 못 잡게 하는 것이 알 생산량이나 어획고 증가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수산학자나 정책입안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유래한 이런 비과학적인 악법 조항을 해양수산부에서는 속히 없애주길 다시 부탁한다.

 

서해에서 중국어선이 한국어선보다 더 많은 꽃게 잡아

해양수산부에서 꽃게를 가지고 이렇게 우리 어민을 괴롭히는 동안 우리바다에서 꽃게는 어떻게 잡히고 있는지 한 번 통계를 보도록 하자. <그림 3>은 동중국해, 황해를 포함하는 북서태평양 FAO 61 해구에서 잡힌 국가별 연간 꽃게 어획고이다. 1987년 우리나라는 3만톤, 중국은 11만톤 꽃게를 잡아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잡았으나, 최근 2018년에는 우리나라 1만 2,000톤, 중국은 48만톤으로 우리보다 40배 더 많이 잡고 있다. 즉 1980년대 말 이후 2018년까지 우리나라 꽃게 어획고는 등락은 있지만 1~4만톤 사이로 거의 일정한 반면에 중국은 40배 가량 늘었다.

그림 3. 북서태퍙양 FAO 61 해구 국가별 꽃게 연간 어획고
그림 3. 북서태퍙양 FAO 61 해구 국가별 꽃게 연간 어획고

 

<그림 4>는 우리바다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잡힌 꽃게 국가별 연간 어획고이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우리바다에서 중국 어선은 1987년 1만 5,000톤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3만 2,000톤을 잡았다. 2007~2016년 10년 동안 우리바다에서 한국, 중국 연간 꽃게 평균 어획고는 2만 5,000톤, 2만 4,000톤으로 비슷하나 2016년만 보면 중국어선이 우리 어선보다 2.4배 더 많이 잡았다.

그림 4. 대한민국 배탸적 경제수역 국가별 꽃게 연간 어획고
그림 4. 대한민국 배탸적 경제수역 국가별 꽃게 연간 어획고

어떻게 우리바다에서 중국어선이 우리 어선보다 꽃게를 2배 이상 더 잡을 수 있는지 그 자세한 내막은 알기 힘들지만, 지금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이나 한중어업협정이라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우리 어민을 괴롭혀 중국 어민을 돕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다(2021년 1월호 <현대해양> 연재 참고.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712). 온갖 규제와 악법으로 우리 어민들에게는 강자로 군림하면서, 막상 중국에는 큰 소리 못 치는 이런 굴욕적인 모습을 조선시대가 아닌 지금 대한민국 정부에서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알밴 꽃게 잡았다고 우리 어민 단속할 시간에 내년 한중어업협정을 어떻게 갱신하면 우리 앞바다에서 중국 어선이 꽃게를 더 많이 잡아가는 이 기막힌 문제를 해결할지 먼저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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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21-06-23 13:52:38
이제 우리나라 수산업관련 규제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아마 꽃게에 대한 불합리하고 비과학적인 제도의 개선은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왜냐면 꽃게는 TAC(총허용어획량)제도 대상 어종이기 때문에
TAC를 하는 한 정책의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중국도 꽃게 TAC에 참여해야 한다.
기사를 읽어보니 우리나라 어업인들이 좀 억울하고 불쌍하게 느껴진다.

정석근 2021-06-09 14:50:28
미국 동부 체사피크만에서 알밴 꽃게 값이 더 싼 이유는 알밴 암컷은 영양분과 에너지를 알을 만드는데 소진했기 때문에 살이 많지 않아 어시장에서 거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알밴 꽃게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와는 반대이다.
미국 체사피크만에서 수컷 꽃게는 버켓 하나(bushel)에 110 달러 하지만, 암컷은 40 달러, 알밴 암컷은 5 달러 이하이다. 이런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메릴랜드주에서는 알밴 암컷 잡는 것을 규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밴 암컷이 주로 잡히는 곳은 버어지아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