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내수면 어업 살릴길 없나
위기의 내수면 어업 살릴길 없나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6.08 1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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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면 어업 사실상 방치 상태”

[현대해양] 내수면 어업이 존폐 위기에 몰렸다. 특히 코로나19는 휘청거리던 내수면 산업에 결정타를 날렸다. 오는 2022년 제5차 내수면 어업 진흥 기본계획이 발표될 예정이지만 어업인들과 전문가들은 그간의 1·2·3·4차 기본계획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으며 성과 역시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수면어업 진흥 기본계획이란

내수면 어업은 하천, 댐, 호수, 늪, 저수지와 그 밖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담수나 기수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다. 내수면 어업은 사료 계수(어류 또는 양식 동물이 한 단위 성장하는데 필요한 사료의 단위, 먹인 총사료량을 체중순증가량으로 나눈 값)가 낮고 첨단 시스템 적용이 용이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중요 미래 식량 가치 창출 산업이라고 평가받는다. 또 생산량은 전체 어업 대비 1% 수준이나 생산 금액은 5.7%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내수면 어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관련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5년 단위로 ‘내수면 어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해양수산부의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구체적인 내수면 어업 진흥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7년 발표된 제4차 내수면 어업 진흥 기본계획은 2021년까지 국비 1,166억 원을 투입해 △내수면 양식업 활성화 △지속가능한 내수면 수산자원 조성 및 보호 △내수면 수산식품 가공 및 수급관리체계 구축 △내수면 어업 육성 거버넌스 구축 등 4대 전략 목표를 제시했다.

 

양식 생산량, 목표량에 한참 못 미쳐

제4차 내수면 어업 진흥 기본계획의 첫 번째 ‘내수면 양식업 활성화’ 전략의 중점과제는 안정적 생산 기반 구축, 양식수산물 위생관리 강화 그리고 내수면 양식업의 전국적 확대다. 해양수산부는 2021년까지 양식시설의 첨단화와 규모화 등을 통해 내수면 양식 생산량을 3만 1,000톤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최근 현황을 살펴보면 내수면 어업 생산량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나 큰 폭의 변화는 없다는 특징이 있다. 먼저 내수면 어업 어업권(면허·허가·신고) 건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사)한국내수면 양식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어업권은 2015년 9,726, 2016년 9,985, 2017년 10,056, 2018년 10,577, 2019년 10,720으로 증가 추세다. 그러나 최근 내수면 어업 생산량은 2016년 3만 5,400톤, 2017년 3만 6,270톤, 2018년 3만 5,326톤, 2019년 3만 5,282톤, 2020년 3만 3,935톤으로 정체된 편이다. 특히 어로어업을 제외한 양식 생산량의 경우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생산량은 2만 6~7,000톤 사이였으며 코로나19가 강타했던 2020년은 2만 5,700톤에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반적인 수산업이 평년대비 어려운 해를 보냈는데, 내수면 어업은 생산량의 95% 이상이 활어 형태로 소비돼 97% 이상의 생산금액을 내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고 더욱 힘든 한해를 보냈다.

미꾸라지 양식장
미꾸라지 양식장

 

여전히 열악한 환경, 정부 계획 성과 없어

내수면 어업 현장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아직까지도 내수면 어종은 송어, 뱀장어를 제외하면 대부분 노지에서 양식되고 있으며 60세 이상의 고령의 사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는 열악한 환경이다.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던 첨단화·자동화 양식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에 내수면 어업 관계자들은 진흥 기본계획을 두고 동상이몽을 꿈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진호 (사)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장은 지난 5월 개최된 내수면 발전방안 마련 심포지엄에서 “정부, 연구기관, 학계와 업계가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재래식 노지 양식장은 겨울 양식 불가로 출하 조절을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다년 양식, 다년 휴식기로 수익성이 약화된 상태”라며 “사업자들은 고령화되고 수입 수산물은 저가 공세를 하고 있어 협회로서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내수면 산업 방치했다”

오근호 (사)한국메기양식중앙연합회장은 “메기 원가도 건지지 못한 지가 벌써 4년째다. 메기 1kg이 약 2,800원 정도인데, 수요는 없고 물량은 넘치니 울며 겨자 먹기로 2,000원에도 판매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호소했다. 오 회장은 “80년대까지만 해도 내수면 산업이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정부의 ‘맑은 물 공급 정책’이 추진되던 시기를 기점으로 내수면 어업이 고꾸라졌다”고 말했다.

맑은 물 공급 정책 이전, 정부의 「내수면 어업개발촉진법」으로 1975년을 기점으로 상당수의 어업인들이 가두리양식 어업에 참여했다. 내수면 가두리 양식에는 대규모 자금 투자가 필요하지만 「내수면 어업개발촉진법」에 따라 최초 면허 기간인 10년이 만료되면 다시 10년간 면허 기간을 연장해 주는 구조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9년 이후 시행된 맑은 물 공급 정책은 가두리 양식장 사업자들을 강제 폐업으로 내몰았다.

맑은 물 공급 정책은 주요 소양강·대청·안동·충주·섬진강댐 등 주요 상수원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된 수돗물 오염 사태를 계기로 마련된 수질관리 정책이다. 이 정책에 따라 정부는 내수면 가두리 양식업에 대해 1990년까지만 신규 면허를 발급하고 기존 양식업자가 보유한 면허는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면허를 연장해 준다는 계획을 철회한 것. 따라서 가두리 양식 어업인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이에 더해 내수면 업계에는 또 한 번의 어려움이 찾아온다. 2006년 말라카이트그린 어류 검출 사태의 파동으로 활어로만 유통되는 내수면 산업은 그야말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오 회장은 “경북 의성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메기 양식을 하던 A 씨의 경우 지난해 수협 대출 자금을 갚지 못해 결국 사업장이 경매로 넘어갔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대규모 현상으로 번질 것 같다. 해양수산부는 근 30년간 내수면 산업을 방치했다”라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수입산 물밀듯”

현재 내수면 어종은 수입산에 잠식당한 상황이다.

농식품 수출정보에 따르면 내수면 수산물 수출액은 과거에 비해 심각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주요 내수면 어종 교역규모는 24만 달러(65톤)이었는데, 이 수출액은 2016년인 138만 달러 대비 35.2% 감소한 것이다. 반면 수입량은 2016년부터 1만 6,000톤에서 지난해 1만 7,000톤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사)한국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내수면 어종의 8~90%는 수입산에게 잠식당했다. 민물고기 소비층은 나이가 있는 연령대분이나 동남아시아 분들이었는데 현재 고연령층은 점차 줄고있다”며 “동남아시아 분들은 자국의 생선이 싼 가격에 한국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수입산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미꾸라지의 경우 수입산이 우리나라의 미꾸라지 가격을 좌지우지 하는 경우도 있다. 한·아세안 FTA로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한·중 FTA도 내수면 업계에는 위기로 다가온 상황이다. 허영백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장은 “내수면 어종은 특히 중국산과의 경쟁 노출 정도가 심한 편인데, 세계 최대 수산물 생산국인 중국과 주 어종이 겹치고 이들이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붕어 양식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입되는 중국산 붕어는 교잡종으로 양식되기 때문에 토종 국산 붕어와의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내수면 양식 관계자는 “토종 붕어는 3년을 키워도 중국산 붕어의 크기에 미치지 못한다. 또 우리나라는 교잡종 만드는 것이 불법이라 붕어 양식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때문에 국내 내수면과 주요 낚시터에 방류되는 붕어의 대부분은 중국산 붕어다. 현재 어업인들은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한국낚시업중앙회와의 협약으로 기대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한국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 서남해수어류양식수협, 서남해수어류양식수협 등과 함께 ‘양식수산물 신(新)소비 창출을 위한 상생발전 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한국낚시업중앙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참돔, 향어 등 양식어류를 낚시터에 우선 입식 △한국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에서는 건강하고 안전한 양식수산물을 낚시터에 공급 △국립수산과학원은 낚시터에 적합한 맞춤형의 양식품종 개발, 낚시 용품 개발, 양식 어류 건강성 진단, 교육 등이다. 관계자는 “이날 붕어 업계는 국립수산과학원에 중국산 붕어와 경쟁할 수 있는 토종 붕어의 우량종자를 개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양식수산물 신 소비창출 협약식에서 국내에서 키운 양식어류를 방류하는 참석자들
양식수산물 신 소비창출 협약식에서 국내에서 키운 양식어류를 방류하는 참석자들

 

유통과 소비부문에서의 신규 정책 필요해

조헌주 KMI 전문 연구원은 내수면 산업은 소비 트렌드와 연계한 상품개발 및 가공 역량 부족, 판로 확대 한계 등의 문제로 공급 과잉, 재고 적체, 경영비 상승, 수입 수산물,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산재해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조 연구원은 내수면 어업의 문제점의 대응 방안으로 유통과 소비 부문에서의 신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수면 수산물 종합 유통센터 건립, 온-오프라인 소비자 홍보 강화, 코로나 19 종식에 발맞춘 내수면거점지역의 축제 활성화, 내수면 자조금 사업 확대, 내수면어종 특성에 맞는 다품종 소량 생산-가공-소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관광수요 및 매니아층의 소비 시장을 대중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신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내륙 어촌뉴딜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 연구원은 “어업계 인프라와 생활 SOC 확충, 관광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지역민이 살기 좋고, 일반 국민들이 관광 또는 주말 어장으로 활용하기 좋은 내륙 어촌으로 탈바꿈해 사람이 모여드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도 (위와 같은) 방향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다른 어업 분야보다 내수면 분야 예산 확보는 특히나 더 어렵다”며 “어촌뉴딜 300사업처럼 ‘내륙어촌지정사업’을 추진 중이며 ‘전통자원 복원 사업’으로 토속어종을 복원하고 이를 문화관광과 연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라고 답했다.

 

내륙 지역 고립 우려, 내수면 어업 가치 창출해야

이승우 KMI 상근명예연구위원(박사)은 지금까지의 내수면 어업 진흥 기본계획은 내수면 어업법에만 한정됐으며 내수면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농촌과는 배타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내륙지역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공간의 자원, 그곳의 경관 등을 함께 안고 가야 내수면 어업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6차 산업을 하는데 그 범위를 좁게만 본다면 내수면은 ‘섬’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 박사는 “강에는 역사와 문화, 자원이 풍부하다. 내륙지역의 특색을 활용해 생태교육과 생태관광을 촉진시키는 등 수산자원과 공간의 융복합을 끌어낸다면 내수면 어업 특화자원의 잠재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기존의 내수면 어업 진흥 기본계획이 생산자 중심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는 소비자 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제5차 내수면 어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은 올해 12월 마무리될 예정이며 내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제5차 내수면 어업 진흥 기본계획이 발표된다. 내수면 어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면 진흥 기본계획의 대대적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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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잡종이싫어요 2021-07-07 21:48:43
본문에 우리나라는 교잡종을 만드는것이 합법이아니며,대부분의 유료 낚시터가 중국붕어를 방류한다고 하셨는데, 현재 국내 유료낚시터 95%이상이 향붕어를 방류하고 있습니다. 이 향붕어는 국내산 양식 교잡종이며, 특허까지 받았다고 하던데요.
딴지 거는건 아니고 어떤게 맞는건지 낚시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글 남겨봅니다.
아무튼 기사 잘 봤습니다.